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우수한 기획. 밥상 엎는 박명수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3. 7. 1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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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기획은 이 이상 참신할 수 없었다. 대신 그 참신한 기획을 못 살린 것은 7~8년의 <무한도전> 내공에 십수 년이 넘는 개그맨 내공까지 합친 박명수가 프로 근성을 못 보여준 것은 참신함을 루즈하게 느끼게 하고 말았다.
이번 <무한도전: 흑과 백> 특집 방송은 게임의 룰부터 신선함 그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 목 디스크로 입원한 정준하와 탈장 수술한 정형돈이 무리해서라도 나온 정성에 제작진이 보답한 것은 그들을 위한 룰을 마련한 것.
정준하와 정형돈은 게임을 위한 작전본부의 팀장으로 자리하게 했고, 그들의 팀원이 서울 전체 구를 대상으로 한 지역 쟁탈전(땅 따먹기 식)을 벌이게 하는 룰은 긴장감 넘치는 게임을 예상케 했다.
정준하는 흑 팀이 됐고, 정형돈은 백 팀이 되어 서울 전체 25개 구를 축소화한 지도를 보며 분주하게 작전 지시를 하며 어떤 구를 접수해야 그다음이 유리한지 머리 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는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허무하게 끝나는 모양새를 보였다.
무게추가 현격하게 기울어진 게임이었다. 유재석과 박명수, 데프콘의 백팀은 연패로 사기도 저하됐고, 운도 따라주지 않아 일방적으로 게임에 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청자가 열이 났던 것은 이들이 단순히 졌다는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화만 내는 박명수 때문에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명수는 데프콘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화만 내고 짜증 내 데프콘이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어쨌든 데프콘은 <무한도전>의 빈틈을 채우러 나온 지원군인데, 지원군을 핍박하는 모습은 좋게 봐 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박명수는 데프콘이 닭싸움에 졌다고 짜증 내 했고, 유재석이 말하는 것에도 투덜대는 모습을 보였다.
데프콘이 유재석과 팀이 됐다고 좋아하자, 자신의 팀이 들어온 것을 다행으로 알라! (분량에서) 방송도 우리가 훨씬 많이 나온다(유재석을 염두에 둔)며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며 ‘좋은 형들 둬서 얼마나 좋니?’라고 했지만, 이후 보여준 모습은 불친절한 형의 모습밖에 없었다.
박명수는 게임에서도 여전히 성의 없는 모습이었다. 룰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요. 있는 룰도 뒤엎는 것이 기본이었다. 닭싸움하다가 다가오는 상대를 발로 걷어차는 것도 그대로였고, 오목을 두다 안 되겠으니 수를 물리는 것에 이어 판도 없었다. 그의 캐릭터가 반칙왕이어서 아무도 모를 정도로 교묘하고 웃음 나게 썼다면 그는 칭찬을 받았을 테지만, 수년간 반복되는 같은 형태의 뻔한 무리수 반칙은 게임의 흥을 빼앗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데프콘이 힘을 낼 수 없었던 것은 단지 패해서보다는 박명수가 그 이후에 지속해서 잊을만하면 한 번씩 쏘아대는 짜증 때문에 더 얼굴을 들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웃음기 있던 데프콘의 얼굴은 반복되는 박명수의 버럭거림과 짜증을 거치면서 구겨졌고, 자신 때문에 패했다는 생각에서의 미안함은 그렇잖아도 힘이 나지 않는 마음에 더한 주눅까지 들게 하는 듯했다.
‘너 방송하기 싫어?’, ‘아 무슨 상관이야’, 종로를 왜 버리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입 닫고 따라와’, ‘시끄러워 닭싸움도 못하는 게’의 말은 박명수가 뱉은 말이다. 그 외에 행동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이번 <무한도전: 흑과 백> 특집은 게임의 룰 상 꽤 매력 있는 특집이었다. 프로바둑기사 한해원이 등장해 해설자로 ‘무도’ 멤버들이 게임을 풀어가는 수를 읽고 전망을 하는 것도 긴장감 넘치는 재미에 이해도를 높여줬다. 또 서울 25개 구 현황판 위에서 미리 마련된 룰에 의해 인접한 구로만 움직일 수 있고, 가로막으면 유리한 룰. 찬스 3개를 적절히 이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룰 또한 흥미로웠다.
‘흑과 백’ 특집의 재미를 살린 것은 그나마 유재석과 노홍철이었다. 서로 분량을 뽑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각 게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유재석은 그 뻔한 박명수의 하찮은 멘트와 하찮은 슬랩스틱 개그를 받아주며 존재감을 빛나게 하려 했고, 박명수에게 계속 치이는 데프콘에게 힘을 주며 끝까지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을 보였다.
노홍철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사기 스킬과 상대를 도발하는 과도한 오버액션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알까기에서 유재석을 도발하는 장면은 명불허전 장면. 각 게임에서 훤히 앞을 들여다보는 노홍철의 활약은 일방적인 승리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었다.
전체적으로 유재석과 노홍철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으며, 하하와 길. 그리고 데프콘이 충실하게 게임을 수행했다. 승패를 떠나 이들은 충분한 자신의 역량을 소화한 편. 그러나 박명수는 수동적이고 게으른(나중에 타이어 뒤집기에서는 아예 처음에 서 있는 장면이 보이기도) 수준 이하의 아마추어 근성으로 이 멋진 게임을 허탈하게 했다. 미안함 잊고 한마디 한다면, 박명수는 이제 <무한도전>에서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어야 한다. <무한도전>에 그 어느 때보다 젊은 행동파의 수혈이 필요할 때다. 바보캐릭터는 봐줘도 이기적인 캐릭터를 시청자가 참고 봐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근 2년간 <무한도전>의 발전을 저해하는 캐릭터를 굳이 끌고 갈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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