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예대상, 존재 가치를 못 느끼는 시상식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3. 12. 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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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으로서 공정치 못한 상을 준다면 그 상의 가치는 안 받느니만 못한 가치의 상이 되니 안 받는 것이 좋다. 그런데 안 받아 좋을 입장에 선 이들에게 억지로 이상한 상을 하나 만들어 안긴다면 그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2013 KBS 연예대상’은 두 명의 MC가 굴욕적인 상을 받았다. 그 첫 번째로는 ‘중고 신인상’의 강호동이고, 두 번째로는 ‘먹방상’의 유재석이다. 이 두 MC에게 이 상은 능욕이나 다름없기에 그 어떤 행동을 해도 따로 할 말이 없다.
대상 후보에게 ‘틈새 시상식’이라고 억지로 만들어 안긴 것이 고작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인 ‘중고 신인상’과 ‘먹방상’이라니 이보다 능욕적인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2013 KBS 연예대상’은 크게 정리하면 <개그콘서트>의, <개그콘서트>에 의한, <개그콘서트>를 위한 시상식이었다. ‘코미디 남녀 신인상’, ‘방송작가상’, ‘최우수 아이디어상’, ‘코미디 남녀 우수상’, ‘코미디 남녀 최우수상’, ‘대상’의 6관왕. 이 결과 중에 대상을 빼고 5관왕이면 벌써 이 대상의 향방은 그 프로그램에서 나올 것이 뻔하다.
그러나 <개그콘서트>는 화제성이나 퀄리티 등에서 2013년 그렇게 크게 부각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흥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내리막을 타는 프로그램으로 시청률도 10% 안팎 빠졌고, 무엇보다 작품 질적인 면에서 대상을 논하기 어려운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그콘서트>가 이렇게 많은 상을 휩쓴 것은 KBS 대표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서 특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준호 대상은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줬다기보다는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1박2일>에 출연하기에 김준호에게 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KBS의 예능만을 팠기에 김준호에게 줬다는 의견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정확한 것은 김준호가 서수민 CP를 따라 <1박2일>에 출연하기에 줬다는 의견이 더 옳다 봐야 할 것이다.
김준호가 <개그콘서트>, <인간의 조건>, <1박2일> 세 프로그램을 해서 대상이라는 의견은 사실 대상의 의미를 찾으려 하기에 가져다 붙인 논리라고 봐야 한다. 그런 이유는 이 프로그램에서 김준호가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고, 역할 수행도에서도 혁혁한 공을 올렸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개그콘서트>와 <인간의 조건>은 김준현이 더 큰 공을 세웠기에 상은 김준현이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대상을 김준호가 가져간 것은 당연히 실질적 파워가 있는 서수민 CP의 사단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게 본다면 2014년 대상은 미리 정해져 있다. <1박2일> 팀에서 대상을 가져갈 것은 당연하다. 이대로 2014년을 예상해 본다면 대상의 주인공은 ‘차태현’일 가능성이 크다.
굴욕적인 상을 받은 강호동과 유재석은 이 상태라면 KBS에서 연예대상을 탈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면 아직 중역급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강호동이 더 클 것이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인사적인 면에서 따진다면 말이다.
<해피투게더>를 하는 유재석은 서수민의 라인도 아닐뿐더러, 중역급 인사들에게도 마땅히 인사적인 차원에서 혜택을 누릴 만한 라인을 생성하지 못했기에 대상은 애초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역시 실력과는 무관하게 인사적으로 말이다. 유재석의 경우 실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못 타는 경우다.
이번 시상식에서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해피투게더>가 무관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박미선이 수상했지만, 단독으로 받았다기는 무리기에 제외를 한다면 아무런 포상을 받지 못했다.
<해피투게더>는 몇 년을 한결같이 경쟁 프로그램을 이겨내며 시청률을 꾸준히 이어왔다. 프로그램의 컨텐츠가 식상해질 무렵, ‘야간매점’을 시작하며 인기를 꾸준히 이어왔음은 충분히 대상을 탈만 한데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KBS 예능의 전체적인 하강 곡선에도 불구하고 ‘해투’는 8년 간 제 역할을 했음에도 포상은 전혀 없다.
한 방송사 전체 예능 라인업에서 단독으로는 가장 안정된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능욕하는 방송사가 공정치 못하게 생각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근래 예능 프로그램 뒤에 따라붙는 ‘수신료 현실화, 건강한 공영방송의 시작입니다’라는 문구가 창피하고 마뜩잖은 것은 공정치 못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도 못 하면서 수신료만 올리려는 작태를 보여서다.
나눠먹기식 예능대상은 여전했고, 편파적인 시상도 여전했다. 공정치 못한 곳에서 대상 타면 무엇하리오. 차라리 주지나 말지. 준 ‘먹방상’이나 ‘중고신인상’이나 거둬 가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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