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할배’ 이순재 고난과 사기꾼 나PD 활약에 웃퍼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3. 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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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을 시작한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는 스페인. 이 스페인을 향해 가는 ‘꽃할배’에게 생각지 않은 변수가 생겨 그들은 무척이나 큰 고생을 했다. 특히 이순재는 팀의 리더로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고,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보다는 팀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 마음 짠하게 했다.
‘꽃할배’에게 시련을 준 주인공은 누구보다 믿는 나영석 PD여서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 의도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딱히 비판하기도 모호한 상태다. 그러나 또 결과를 두고는 한 말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의도는 좋았으나 그 과정을 헤쳐나가는 대상의 고생이 너무 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질책은 가해야만 할 듯 보인다.
나영석 PD는 이번 여행을 ‘중급 배낭여행’이라는 컨셉으로 잡아 조금이나마 더 여행답게 보이게 하려 ‘꽃할배’의 용돈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조금 더 절약하여 실제 배낭 여행하는 이들과 최대한 비슷한 여행이 되게 하겠다는 복안이었던 것.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반대의 입장에 부딪혔고, 어떻게 해서라도 나PD는 기획한 대로 끌어가기 위해 팀에서 가장 온순한 첫째 이순재를 선택해 사기 수준의 계약을 하는 데 성공한다.
나PD는 용돈 계약에서 한 번 계약하면 이의가 없어야 하고, 용돈의 분실과 과소비, 도난 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을 본인에게 있다는 계약을 내용도 읽어보지 못하는 수준에서 사인(sign)을 유도했다. 이에 이순재는 평소 신뢰하는 관계였기에 내용은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한 것.
하지만 이 계약 과정이 유독 씁쓸했던 것은 실제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상황과 비슷해도 너무도 비슷했다는 점이고, 그 피해가 실제 방송 내내 보였다는 점 때문에 시청자가 작게나마 화낼 요소는 다분했다.
‘중급 배낭여행’ 컨셉은 당연히 좋은 컨셉이다. 그러나 처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신뢰를 기반한 관계를 이용한 사기를 펼쳤다는 것은 그저 웃고 넘길 수만은 없다. 우리 주변에서 늘 괴로워하는 사기와 닮은 모습으로 상대를 속였다는 것은 그 속은 이에게는 작게나마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나PD가 보여준 장난성 사기는 장난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우리 주변 사기와 닮아 있어 씁쓸했다. 내용을 보지 않고 사인하게 만드는 기술. 좋은 말에 사기성 멘트를 쓰는 기술. 쉽게 세어 보지 못할 수준으로 잔돈을 거액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 등.
또한, 첫째 이순재가 당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할 수밖에 없던 것은 우리 주변 어르신들이 혹여나 저렇게 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과 불안감이 생겼다는 점 때문이다.
박근형도 이런 상황들이 못내 아쉬워 아무 곳에나 사인하면 안 된다. 패가망신한다는 소리를 한 것이었다. 이번 기회로 그걸 좀 알았으면 하는 동생의 마음이었겠지만, 이순재의 고난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비쳤다.
자신이 적은 용돈을 받은 책임을 지겠노라 총대를 메고 여행지 첫 숙소까지 동생을 이끌려는 이순재의 고난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남들은 다 자는데 부담감 때문에 지도와 가이드북을 끊임없이 보고, 결국은 잠 한숨 못 자는 모습에, 도착해서도 기력이 현저히 떨어졌지만, 음식을 입에도 못 대는 부담감은 아무리 웃음이고, 좋은 여행의 목적이라고 해도 잔인하게 느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영석 PD는 방송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서진이 스페인에서 사기꾼 수준으로 제작진에게 접근했다고 했지만, 첫 회를 본 결과 그 접근은 사기를 당하고 고생하는 어르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나영석 PD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으나, 그 대상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노력이 조금만 있었다면 하는 바람은 가질 수밖에 없다. 나영석 PD 또한 그런 자신의 행동이 어쩔 수 없이 죄송한 일이었기에 더 노력하는 모습이었지만, 어르신의 건강은 노파심이 날 정도로 걱정해도 모자르기에 시청자는 더 걱정됐을 것이다.
‘꽃할배’ 첫째 이순재는 도착해서부터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고, 긴장과 부담으로 기력을 보충하지 못하는 모습이 제작진이 바라는 모습은 아니었을 테니 그들도 걱정은 됐을 것이다. 그 상황들을 모르는 게 아니기에 더 안타까운 ‘순대장의 고난기’였다. 웃기면서도 왠지 슬픈 ‘꽃할배’의 스페인 여행기 첫 회는 그렇게 끝났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행동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순재의 모습은 감탄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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