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는 알짜, ‘꽃누나’는 부록이더라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3. 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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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 중에도 정예요원이란 게 있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이들. 오로지 그들만이 수행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임무. 하나의 미션은 일반요원도 수행할 수 있지만,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끼면 미션은 당연히 정예요원이 수행할 수밖에 없다.
<꽃보다 할배>는 나영석 PD가 CJ로 이적한 이후 이름값을 유지해준 프로그램으로 기존 <1박2일>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게 해 준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가 이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오롯이 그의 능력만 있어서는 아니다.
그의 옆에 항상 팀을 이뤄준 왕작가 이우정이 있었고, 또 여러 제작진들이 호흡을 맞췄기에 ‘꽃할배’도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의 힘만으로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정예요원으로 미션을 수행할 멤버인 ‘할배들’을 잘 만났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브랜드화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였다.
<꽃보다 할배>에서 할배 4인은 대중적으로 가장 존경을 받는 노배우들이었고, 평소 성실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배우가 출연하자 대중은 호기심에 폭발적인 관심을 가져 시즌 1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꽃할배’ 시작 전 이순재는 정도의 길을 가는 배우로서 근엄한 면이 있었고, 박근형도 근엄함의 이미지로 같은 이미지의 존경을 받아왔다. 또 그와는 다른 푸근함의 이미지로는 신구와 백일섭이 있었고,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이미 정극이나 시트콤에서 어느 정도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시작 전부터 이들의 캐릭터를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았고, 그것은 나영석 PD에게는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소였을 것이다.
이번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은 <꽃보다 누나: 크로아티아 편> 이후 방송됐지만, 재미 면이나 여러 면에서 원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이며 ‘꽃누나’는 그저 부록 정도의 역할이었다고 느끼게 했다.
‘꽃누나’는 팬심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프로그램으로써는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김희애와 이미연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지만, 애초 계획되었던 것과 달리 이승기를 조명하는 데 힘을 뺀 것은 낙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애초 계획한 것과 달리 여행도 제대로 못 보여주고, 인물의 캐릭터를 못 잡은 것은 나PD 개인으로도 ‘꽃누나’가 그리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브랜드는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생각해 보면 ‘꽃누나’에서 기억되는 것은 ‘똥 이야기’와 ‘이승기 뛰는 장면’, ‘여배우들 우는 장면’ 등 돌발적 요소가 전체 장면을 이루기에 그리 시청자에게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원조 <꽃보다 할배>가 다시 시작되자 명확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이것이 원조’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정도로 몰입게 하고 있다. 아니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할배들의 모습이 연신 놀라움을 주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시즌1에서 그들이 재미가 없던 게 아니다. 명확한 히트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게 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였건만, ‘스페인 편’은 더욱 큰 재미를 주고 있다.
‘꽃할배’의 스페인 편 이야기가 더욱 큰 재미를 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전작이었던 ‘꽃누나’가 빼놓은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꽃누나’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여행 장면들은 ‘꽃할배’ 스페인 편 두 편에서 벌써 다 보여줬을 정도로 임팩트도 크다. ‘꽃누나’가 여행을 제대로 못 보여주다 마지막 두 편에서 보여줬다면, ‘꽃할배’는 그 모든 장면의 임팩트를 두 편에서 보여줄 정도로 강력했다. ‘가우디’라는 검색어는 이틀 간 주요 검색어 상위에서 노출되고 있으니 얼마나 잘 보여줬는가를 알게 한다. 허나 ‘꽃누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건 단순히 못 보여줘서가 아니라 남기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정도라는 건, 나영석 PD와 제작진이 보여주는 능력이 이번 두 편에서 충분히 보였다는 점에서 못 남겨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꽃누나’의 크로아티아 편이 기상 등 여러 악재로 여행 부분을 충실히 못 보여줬다고 하면, 인물이라도 제대로 조명이 돼야 했음에도 초반을 빼놓고는 여배우들의 캐릭터조차 조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승기를 더 조명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이승기를 집중 조명하고자 했다면 그건 제작진의 완전한 오판이 맞다.
<꽃보다 할배-스페인 편>은 1회와 2회에서 할배들이 자체적으로 시도하는 중급여행의 포맷이었고, 숙소 도착하기까지와 이서진이 도착하기 전 찾은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의 여행이야기가 펼쳐졌다. 가우디의 건축물과 양식을 보며 감탄할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으며, 할배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웃음 모두를 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원조의 위엄이란 걸 같은 제작진이어도 여실히 다른 장면으로 보여줬다. 원판과 부록은 역시 노력해도 같은 급은 되지 못한다. 짐꾼 이서진도 실수하지만, 출중한 능력이 있기에 듬직한 원판의 능력자로 자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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