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칸남자, ‘착한남자’로 변경. 창작의지 꺾은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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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세계에서도 여지없이 바른 것만을 좋아하는 이들의 기준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글 파괴라는 이유를 들어 드라마 제목을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들은 결과인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직 대한민국의 창작 세계는 어둠의 세계라고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제목이 한글 표기법에서 어긋났다고 옳게 쓰라고 하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리 생각하는 이들의 생각만으로 모든 것을 각이 잡힌 기준에만 가져다 붙이려는 모습은 왠지 씁쓸하기 이를 때 없는 일로 다가온다. 게다가 제목을 고수하려는 것은 창의적인 표현을 위한 것임을 주장함에도 법적인 처리를 하겠다고 작가나 방송사를 향해 위협하며 실력행사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씁쓸한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표준어에 의해서만 한 나라가 움직인다는 것이 참 우습기 그지 없는 촌극처럼 느껴지는 것은 일반적인 생활도 아니고, 시사나 보도 프로그램도 아닌 허구나 과장이 삽입될 수 있는 드라마에까지 기준을 엄격히 하는 것은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 없게 여겨진다.

드라마 제목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라 정해진 것은 작가가 만든 극의 표현이 그렇기에 나온 최후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제목이 ‘차칸남자’로 나온 것은 “기억을 잃고 뇌손상을 입게 된 극중 인물이 일기장에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로 기재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극 중 “뇌손상을 입게 되는 은기(문채원 분)가 마루(송중기 분)를 보며, 자신의 일기장에 ‘차칸남자’로 잘못 기재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제목으로 인용하게 됐다”는 것. 이는 극의 스토리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이 조차도 한글 맞춤법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법적 소송을 걸어 강제로 제목을 바꾸려 하는 것은 촌극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뚜렷하게 무언가를 의도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낸 제목조차도 모든 것을 하나의 표준어 맞춤법에 맞추라는 것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사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사투리도 그 나라의 언어인데, 사투리조차 표준어에 맞춰 구사하라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과도 같다. 대부분의 문학 작가들은 자신의 책에 그만이 쓰는 어감의 표현이 담긴 언어를 쓰는데, 모든 것이 표준어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제목 또한 한글 맞춤법과는 다른 말이나, 이 제목 속에 있는 ‘불리운’은 작가의 고유 정서가 담긴 표현이다. 이것도 맞춤법에 따르자면 ‘불린’이 옳은 표현이다. 그러나 이는 작가의 당시 정서가 담긴 표현으로 굳이 그것까지 바꾸려는 것은 대중이 작가의 작품에 월권을 행사하는 것과도 같다.

대한민국은 창작의 의지를 꺾는 나라로 유명하다. 김기덕 감독 같은 감독이 많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이처럼 억지로 만든 틀 속에 모든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키워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일정의 허구가 삽입될 수 있으며, 작가의 의도에 따라 표현법도 달라질 수 있는 여력은 분명 있다. 그리고 그런 의도가 있다면 존중 받아야 한다. 착한남자가 ‘차칸남자’로 표현이 되었다는 것에 온통 가져다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모두 가져다 붙여 자신의 기준에 맞춰 작가의 생각까지 재단질 하려 하는 모습은 보기에 불편함이 따른다.

드라마의 제목이 왜 그렇게 변해야 했는지는 극에서 설명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극이 시작되고 대중이 나서서 그저 논란거리를 만들고, 신경 쓸 때도 많을 협회나 개인이 나서서 작가의 의도까지 법적 처리를 운운하며 월권을 하는 것은 문학창작에 큰 해를 끼치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논란거리가 생기자 시류에 편승해 쏟아져 나오는 기사 중에는 억지로 이 드라마가 막장성을 띠었다고 하는 기사까지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권하는 막장 드라마는 <아내의 유혹>, <다섯손가락>, 드라마 <너는 내 운명>, <신기생뎐>을 추천해 본다.

문학적 표현의 다양성은 당장 이해가 안 가더라도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 여러분들의 추천(view on)은 저에게 큰 힘을 줍니다. 추천쟁이는 센스쟁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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