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이 시대 까탈쟁이들에게 두 손들고 싶을 것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10. 13. 07:00
9년차 예능 <무한도전>이 미래를 그리 밝게 보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이 시대 까탈쟁이들인 시청자와 누리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저 콘텐츠의 부족보다는 그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매번 맞출 수 없기에, 말 없이 들어야 하는 투정은 꽤 큰 고민일 것.
방송이 끝나면 매번 입맛 다른 시청자는 게시판이나 포털 댓글 란에 갖은 투정을 다 부리는 모습을 보인다. 당장 이번 ‘한글날 특집’에서도 농담 한 마디를 진심이라 믿고자 자신과 주변 누리꾼을 부화뇌동 세뇌하는 이들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지난 ‘라디오스타’ 특집에서 정형돈은 예능보다는 다큐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론 웃음도 준 게 그다. 그런 정형돈에게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이 농담으로 지루했다는 평을 내놓자, 그것을 물고 늘어지는 일부 시청자는 그게 잘못되었다고 하며 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예능의 특성과 개인적인 친분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농담임을 간과한 일부 시청자의 속 좁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 평소 농담까지도 물고 늘어지는 시청자의 속 좁음에 <무한도전>은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지 무척 고민스러울 것이다.
그게 진심이 아닌 것은 누구나 쉽게 알만하다. 그전 주 방송을 봤다면 정형돈이 라디오 방송하는 것에 걱정된 멤버들의 보살핌을 충분히 목격했을 터. 그럼에도 이전 기억을 일부 시청자는 상실한 것인지 통 기억을 못한 채 유재석의 그 한마디를 꼬투리 삼아 비난하고 있다. 이에 오랜 시청자들은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
<무한도전>은 이번 해가 벌써 9년차가 되어가는 시기이며 방송으로는 400회를 맞이한 방송으로, 굳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설명하지 않아도 같이 해온 시청자나 넓게는 대중 모두가 그 포맷을 알기에 큰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매번 아무것도 아닌 것에 목매는 극성 시청자들의 항의는 어떻게 입맛을 맞춰야 하는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이번 399회 <무한도전>은 ‘한글날 특집’으로, 우리가 기본을 벗어나 언어를 언어답게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반성하게 한 특집으로 기획력에 칭찬할 수밖에 없다.
딱딱한 주제를 부드럽게 하고자 요즘 10대인 중3 학생들의 SNS 대화에 참여해 말이 통하는가? 에 대한 여부를 확인했고, 멤버들이 현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많이 한글 파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또 그 평가에 이어 맞춤법 테스트를 거쳐 현장에 직접 나가 교육을 받는 열의를 보였다. 그러고도 개선의 여지를 안 보인 멤버라면 응당 벌칙을 받아야 한다고 시궁창 같은 물에 입수를 시킨 것은 예능적 표현이었지만, 그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기획력과 연출력, 멤버들의 열성은 자신의 사생활 일부도 그것이 진정성의 한 축이라고 노출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어서 칭찬할 만했다. 노홍철은 가까운 과거의 일이지만, 짝사랑했던 금발 미녀에 대한 스토리를 방송하는데 동의를 해 전파를 탔고, 하하는 시청자라 생각하여 잘해준 남자에게 협박을 받은 사연을 고스란히 털어놨다. 원래 <무한도전>이라면 이런 부분은 필터링 되어 잘려 나갔을 테지만, 방송된 것은 그것이 진정성을 해칠 것 같기에 선택한 방법이라 칭찬은 당연하다.
그 긴 러닝타임에서 매끄럽게 편집이 덜 된 방송사고 분 조금과 정형돈에 대한 유재석과 멤버들의 농담 하나를 꼬투리 삼아 그들의 노력 모두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모는 것은 그래서 속 좁아 보일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제작진의 연출과 기획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좋은 방송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속 좁은 시청자와 누리꾼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지점.
꼬투리 잡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 방송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둘 특집이었음에도, 방송이 끝나고 엉뚱한 방향으로 화제가 돼 제작진의 열정까지 깎는 결과가 되었다. 매번 이런 식이었기에 문제인 것. 그곳에 신경쓰지 않아도 <무한도전: 한글날 특집>에서는 '노홍철의 잎아리', 정준하 박명수가 다투며 생긴 별명 '정재수와 역겹이'의 탄생, 중3 학생들과의 배꼽빼는 카톡대화 등 포복절도할 웃음을 찾을 수 있었기에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에서 출제된 맞춤법은 우리가 흔히 틀리는 것들이다. 또 유재석과 노홍철이 찾은 유치원에서 꼬마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어른들의 언어습관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엉뚱한 화제로 이런 좋은 의미를 퇴색시키는 그들이 그래서 원망스럽다.
매번 정말 억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항의와 비난을 일삼는 속 좁은 시청자와 누리꾼. 그리고 언론들로 인해 대다수의 시청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제작진과 연기자들의 열정을 깎아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제작진과 연기자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연출을 하고 싶어 하나, 현시대의 옹졸한 시청자와 누리꾼. 그리고 언론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 이러니 제작진이 힘들 수밖에! 또한,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