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출연을 약속했다는 할리우드 스타 배우 맷 데이먼의 출연이 최종적으로 불발됐다. 이에 김태호 PD는 아쉬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섭외는 무리한 면이 있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은 반성을 해야 한다.
<무한도전>은 맷 데이먼의 영화 <제이슨 본>의 홍보 일정에 맞춰 프로그램 출연을 성사시켰다. 문제는 프로그램 대표 코너 격인 ‘무한상사’ 코너에 맷 데이먼을 출연시키고자 했다는 점이다.
‘무한상사’는 콩트를 하지만 연기를 필요로 하는 코너다. 코미디 연기라도 연기이고, 단순한 콩트가 아닌 연기가 들어가는 코너였다면 애초 기획 제안한 것은 무리수였다.
잭 블랙은 <무한도전>에 출연해 연기를 한 것이 아니다. 그가 쉽게 프로그램 출연에 응한 것은 이벤트성 코미디를 보여주는 촬영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잭 블랙에게 맷 데이먼과 똑같이 ‘무한상사’에서 연기 개념이 들어가는 부분을 소화해 달라고 했다면, 그도 역시 출연을 고사했을 가능성은 크다.
또 만약 잭 블랙이 ‘무한상사’ 코너 연기를 했더라면 그건 맷 데이먼보다는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에서 가능했을 수 있으나, 맷 데이먼은 영화의 성격 때문이라도 연기를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은 액션 장르의 영화이고 그가 해온 대부분의 영화가 모험이나 액션 장르의 영화였기에, 출연하는 영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연기를 하는 ‘무한상사’의 개념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무한상사’ 개념은 콩트였지만, <무한도전>이 제안한 특별판 ‘무한상사’의 개념은 ‘맷 데이먼이 자연스럽게 무한상사에 녹아드는 것으로 짧은 액션 콘티도 준비해서 보냈다’고 했듯, 비슷한 개념의 연기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들의 개념에선 이런 부분은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자신의 영화 홍보를 위해 다른 곳에서 연기한다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영화에 대한 매너에서도 어긋나는 행동이고, 한 작품에 대한 몰입을 극도로 존중하는 문화에서 동시에 다른 영화나 작품에 출연한다는 의미에서도 크든 작든 <무한도전>의 코너는 손사래를 칠 일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에이전시를 통해 배우와 소통한 부분이 어긋난 것은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소화해야 하는지 설명이 안 됐기 때문일 것이다. 액션 씬이 아닌 코미디의 개념에서 설명했기에 출연을 결심했겠지만, 연기와 그 연기에 따르는 액션 씬까지 있다는 점은 배우에겐 내키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기에 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이 아닌 코미디 영화나 로맨스 영화를 가지고 홍보차 내한했다면 혹시라도 ‘무한상사’에서의 역할을 했을지 모르나, 이번 영화와 관련해 작게라도 유사한 류의 연기를 하는 코너 연기였기에 거절은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를 일이다.
일단 일차적으로 가장 큰 잘못을 한 건 소통의 창구가 되어야 할 에이전시의 잘못이 커 보이지만, 못지않게 잘못한 것은 <무한도전>이기도 하다.
배우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무리한 역할 섭외였다는 점에서 잘못은 <무한도전>에 있다.
어쨌든 <무한도전-무한상사 특별판>은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투입되는 대형 기획 작품이고, 그 대형 기획은 맷 데이먼보다는 ‘무도’를 위한 기획이니 공동의 이익을 위한 기획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무한도전>과 김태호 PD가 맷 데이먼을 ‘무한상사’에 출연시켜 영화와 성격을 같이 하는 기획을 한 건 그를 위한 배려였을지 몰라도, 그 배려가 그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서 이루어진 배려였기에 불발도 된 것이다. 반성은 그래서 필요하다.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