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PD의 고집이 해를 끼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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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속담은 누구나 알 이야기다. 이는 어떤 풍파를 겪은 후 더욱 단단해진다는 뜻으로,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 또한 세찬 비바람에 시달렸던 프로그램으로 비 온 뒤 땅이 굳어질 수 있는 요소를 채워가기 시작했던 것은 매우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졌었다. 하지만 두 편의 녹화가 끝난 이후 방송이 된 <놀러와>는 갑자기 허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했다.

첫 편으로 녹화되었던 방송의 컨셉은 호평을 이끌어 낸 ‘트루 맨 쇼’ 코너와 ‘방바닥 콘서트’ 둘.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기본 포맷이다. 하지만 방송의 배분을 개편 초입부터 엉성하게 배치한 것은 새로 개편한 <놀러와>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주게 했다.

이미 지난 주 방송 말미 예고와 달리 이번 주 방송은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그룹 ‘들국화’의 이야기와 미니 공연으로 꾸며졌다. 즉 ‘방바닥 콘서트’ 코너만이 방송 됐다는 이야기로, 예고에서 알린 ‘고준희’가 등장한 ‘트루 맨 쇼’의 코너는 사라진 모습이었다.

PD가 녹화를 한 이후 이번 편이 특별히 욕심이 날 수 있었던 부분은 워낙 쟁쟁했던 가수인 ‘들국화’의 음악 인생과 한 시대 향수가 있던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서 오는 감동이 욕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을 수 있지만, 지나친 할애는 균형을 파괴하는 결과를 주어 진한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한다.


새로 개편된 <놀러와>의 장점은 두 개의 코너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방식의 이야기가 가장 큰 장점이다. 한 코너를 길게 배치해서 오는 식상함을 또 하나의 다른 이야기가 등장해서 시점을 다변화 시켜주는 것은, 한 게스트의 이야기가 비록 2주에 걸쳐 나온다고 할지라도 설렘과 기대를 갖게 한다.

첫 개편방송이었던 ‘트루 맨 쇼’ 인트로 편과 ‘방바닥 콘서트’의 015B의 이야기는 2주에 걸쳐 나왔지만, 지루할 틈이 없는 안정적인 방송의 모습이었다. 시청자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주고, 그 다음 주에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꽤나 균형적인 방송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두 번째 녹화였던 방바닥 콘서트의 ‘들국화 편’은 한 주를 통째로 할당 받아 방송이 되고, 못다한 이야기는 또 한 주 방송을 하게 됐다. 물론 그 결과로 예고로 알린 트루 맨 쇼 코너의 고준희 편은 그 다음 주로 밀려나게 됐다.

방바닥 콘서트 들국화 편이 재미가 없거나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명백히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편이 씁쓸한 것은 이들을 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출이 꼭 <나는 가수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 같다는 점. <나는 가수다>의 CG와 같다는 점. 큰 무대를 작은 무대로 바꿨다는 약간의 다른 점. 그리고 한 회를 모두 ‘들국화 편’에 할애를 했다는 점은 이 방송이 토크 예능보다는 음악 예능으로 기울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줄 수밖에 없다.


그룹 ‘들국화’가 만들어진 이야기. 팀의 해체와 이후 살아왔던 이야기. 팀을 평가하는 평론가의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공감을 줬을 테지만, 모든 부분을 공연으로 채우지 않았음에도 음악인들의 이야기는 곧 음악처럼 여겨지기에 우리는 이 방송을 본 후 느끼는 감정이 음악 예능인 <나는 가수다>를 본 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연출한 신PD가 같은 PD여서 그랬을 테지만, 시청자는 <놀러와>만의 새로움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기에 이번 편은 만족과 실망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다. 허나 방송이 끝난 이후 느껴지는 그 씁쓸함의 크기가 만족도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균형적인 배치를 통해서 ‘트루 맨 쇼’ 코너와 ‘방바닥 콘서트’를 할애 했다면 좀 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을 테지만, 한쪽으로 편중된 배치의 방송은 더욱 더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 ‘들국화 편’은 <놀러와> 시간에 방송이 된 <나는 가수다>처럼 느끼게 하는 결과를 주고 말았다.

‘세시봉 특집’을 성공시킨 PD로 자신에게 가장 큰 영광의 이미지를 줬다고 하여 아무 때나 똑같은 포맷으로 균형을 저해하는 것은 프로그램에 해를 줄 수밖에 없다. 간신히 젖은 나무가 온기로 말라가며 불이 피는 상태에, 다시 물을 부어 적신 것은 자부심보다는 오만함이라 할 수 있다. 호평을 받을 만한 개편을 균형을 못 맞춰 이리 만든 것이 내심 안타깝고 서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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