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섬세함이 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다

728x90
드라마 패션왕을 생각하면 지독히도 아픈 드라마일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현실과 무한히 싸우는 주인공들의 피나는 고군분투 이야기는 시청자들까지도 눈물 나게 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님은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라면 능히 알듯하다. 깨지고, 째지고.. 수 없이 부딪히는 네 젊음들은 그렇게 아픔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한 쪽은 근근이 입에 풀칠 하기도 힘든 인생들이 엮어가는 처절한 사회의 벽은 두꺼워, 깰 수 없는 곳들로 곧 잘 보여진다. 그런 팍팍한 인생들에게는 천재성을 주고, 대신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없는 부를 빼앗아 버렸다.

그에 비해 호사를 누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호사도 호사 나름이라고 했다. 신분의 벽을 넘어 사랑을 이루어 가야 하는 또 다른 주인공들의 인생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냥 그렇게 쉽게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들의 사랑도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어긋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패션왕 이 드라마 네 명의 주인공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어렴풋이 알기도 하고, 대놓고 알기도 하지만 그 사랑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분명 이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는데, 또 다른 여자가 묘한 매력이 있어 헛갈리기 시작하는 마음에 자신이 어떤 마음인지 모르고 답답해 하는 남자 주인공들의 방황은 나쁜 녀석이라는 말 한 번 날려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이들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여자들의 반응들이다. 싫으면 안 만나면 되는데, 기회만 되면 만나는 통에 속은 뒤집어 져 까맣게 타 오르게 된다. 그런데 이 나쁜 녀석들은 똑같이 자신의 여자 보다는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남녀 네 명의 주인공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서 좋아하고, 이용해 먹는 통에 난장판이 되어가는 패션왕.


이런 진지한 분위기를 깨 주는 것은 깨알 같은 섬세함에서 빚어지는 코미디를 뺄 수가 없다. 패션왕에는 은근히 디테일을 강조한 부분들이 많이 등장한다. 패션왕 10회에서 등장한 깨알 같은 디테일 씬만 해도 그 수가 꽤나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 씬들의 맛을 살려주는 부분은 톡톡 튀는 재미를 준다. 유난히 다른 회 보다 많이 등장한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를 받는 것을 떠나 각 씬을 연결해 주는 장치로 등장하게 된다.

영걸은 가영에게 무엇 하나 해 줄 수 없는 상황에 재혁에게 백(Bag)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옷을 선물 받아 들어오게 되고, 그 모습을 본 영걸은 은근히 화가 남을 억지로 참는다. 그러나 영걸에게도 기회는 생겨 해외 수출길이 열린 기념으로 스마트폰을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자신도 해줄 수 있다는 기쁨에 자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제일 먼저 등록시켜 전화를 걸어 뿌듯함을 느끼는 장면은 가벼운 웃음을 준다.

휴대폰이 울리는 장면들을 통해서도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생긴다. 각 폰의 벨소리만 해도 모두 다르고 제 각각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는 ‘꾸엘헬헬~ 꾸엘헬~’, ‘뚤렐렐레 뚤렐레~’, ‘띵 띠리리링 띠리링’, ‘딸랄라랑 딸랄라라랄랑’.. 그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보통 드라마에서 휴대폰 소리를 들으면 이 드라마 저 드라마 모두 똑 같은 벨소리를 듣던 추세에서 이 드라마는 각 캐릭터 마다 다른 벨소리를 주어 재미를 배가 시켰다. 기존에 단순한 효과음으로 썼던 부분이 있었다면, <패션왕>에서는 휴대폰 벨소리를 통해서 씬을 연결하는 장치로 여러 번 이용해 재미를 준다.


극의 디테일을 살리는 장면은 신세경이 졸거나 자는 장면에서도 유감없이 등장한다. 침이 볼을 타고 흐르는 장면을 살린 장면도 기억에 남게 했고, 이번 화에서도 극장에서 조는 신세경이 침을 닦아내는 장면은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부분으로 등장했다.

그렇다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통장을 이용한 디테일도 재미를 주는데 한 몫 한다. 잔액이 174만 원 정도가 남은 마이너스 통장을 보며 한숨을 내 쉬는 강영걸에게, 자신의 전 재산인 약 140만 원 정도의 통장을 안겨주는 가영의 모습도 잔 재미를 주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가영의 통장에 웃음 코드가 있다.

가영의 통장에 입금된 강영걸의 입금액은 딸랑 5만 원. 그 외에 제작진인지 모를 이름 하나 ‘재배기다(재백이)’로 입금된 18만 원의 입금도 이름 부분에서 깨알 같은 웃음을 웃을 수 있게 했다. 거기다 140만 원을 안겨줬다고 조순희가 찾아온 장면에서 가영이 수석디자이너이며 동시에 부사장이라고 신분 격상을 시켜주는 장면의 디테일도 웃음을 준다.

외박하고 들어온 영걸에게 화가 난 가영이 분노의 빗자루질을 통해서 쪼인트를 까는 장면도 큰 웃음을 줬고, 술 마시는 가영의 쓰다는 표현이 등장하는 부분도 웃음을 줬다. 이후 영걸과 조순희가 사인하는 장면에서도 조순희의 사인 cho를 쓰는 장면 또한 웃음은 이어진다. 마지막 웃음을 주는 장면은 가영의 장면이었다. 꼭 전장에 나가기 전 유서를 쓰는 장군처럼 비장한 각오로 써 내려간 다 쓰지 못한 이별 편지의 통곡 씬은 슬프기 보다는 너무도 웃긴 장면으로 기억되게 했다.

* 여러분들의 추천(view on)은 저에게 큰 힘을 줍니다. 추천쟁이는 센스쟁이랍니다~ ^^*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