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산다, 점점 ‘남자의 자격’화 되어가나?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1. 17. 12:05
남자들이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의 부제를 달고 나온 <남자의 자격>은 수많은 도전을 한 KBS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들이 도전한 종류는 무척 많으며, 그중 회화 공부와 건강검진, 화보 찍기는 우리가 쉽게 기억하는 도전 종목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다시 보게 된 것은 그리 좋지 않은 기분을 갖게 한다.
이 두
프로그램의 성격은 같은 남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명확히 다른 것은 프로그램 차원에서(남자의 자격) 남자가 하는 일을 소개하느냐,
아니면 개인이 접근하느냐(나 혼자 산다)의 차이였는데, 현재 <나 혼자 산다>는 그 경계가 모호해져 이제는
<남자의 자격>화 되고 있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이번 <나 혼자 산다> 88회에서 보인 무지개 정모는 남성 패션잡지에 실릴 화보를 찍고자 회원들이 모여, 영화 <오션스 일레븐> 컨셉 화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장면은 예능 <남자의 자격>에서 두 번이나 연출된 장면이다. 한 번은 이번 기획과 같은 장면이었고, 또 한 번은 다이어트를 통해 멋진 화보를 남기고자 하는 차원에서 접근한 연출이다.
<남자의 자격>의 경우 프로그램 차원에서 기획된 접근이었다는 점에서 그래도 이해는 해줄 수 있으나, <나 혼자 산다>가 이 장면을 넣은 것은 공감해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나 혼자 산다>는 기본적으로 <남자의 자격>과는 다른 접근법이 있다. <나 혼자 산다>는 개인의 솔로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고, 부족한 부분을 삼삼오오 모여 채우고 변화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데 그 장점이 있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뭔가를 하려는 모습보다는 개인의 단점을 보여주고 보완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장점이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것은 친목 도모를 위한 무지개 회원 반상회 차원이었기에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솔로 회원들이 모여 자신과 다른 회원들의 모습을 보고 수다 떠는 모습은 반상회에서 한 번쯤 볼만한 장면이고, 그 모습들이 보였기에 익숙했던 것이 <나 혼자 산다>였다.
하지만 이번 <나 혼자 산다>는 그 장점들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줬다.
또한, 전현무가 코골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장면도 이미 <나 혼자 산다>에서 보이던 장면과는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기존 병원 방문은 개인의 필요에 의한 방문이었지만, 이번 전현무 병원 방문과 이전 한두 케이스는 프로그램이 기획한 듯한 방문이어서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모습은 <나 혼자 산다>의 연출 패턴보다는 <남자의 자격> 기획 패턴과 비슷해 의아할 수밖에 없는 것.
대수롭지 않게 본다면 왜 그 작은 것을 지적하느냐 할 수 있지만, 최초 <나 혼자 산다>의 장점이었던 부분이 기존 타 예능과 비슷해져 장점이 무뎌지는 것이라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번 방송은 <나 혼자 산다>의 장점이 무뎌진 장면들이 많았다. 강남과 전현무의 이야기는 10분이면 방송될 내용을 질질 끌었고, 다 같이 모인 무지개 회원들의 방송 분량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파비앙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방송이 끝나 팬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나 혼자 산다>의 장점 중 하나라면 포커스를 적당히 배분하는 능력이었는데, 이번 방송에서는 그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전체가 도전하는 미션을 수행하다 보니 그 장점에 신경을 못 쓴 것일 수 있지만, 점점 개인보다는 더 많은 이를 한꺼번에 담아 내려다보니 <나 혼자 산다>가 <남자의 자격>화 되어 가는 듯 보이고 있다.
무지개 회원들을 이끌어 줄 회장이 자리를 비운 영향일까? <나 혼자 산다> 단체 씬은 기존에 보지 못한 맹물 같은 맛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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