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풍자가 있는 예능인 ‘SNL코리아’에, 오랜만에 전성기의 강력함이 묻어난 정치 패러디가 등장해 시청자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었다.
이는 시청자에겐 무척이나 반가운 패러디일 수밖에 없다. <현SNL코리아>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는 가감 없는 풍자에 대한 기대감이었는데, 그간 <현SNL코리아>는 풍자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망감도 대단했고, 외면한 시청자 또한 무척 많았다.
하지만 초유의 국정 농단 사건을 벌인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풍자한 ‘솔비 편’에서는 패러디를 통한 풍자가 보여 시청자의 답답한 가슴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현SNL코리아>의 최대 매력인 정치 풍자가 부활했다는 것.
이미 새로운 시즌인 <현SNL코리아 시즌8>이 시작되며 어느 정도 풍자 요소가 많아졌다는 건 느낄 수 있었지만, 필연적으로 풍자가 더 강해질 거라고 느낀 건 ‘왜 풍자가 있어야 하는가’를 시즌8을 시작하며 밝혔기 때문이다. 부활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시청자가 원해서’였다. 단순 명료한 이유지만, 가장 강력한 부활 이유였던 것.
<현SNL코리아>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서 박근혜를 뗀 ‘최순실게이트’에 집중했다. 아직은 두려움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진행되는 부분에서 밝혀진 부분만을 다룬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순실게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존재, 정유라라는 존재다. 최순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 정유라는 어떤 위치이고, 어떤 일을 해 지탄받는 지만 보여주면 되기에 코스프레급 패러디만 보였다.
드러난 사실 중 최순실은 박근혜의 옷을 직접 고르는 모습을 보였기에 <현SNL코리아>에서는 신종 직업으로 ‘결정 조율사’라는 직업이 있다 말했고, 각종 정치 사안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댓글 부대’를 비틀어 ‘댓글 관리사’라는 신종 직업이 있다고 풍자해 웃음을 줬다.
또 결정 장애가 있는 공주 캐릭터가 뭘 먹을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하자 ‘결정 조율사’인 최순실 캐릭터가 ‘(그러면) 곰탕 가시죠’라고 하는 부분은 포복절도할 장면이었다.
이는 현재 최순실이 검찰청에서 수사를 받으며 제공받은 음식 곰탕에 대한 패러디여서 폭소케 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당시 곰탕을 배달한 업소도 없고, 포장 상품을 판 업소도 없어, 웃자고 하는 이들은 검찰이 곰탕을 해준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래서 곰탕 패러디는 더 웃길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항간에는 ‘최순실 대역설’이 파다하다. 귀국 당시 최순실과는 다른 젊은 대역이 수사 곳곳에 노출됐다고 의혹을 갖는 대중들이 많은 시기이기에 <현SNL코리아>에서는 신종 직업으로 ‘대리 감방인’을 만들어 웃음을 줬다.
<현SNL코리아> 최고의 패러디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김민교가 패러디한 최순실의 모습. 스마트폰은 쓸 줄 알면서 태블릿은 쓸 줄 모른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최순실의 모습을 똑같이 재연해 낸 모습은 많은 네티즌을 포복절도케 한 장면이 됐다.
유세윤은 그 딸인지도 모를 정유라의 모습을 패러디해 웃음을 줬다. 유세윤은 인형탈과 분장을 하고 정유라의 뻔뻔한 모습을 연기했다. 얄미운 그녀의 모습에 분노한 신동엽의 따귀를 맞는 장면은 시청자가 후련해했던 장면. 또 엄마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는다는 설정 또한 웃음을 준 장면이다.
<현SNL코리아>는 이번 정권이 시작되며 패러디의 분풀이를 확실히 당한 프로그램이다.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인 분풀이. 그 분풀이는 총수가 직접 얻어맞았고, 그 이후 어떠한 풍자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CJ 쪽에서는 두려움에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미 시청자와 국민 모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이번 패러디는 박근혜를 조준하지 않고, 그 주변인인 영매 최순실을 조준했다. 또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르니 직접적인 조준은 하지 못한 것. 그러나 이 사건에서 박근혜를 직접 조준하지 않아도 되는 건 최순실이 곧 박근혜이며, 박근혜가 최순실이기에 굳이 직접 조준하지 않아도 타격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더 시원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