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이, 아줌마 수다만 있는 예능?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7. 9. 13:04
첫 회 <매직아이>의 전체 분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아줌마 수다’ 분량이었다. 3인 여성 MC인 이효리-문소리-홍진경의 수다가 주를 이룬 첫 회는 왜 게스트 MC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매직아이>는 이효리-문소리-홍진경 3 MC 체계에 소통전문가인 김창옥이 함께하며 ‘매직아이 선정뉴스(선을 정하는 뉴스)를 1부 코너에 진행한다. 그리고 2부에는 김구라와 배성재가 ‘숨은 얘기 찾기’를 통해 남들이 모르는 현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로 첫 회에는 배성재를 대신해 유정현이 참여했으나 ‘왜 하는가?’란 회의감을 가질 정도로 큰 메시지를 뽑아내지 못했다.
파일럿으로 한 회 방송되었던 <매직아이>는 진행이 산만하고 전체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대체 어떻게 끌고 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난무하는 성적 이야기는 이 예능이 <마녀사냥> 같은 19금 토크류의 예능인가? 싶을 정도로 아찔한 면을 주기도 했다. 이효리의 ‘질외사정’이니 뭐니 하는 애드리브는 놀라움을 넘어 말을 잇지 못하게 했던 장면.
첫 파일럿 방송에서 말이 나오자 순화시켜 나온 <매직아이> 첫 회는 19금이라 표현할 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문소리의 지나친 신음소리 묘사는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선정뉴스’를 통해 제시된 키워드인 ‘킬링분노’에 대한 MC들의 생각과 소통전문가의 생각. 그리고 초대된 게스트 MC인 주지훈과 이광수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이었지만, 소통은 부족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위에서 일어난 이야기만을 했을 뿐. 어떻게 분노를 다스려야 하는가에 대한 제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이야기에 비해 해결책은 극소량 이었을 뿐.
이효리는 자신의 제주도 집에 찾아오는 팬들의 이야기와 한참 핑클로 활동하던 시절 남자 아이돌 그룹인 ‘H.O.T.’, ‘젝스키스’의 팬에게 당한 이야기. 또 광고 촬영 때 가슴골로 물을 흘리라는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에 ‘킬링분노’까지 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문소리는 화장실에서 어느 애 엄마한테 당한 이야기. 광고주가 선 통지 없이 노출 씬을 요구한 이야기. 산후 우울증을 겪은 이야기 등을 쏟아내며 수다에 참여했다. 여기에 소통전문가 김창옥 또한 자신이 겪은 우울증 이야기를 하며 분노 조절의 필요성을 수다로 풀어갔지만, 지나치게 한쪽 이야기가 많았던 탓에 게스트의 존재는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광수와 주지훈의 숨길 수 없는 예능 끼가 발산돼 웃음을 줬지만, 고정 3 MC와 패널 1인의 역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쉬움을 안겼다.
3 MC 본연의 역할인 진행 부분은 염두에 두지 않고 서로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만을 털어놓는 모습은 그저 ‘아줌마 수다’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보이게 했다.
‘세상에 숨겨진 1mm가 보인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데 그저 화제가 되는 이야기에 접근해 그들은 수다만 떨고 있다. 이 정도에서 끝나는 기획이라면 실패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김구라와 유정현이 함께한 현장에선 박원순 서울 시장의 당선에 한몫을 한 킹메이커가 등장했고, 어떻게 당선시켰는가에 대한 노하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질문이라고 한 것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낡은 신발이 설정이냐 진짜냐’란 함량 떨어지는 질문은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한 질문이었다.
이 사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는데 큰 영향력을 준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걸 질문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남들이 질문하지 않는 1mm의 숨겨진 시시껄렁한 질문이라면 하지 않는 편이 옳을 것이다.
<매직아이> 1부가 세 명의 MC와 한 명의 패널이 질문하고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자기들끼리 뭘 하든 상관없으나, 게스트를 초빙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면 자신의 이야기는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율상 7:3이 아니라면 6:4라도 게스트가 말을 해야 하는데, 첫 회는 9:1 비율로 MC들이 더 많은 대화를 했다. 게스트를 방청객이라 생각한 게 아니라면 이 점은 고쳐야 한다.
또 2부 코너 격인 ‘김구라-배성재’의 현장방문 코너도, 이 코너를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들어 갈지 고민해 봐야 한다. 남들이 못 보고, 알지 못했던 것을 전할 때 1mm의 숨겨진 이야기는 가치를 더할 것이다. 싱거운 농담 따먹기의 1mm를 시청자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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