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유재석과 박수홍의 티격태격이 없었다면?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1. 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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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신년기획 ‘런닝맨 요리대전’에서 유재석과 박수홍의 티격태격 씬이 없었다면, 이번 <런닝맨>은 단연코 웃음 주는 데 실패한 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 둘의 씬에서만 웃음이 나왔기 때문. 타 멤버들 나오는 씬에서는 상황극만 보였을 뿐 자연스러운 면이 묻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사실 이런 부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간 <런닝맨>은 개인보다는 팀전의 성격이 강했고, 개인이 게임에 이긴다고 하더라도 팀이 있는 상태에서 개인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만이 주는 웃음은 없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유재석이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기둥 같은 존재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사이, 작은 공백은 공백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유재석은 각 멤버들 사이를 끈끈한 관계로 엮어 놨기 때문에 <런닝맨>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팀 대항전을 할 수 있었다.
유재석과 이광수가 팀이 될 땐 ‘유이커플’, 이광수와 지석진이 팀이 될 땐 ‘이지커플’, 개리와 송지효는 ‘월요커플’ 등 수많은 커플들이 존재한 것은 그 나름의 팀 호흡이 어떤 것인가를 학습시켰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고, 큰 웃음이 될 수 있는 조합이 되어 지금까지 탄탄히 성장했다.
하지만 팀이 아닌 개인으로 뿔뿔이 흩어놓자 그 시스템은 물처럼 흘러내려 형상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됐고, 오롯이 제 역할을 보인 것은 유재석 혼자였다.
그간 <런닝맨> 멤버들은 모두 개인보다는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는 방식의 웃음만을 보였다. 그래서 혼자 손님을 맞는 방법을 모르는 듯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백치 수준으로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간 보여왔던 웃음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인지 소소한 웃음 정도로 느껴진 것은 또 어쩔 수 없다.
송지효와 이동욱이 동갑내기로 드라마에 이어 예능에서 만나 준 웃음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웃길 수 있는 수준은 넘겼으나 상대적으로 꼬마신랑 꼬마신부가 소꿉놀이를 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석진도 김경호를 만나 주는 웃음도 평상적인 선에서는 웃기는 수준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빵 터지는 웃음은 주지 못했다. 개리와 재경도 누군가가 있어야 웃길 수 있던 분위기였고, 김종국과 송경아 또한 의지는 보였으나 크게 웃음을 주지는 못 했다. 광수와 존박, 하하와 성규도 마찬가지.
그들은 한결같이 일대 일에서 분위기를 이끌지 못했다. 그러나 한가지 주지해야 할 것은 그들이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 예능에 그렇게 소질이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은 그들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기본 조건이었다.
따지고 보면 고정 멤버들의 능력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개인이 오롯이 누군가를 끊임없이 이끌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기에 웃음은 자연스레 마를 수밖에 없다.
유재석은 박수홍과 여러 장면에서 끊임없이 웃음을 줬다. 둘은 누군가 한 명이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알고 있었기에 주고받는게 자유로웠다. 유재석이 박수홍에게 깐족거리면 박수홍은 억울해 하면서 당해주고, 역전의 상황이 되면 유재석이 당해주는 그림은 매우 자연스럽게 전환이 되어 시청자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티격태격해도 그들은 그림을 그려 나가는 속도가 늘 꾸준했고, 다른 멤버들은 전체적 그림을 그려 나가는데 익숙지 못했다. 차라리 티격태격하는 그림이 그려지면 좋았을 것을 뭔가 반응을 해야겠는데, 자연스럽지 못한 그림은 오히려 마른 웃음을 웃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예를 들어 광수가 존박에게 ‘춘천 3대 막국수 비법 배워서, 그 3대 막국수의 육수를 다 섞는 건 어때?’라고 어이없는 제안을 할 때, 존박이 ‘지금 장난해요?’라며 농담을 하는 방식처럼 티격태격했다면 분위기는 이어졌을 법한데 존박은 표정으로 ‘헐!’ 정도의 반응을 보였으니 제작진이 더 큰 그림을 그려내지 못하는 이유였다. (큰 문제는 분명 아니고 그냥 예란 것을 알아두자.)
사실 이번 출연 게스트에서 가장 웃음을 뽑아내기 힘들었던 것은 하하와 짝이 된 성규. 무척이나 웃음 주려 노력하는 하하의 모습과는 달리, 따르는 성규(인피니트)는 무미건조한 반응만을 보였다. 하하는 성규의 고향 전주에서 이곳 출신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들은 몰라봤다. 하지만 성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식이었다. 매번 어딜 데리고 다니며 밑그림을 그려줘도 위에 선을 따라 그림을 못 그리는 성규는 하하를 좌절케 했을 것이다.
대부분 호흡이 안 맞고 그 반응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 예능 게스트들은 개인과의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아쉬움을 줬다. 본격적인 요리대결이 펼쳐지는 다음 그림에서는 이번보다는 더 큰 웃음이 나올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런닝맨>이 그간 자랑해온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틀 안에 멤버들이 모였기 때문. 팀 간 대결을 하더라도 기존 타 멤버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뭔 소리와 뭔 행동을 해도 능숙하게 받아주는 인물이 있기 때문에 웃음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유재석과 박수홍이 능숙히 주고받았던 깐족거림은, 평이한 웃음을 준 타 멤버들을 커버해 줘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 화로 연결될 수 있는 구심점을 이 둘은 훌륭히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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