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자기비판에 소홀하지 않은 놀라운 예능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12. 15. 07:00
반성 없이는 발전이 없는 법이다. 설령 반성 없이 발전했다고 해도 그 발전은 모래성 같아서 언제 무너져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기비판적 자세를 취할 때 단점은 보완돼 더욱 단단해진다.
<무한도전>은 길의 음주운전 사건에 이어 노홍철까지, 음주로 두 명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최적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이 최악의 환경이 된 현재는 <무한도전>에 가장 큰 위기인 시기다. 누수를 최소화해야 둑도 터지지 않기에 내부 무장을 더욱 단단히 해야 하는 것이 <무한도전>.
현재 <무한도전>의 멤버는 5인으로 빠듯한 인력 구성이며, 큰 프로젝트를 하기에 무리가 있는 인원이다. 아니 오히려 작게 하는 프로젝트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구성이기에 더욱 문제일 수밖에 없다.
노홍철은 <무한도전>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인재다. 노홍철이 빠진 자리는 그만큼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한계점을 주기에 프로젝트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길의 자리는 크지 않지만, 사실 그가 있던 자리도 다른 멤버들에게 여유로움을 줄 수 있는 자리로, 채워지면 더없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이 둘의 자리를 채울 수 없는 게 <무한도전>의 상황이고, 이 자리는 누굴 대신 채울만한 자리도 아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로 비워두는 것이 <무한도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무한도전>은 최악의 상황이고, 더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단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유재석과 연출하는 김태호 PD는 내부적으로 약속한 ‘프로그램 촬영 전날 금주 약속’에 대해서 멤버들이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가를 점검했다.
유재석이야 워낙 술을 마시지 않기에 혼자 유리할 수 있었지만, 위기인 시기에 촬영 전날 금주는 누가 유리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 약속을 지키고자 함은 누군가를 가리지 않고 지켜야 하는 규칙이었기에 유리함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더욱이 멤버 두 명이 음주와 관련해 하차한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기에 내부 점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긴급점검 ‘유혹의 거인’ 아이디어는 누구나 할 수 없는 아이디어이기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흉을 대놓고 보이는 것을 과연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어떤 예능도 자기 잘못을 드러낸 적이 없기에 <무한도전>의 이번 자기비판적 점검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예능은 자기 식구 감싸기에 골몰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큰 잘못을 했다고 해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뿐. 프로그램이 나서 잘못에 대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사과한다 해도 형식적으로 했을 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고, 억지로 하는 듯한 모양새도 많았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달랐다. 거듭된 사과에,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내부 단속을 까다롭게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더욱 단단해지려 했다.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이 당당 하려면 깨끗해야 한다고, <무한도전>은 자신을 질책하고 잘못된 점에 대해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아낌없이 비판하고 나섰다.
‘땅콩항공’이라 조롱거리가 된 ‘땅콩리턴’ 사건에 대해서도 자막으로 풍자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잘못도 도마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멤버 중 3인이 ‘유혹의 거인’ 꼬임에 넘어간 것은 사실 누구라도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명수의 농 섞인 말대로 ‘술 마시고 뭘 타는지 보면 된다’는 말대로 깨끗하게 뒤처리가 되면 아무 문제는 없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위기의식을 갖고자 내부에서 약속하고 규칙으로 만든 촬영 전날 금주는, 책임감에서라도 서로 지키려는 모습이었다.
또한, 위기의 상황에 자신들이 저지를 수 있는 안 좋은 일을 미연에 방지코자 시청자에게 도움을 청한 마지막 유재석의 부탁도 놀라움이었다. 제보를 통해서라도 막고자 하는 태도가 엿보였기에 놀라웠던 것. 이런 <무한도전>의 긴급점검은 지인에게도 위기 상황에 협조해 달라는 무언의 부탁이었기에 필요한 특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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