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가 잘못된 건, 가족이란 마인드가 없는 것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9. 2. 07:00
SBS 일요예능 <룸메이트>의 부진의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가족’, 그 가족이란 마인드가 느껴지지 않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간단한 것도 못하니 시청률은 바닥을 치는 것이고, 이는 시청자를 설득 못한 제작진의 잘못된 연출에서 기인한 것이다.
<룸메이트>는 최초 관계 설정을 제대로 못하고 들어간 프로그램이다. 가장 기본적인 ‘룸메이트’라는 단어의 개념을 대충 생각한 것부터 잘못됐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될 땐 이 말이 있었다. ‘가족’이란 말과 ‘식구’라는 말. 그래서 시청자도 그 점을 기다렸지만, 결과적으로 가족과 식구란 개념을 찾아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 <룸메이트>였다.
방송 1, 2화에서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풀어나가는 방송이기에 관계 설정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소설이든 만화든 인물을 소개하며 가장 우선시하는 게 인물의 성격과 관계 설정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 프로그램은 식구가 많아서인지 등장하는 순서대로 관계를 만들어 가는 방식을 써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웠다. 표현 안 된 멤버도 있다.
애초 멤버 별로 삼삼오오 짝을 이룬 촬영을 하고, 전체가 모이는 씬을 붙여넣는 방식으로 한 가족을 고루 비쳤다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보여주지 않았다.
활약이 있는 멤버 위주로 스팟성 조명을 넣으려 했던 것인지 계획이 드러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타 프로그램을 통해 대활약을 보인 박봄 위주로 가려 했지만, 바로 안 좋은 이슈가 터져 제대로 조명을 하지 못하자 엉뚱한 곳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 <룸메이트>다.
박봄이 활약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룸메이트>의 시선은 이슈가 되는 나나와 조세호로 향했고, 지금까지도 이 시선은 거두지 않는 모습이다. 중간에 서강준과 박민우의 티격태격 장면도 있었지만, 현재 줄기차게 나나와 조세호를 향한 시선은 멈추질 않고 있다.
바로 이 장면은 <룸메이트>가 가장 잘못하고 있는 연출. 가족이라 말할 수 있는 이들에게 러브라인을 씌워 어색한 관계로 만드는 것은 시청자에게는 더욱 어색한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해외에서 이 러브라인에 꽂혀 있다고 해도 그는 단순히 한류스타를 좋아하기에 생기는 호감이지 진정 그 러브라인이 좋아서 응원하는 것은 아닐 텐데도, 그런 반응까지도 좋다고 생각하여 계속해서 러브라인을 삽입하고 있다.
나나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은 이해 안 가는 비호감 이미지를 벗을 수 있기 때문에 응하는 편. 그러나 가장 잘못된 것은 조세호가 나나를 향한 마음을 접지 않는 것이다.
원래 가족이란 개념에서 생겨야 할 관계는 서로를 아끼는 오빠와 동생 관계가 가장 좋은 그림이건만, 이들은 생뚱맞게도 러브라인을 타 황당하게 하고 있다. 그것도 한쪽이 일방적인 모습으로. 과장해 말한다면 가족보다는 근친상간 같은 모습을 보여 놀랍게 하고 있다.
<룸메이트>의 가장 큰 문제는 연출력 부재에 있다. 가족과 식구라는 개념에서 따스한 면을 부각시키고 각 가족의 장점을 보여야 하는데, 이들은 가족 중 일부를 지독히도 편애하는 방송을 보이고 있다.
박봄을 비추기 시작하면 박봄만 보이는 방송, 송가연을 비추면 송가연만 보이는 방송. 현재 18화까지 방송된 것 중 이런 식이었기에 안 보인 멤버는 많았다. 기억해 보라. 이소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활약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까칠한 언니 정도로만 보이고 이미지가 좋아지기는 커녕 나빠지기만 했다.
이 프로그램이 잘못된 점은 가족이란 마인드가 없다는 점이다. 박봄 이슈가 말할 수 없이 큰 이슈였다고 해도 가족이 가족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했다. 어떻게라도 프로그램에서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다면, 그것이 비난받을 행동이라도 마냥 비난할 수 없었던 점일 것이다. 가족은 많은데, 정작 가족과 상의할 수 없게 출연자를 내팽개치는 모습은 좋을 리 없다. 시청자가 하차를 종용해도 가족이 가족을 버릴 수 없음을 꾸준히 어필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신성우는 “빨리 알았다면 더 챙겨줬을 텐데”라며 먼저 나간 멤버를 생각하는 듯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가족인데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가 인사도 나눌 수 없는 상태로 헤어졌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방송과는 별개로 신성우는 자신의 트위터로 <룸메이트> 하차를 선언했다. 그가 말한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소통을 할 수 없었다는 점과 하나둘씩 비어가는 가족들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한 점이다. 나갈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이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신성우 트위터 캡처>
신성우는 ‘내가 원한 건 처음부터 같은 식구들이 존재하는 룸메이트이길 원한 것’이라고 한 점에서 확실히 <룸메이트>가 가족보다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신성우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애초 가족보다는 러브라인에 눈이 돌아간 제작진의 잘못된 연출력은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아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하나가 되길 원했고, 모두가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을 기대했을 테지만, 그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예능 출연을 하는 이가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려 나올 이유는 없다. 공통된 목표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서 출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성격 파탄자처럼 그려졌다.
결과적으로 가족이 되지 못하게 하는 <룸메이트> 프로그램 성격이기에 출연자는 떠나는 것이다. 같은 시간대 경쟁작은 아니었지만, 케이블에서 종영된 <셰어하우스>는 오히려 식구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냈다. 서로 아끼는 모습들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룸메이트>에서는 치유보다는 분란. 그리고 가족을 내팽개치는 모습만을 보여 아쉬움을 샀다.
<룸메이트>가 지금 당장 버려야 하는 구도는 바로 나나와 조세호의 러브라인 구도다. 그리고 따스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진짜 가족은 어려워도 가족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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