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사악한 자는 더 사악한 자에게 먹히는 법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2. 6.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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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추적자는 한 회 한 회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을 가져다 주는 화병 근원지의 드라마다. 그러나 이 화병 나게 만드는 드라마는 너무도 현실의 모습을 세세하게 투영해 내어 또 안 보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이끌림을 준다.
시청자가 <추적자>를 보는 대는 이 드라마의 작품성뿐만 아니라, 이런 사악하고 더러운 인간들에게 당하지 말자는 분노의 마음이 들어서 꼭 봐야만 하는 드라마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 드라마의 배우들은 해도 너무 할 정도로 연기를 잘 해내어 시청자는 보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이 드라마는 특이한 점 하나가 눈에 띈다.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보이는 선과 악의 대립이 있을 시 철저할 정도로 선이 당하다가 결국에는 악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추적자>는 아직까지 선을 대표하는 소시민이 도통 악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의’가 사라진 한국에서 소시민이 제 아무리 목청을 높인다고 해도, 그 소리는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저 작은 메아리로 공명조차 이루지 못한다. 극 중 백홍석은 아무리 소시민이라 해도 우리네 사는 옆집의 사람보다 그나마 복수를 꿈꿀 여건은 된다. 조금이라도 공권력을 이용해서 더 큰 권력을 응징해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위치이긴 하나 그 조차도 이루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정의를 동원한 분노의 집행을 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시민의 모습은 슬프기 이를 때 없게 한다.
만약 백홍석이 아닌 우리네 일반 대중들이라면 어땠을까? 돌려놓고 생각해 보면 도통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욱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네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백홍석이 하는 행동이 불법과 범죄라 느껴지지만 시청자들은 백홍석이 강동윤에 대한 복수를 해 주길 바라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드라마는 처절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아픔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아무리 발악을 한다 하여 누가 도와주겠는가! 라는 자책밖에 못하는 현실. 이토록 처절하게 아픈 현실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은 낙심을 하고 모든 삶과 복수를 포기하고 사는 과정에 그러나 엉뚱한 정의는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하게 된다고 <추적자>는 좀 더 사악한 놈이 살아남는 진리를 보여준다. 먹이사슬 중에 밀림의 제왕이 될 존재가 있다면 지금 절대 못 이길 사악한 놈은 스스로 제거되는 모습을 보인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거칠 것 없는 대권 도전에 유일하게 위협 요소로 등장한 장인은 강동윤에게 절대 넘지 못 할 산으로 다가 온다. 매 회 일진일퇴를 되풀이 하는 형세지만, 역시나 강동윤도 서회장의 수완에는 비할 바가 없이 초라하다.
다 잡은 패라 여겨, 이제 이겼구나! 쾌재를 부르려는 찰나. 반전되는 현실은 막 제왕의 자리에 올라섰다 자만을 하는 이를 넉 다운 시켜 버린다. 좀 더 못 되게 행동을 하는 강동윤의 권력은 소시민인 백홍석에게 넘을 수 없는 벽과도 같은 존재지만, 강동윤은 또 서회장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존재한다.
그 벽까지 넘었다 생각할 때, 그리고 그 벽이 정복된 것 같아 막 먼지로 갈아 날려 버리려는데.. 상대는 더 큰 패를 쥐고 결국에는 경악스러운 고충을 전해주게 된다. 자신이 가장 믿고 있던 보좌관 신혜라에게 배신을 당하는 것은 자신이 한 배신을 넘어선 충격을 가져다 준다.
범 새끼를 키워 위험에 처한 강력한 권력자인 서회장이 현재 가장 큰 파워를 가진 존재이지만, 사실 이 조차도 그리 완벽하게 강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렇게 강할 것 같은 이에게 유일하게 약해지는 비단같이 순수한 딸의 존재는 어쩔 수 없이 그 조차 약해지게 만들 것 같으니 그도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고 때가 되면 스스로든 타의에 의해서든 제거될 인물로 보인다. 약하지만 더 강한 존재가 자식이라고 끝은 어쩌면 그 약하디 약한 딸을 위해 무너짐을 불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백홍석이란 존재는 현재 일반적인 국민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무리 정의를 외친다고 하더라도 그를 받아주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거나, 권력자들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것도 시도도 하지 못하고 억울함에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다.
<추적자>에서 정의를 집행하는 것은 어쩌면 진짜 정의로움이 주체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부를 지키고 자리를 지키려는 다툼을 통해 먹히고 먹히는 사슬이 정리 될 때 재편되는 권력은 나도 모르는 사이 서로를 죽이며 그 끝을 맺는 결과로 정의와는 별개로 후련함 보다 찝찝한 마음이 남게 되는 그런 정의 집행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그 모습이라면 공멸은 하겠지만, 정의의 승리가 아닌 모습이 될 것이며..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억울함은 또 어찌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그런 모습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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