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박준형의 깊은 사고가 놀랍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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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러브라인에 집착하는 <룸메이트>는 아직도 그 버릇을 못 고치고 있고, 연출을 위한 선행 장면은 하지 않느니만 못 한데도 끼워 넣고 있다. 가족의 관계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음에도 연일 계속되는 게스트 출연은 이곳이 게스트하우스인가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가족이 되어 가는 개념의 <룸메이트>를 지향하는 듯했지만, 능력 없는 연출은 가족보다는 남을 더 부각시켰고, <룸메이트>는 어느새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 집단이 되어 놀고 마시고 춤추는 그저 그런 느낌 없는 집단이 되어 왔다.

이번 <룸메이트>는 크게 연예대상에서 멤버들이 상 받은 것을 부각시켰고, 연예대상에 함께한 장예원 아나운서를 초대했다. 또 새해 연탄이 부족한 북정마을에 연탄봉사 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어진 장면은 목욕탕에서 더럽혀진 몸을 씻어내는 장면이었으며, 집으로 돌아와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는 씬으로 한 회가 마무리됐다.

전체 방송분에서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은 박준형과 이동욱, 오타니 료헤이가 나누는 대화 분이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칭찬할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이 넘쳐났다.



장예원 아나운서를 집으로 초대해 연예대상에서 할 퍼포먼스를 짜기 위한 모습들은 매번 봐오던 <룸메이트> 식 놀이였고, 박태환과의 관계 해명은 왜 다시 부각시키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연탄봉사를 하는 <룸메이트> 식구들의 모습은 봉사이니 무조건 칭찬하는 게 옳겠으나, 형식적인 봉사의 모습이었기에 보기가 민망했다. <힐링캠프>에서 션이 리드한 것과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의 형식적인 면을 보였다.

고마움을 베푸는 연탄봉사에 주민이 고마워하는 데도 퉁명스러움을 보이는 연기자의 모습. 그저 자기들이 하는 봉사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방식. 고맙다고 밥 먹고 가라 하는 정을 담고자 했지만, 그 또한 연출 냄새가 폴폴 풍겼다.

기획된 연출의 모습만을 찍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기에 칭찬할 수 없고,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적 연출이 보여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모든 연출은 실패한 것이기에 이번 <룸메이트>는 연출로 칭찬할 만한 곳이 한 곳도 없다. 하지만 뜻밖에 얻어걸린 명장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박준형과 이동욱, 오타니 료헤이의 대화 장면.

정말 볼만한 장면의 시작은 오타니 료헤이가 열었다. 료헤이는 영화 <명량>에 출연한 것이 일본에서 반감을 살 수 있는데도 용기 있었다고 칭찬하자, ‘그것은 침략전쟁이었고, 그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옳은 쪽을 선택한 것이 조선이었을 뿐이다’며 말했고, 이어 ‘그렇다고 해서 일본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자기 믿음을 밝힌 장면은 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어 감탄케 한 장면이다.



박준형도 놀라웠다. 박준형은 한글을 똑바로 배워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이에 료헤이가 형은 미국 사람이니 좀 어색해도 되지 않느냐는 투의 말을 하자, “나 한국 사람인데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다. 한국 사람이라 내가 더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해 놀라움을 줬다. 사실 당연한 건데 그 당연함이 없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기에 그의 생각이 더 멋져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박준형이 또 한 번 놀라게 한 장면은 이동욱의 고민을 제대로 카운슬링 해준 장면. 이동욱은 “나는 속이 좁다. 남의 말을 잘 못 들어준다”며 고민을 말하자, 박준형은 “아니다. 넌 A에서 B 지점을 미리 가봤고,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A에서 B를 한 번도 못 가봤기 때문에 네가 그 사람을 위해 (아는 것을) 가르쳐 주면 네 마음도 좋아지고 느긋해질 것이다. 네가 도와주면 잘난 놈이 되는 것이다”라고 해 감탄케 했다.

이런 박준형의 말은 사실 누구에게 배웠다기보다 스스로 살아오며 생각했던 것을 말해준 것이기에 더 놀라웠다. 그만큼 무언가를 깊게 관찰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었기에 감탄케 하는 것이다.

비록 한국말엔 아직도 서툴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사랑. 자부심은 누구보다 가득한 그였기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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