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시청자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멤버가 정형돈이다. 시청자 자신이 아프지 않아도 충분히 정형돈의 아픔을 알 것 같기에 더욱 짠한 마음은 크다. 그런 정형돈이 카메오로 ‘무한상사 2016’에 출연하자, 보고 싶어 하던 시청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청자가 더욱 놀란 것은 그가 예고 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한도전>은 늘 스포일러에 골치 아팠기에, 그 스포일러를 뚫고 등장한 정형돈의 씬은 더욱 놀라운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스포일러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정형돈 촬영을 마지막에 했기 때문. 김태호 PD는 “무한도전과는 아쉽게 헤어지지만 시청자분들께 마지막 감사인사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무한상사 가장 마지막 씬으로 촬영해서 넣었다”라고 말한 부분이 전해졌다.
<무한도전>의 사고뭉치 스포일러 확산기인 박명수나 정준하에게서도 알려지지 않은 정형돈의 촬영 분량은 언론뿐만 아니라 시청자까지 모두 놀라게 할 수밖에 없던 장면임은 분명했다.
유재석이 사고로 정신을 잃고 있는 씬에서 등장한 정형돈은, “부장님 힘내세요.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겨워도 이겨내셔야 합니다”라고 묵묵히 말했고, 이어 “그리고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다시 만나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은 예능을 영화화한 씬에서 등장했지만, 대사를 떼어놓고 보면 현실에서 할 말이었기에 더욱 시청자의 마음을 후벼 팔 수밖에 없던 장면이다.
그 자신도 힘겨운 상황이지만, 누구보다도 힘든 상황인 유재석을 향한 진심을 표현한 말이기에 더욱 가슴 아플 수밖에 없던 장면이었던 것.
프로그램 관계자도 정형돈이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인사이며, 앞으로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다짐의 의미라고 했듯. 그도 힘을 내겠다는 말이기에 더욱 짠하며 반가울 수밖에 없던 장면이다.
사실 그가 바라는 것 하나하나는 모두 시청자가 바라는 것이다. 힘이 빠져 있는 유부장 유재석이 힘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되길 바라고 있고, 정형돈도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고 있으며, 잠시 자리를 떠난 노홍철과 길이 돌아올 것을 기다리는 것은 시청자의 마음이다.
비록 그가 불안장애에 걸릴 정도로 과한 관심과 기대에 <무한도전>에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지만, 돌아온다면 그 누구보다도 반길 이들은 시청자와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유재석과 가족들이기에 누구든 그의 컴백을 바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쉽게 복귀하지 못하는 건 사실 현실이 모두 따라주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과거 어떠한 멤버에게라도 기댈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현재는 그런 환경이 아니기에 더욱 복귀가 힘들 수도 있다. 누구보다 친한 유재석과 노홍철, 길이 옆에서 든든하게 있을 땐 그의 불안장애 증세가 덜했을 수 있지만, 방어막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은 그가 쉽게 컴백을 못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일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모든 조건이 맞는 상황이라면 좀 더 힘을 내겠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되기에 그는 쉽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시청자가 알만한 사실이기에 쉽지 않은 그의 컴백이 더욱 짠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형돈도 아프지만, 시청자도 아파하고 있다. 좋아하고 만나고 싶은 가족을 의도치 않은 여러 요소가 막고 있어 못 만나는 현실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일이다. 시청자가 아프다면 그도 아플 것이고, 그가 아프면 시청자도 아플 것이다.
작은 분량이지만, 그의 분량이 무척이나 커 보였던 건 시청자가 바라는 마음의 크기가 그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정형돈 복귀는 현실적으로 당장 힘들지만, 그가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를 하고 힘을 내 <무한도전>에도 다시 복귀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기에 그리워하지만, 그를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는 짧게 등장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등장했기에 더욱 ‘무한상사 2016’은 진지하고 짠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그게 바로 그의 무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