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만찬, 뜬금없는 드라마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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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음식드라마로 머리에 떠올릴 만한 드라마를 뽑는다면 어떤 드라마를 뽑겠는가? 백이면 백 <대장금>과 <식객>을 뽑을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한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신들의 만찬>은 그런 대접을 받지는 못 할 것으로 예상이 든다.

현재 이 드라마에서 음식이란 소재는 부대 양념일 뿐 주요 재료가 아닌 흐름을 줄기차게 보여주고 있고, 그렇다고 로맨틱한 드라마로 전념을 하지도 못한다. 로맨틱 물로 가기에는 소재가 음식에 관련된 드라마이기에 되도 않는 소리일 따름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처음부터 음식이 아닌 소재를 전방에 배치한 것이 잘못이라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드는 드라마가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드라마 <대장금>과 <식객>이다. 이 드라마는 궁중 음식과 한 요리사가 진정한 요리사로 되는 과정들을 방대한 과정들을 통해서 보여줬다. 그 사이에 낀 로맨스는 부록 정도로 꽤나 달콤한 맛을 주었고, 때로는 음식보다 맛 있는 로맨스에 취해 민 종사관을 찾게 만들었고, 때로는 성찬의 짝에 주희가 연결되길 바라기도 했다.

기존 음식소재 드라마 <대장금>과 <식객>을 보아서인지 <신들의 만찬> 또한 비슷한 맥락의 줄거리를 차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 중 이번 화에 등장한 독초로 인한 마비 증상은 명백히 <대장금>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대장금>에서는 ‘장금’이가 혀의 감각을 잃어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고를 당하며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는 스토리를 팽팽하게 가져가는 요소로 좋았고..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며 극에 빠져들게 했는데, <신들의 만찬>에서 복수를 통한 마비 증상을 경험하는 고준영(성유리)은 단지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를 빼앗아 갈 까봐, 또는 어머니라 생각하는 성도희 명장을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갖은 하인주에게 그렇게 당하고 만다.


음식드라마에서 개인의 절대적인 감각을 잃는다는 스토리는 꽤나 설득적인 요소가 있는 소재다. 그러나 이미 <대장금>에서 강력하게 각인 된 소재를 이곳에서도 사용했다는 것은 실수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신들의 만찬>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장금>의 스토리를 그대로 밟아 나가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창작이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옛 드라마를 현대에 각색해 내서 만들어 놓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문제점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인물의 관계와 인물이 살아가는 환경만 바뀌었을 뿐, 기존 음식드라마의 완성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디테일에 시청자는 화가 나게 된다. <신들의 만찬>은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는 디테일이 없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서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필요한 부분은 한식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곳에서 디테일이 빠져있고, 필요치 않은 부분은 뜬금 없는 러브라인의 파편에 포커스가 지나칠 정도로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신들의 만찬>을 보고 있노라면 감정의 변화가 거의 조울증을 겪고 있는 캐릭터를 보는 듯한 감정을 준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함부로 대했다가 어느 누구보다 친했다가의 흐름은 정신을 산란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 최재하(주상욱)와 하인주의 약혼을 발표해 당사자인 재하를 놀라 키고, 재하는 당장이라도 폭발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준영이오’라고 외쳐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선노인 캐릭터는 명장의 스승으로 덕과 지혜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캐릭터임에도 매번 자기 마음대로 독단적인 결정을 하며 밀어 붙이는 모습은 어이없게 만든다. 그러면서 자신의 제자 성도희에게는 인격 수양이 덜 됐다고 나무라는 모습을 보인다.
 
성도희도 마찬가지. 몰랐다고 하지만 무리하게 약혼을 진행시키며 딸인 하인주의 편을 들어주는 듯하다가 자고 일어나 바로 포기를 하라는 뜬금없는 흐름은 놀라움을 줬다. 뜬금없는 것은 김도윤도 마찬가지. 준영이가 있는데 재하와 인주의 약혼을 시킨다고 그녀를 데리러 와서 다른 곳으로 위로 차 인도하는 모습은 뭐 이런 뜬금없는! 이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재하와 인주의 약혼을 성사시키려는 만남의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순간 바로 주방으로 달려오는 인물이 주방에 이 사실을 알리는 장면도 슈퍼 LTE급 속도라 할 수 있었다. 꼭 그 사실을 듣기 위해 스파이를 심어놓은 것처럼 비밀 발설(비밀도 아니지만)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진다.

도윤의 친 형의 죽음과 자신의 관계 속에 어느 순간 들어온 준영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있는 도윤은 매번 자기 뜻대로 고백을 하고, 키스를 하며 상대방은 생각지 않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번 자신의 아픔을 달래준 준영에 대한 그 마음에 준영을 형의 묘소나 다름없는 공간에 데려다 놓고 장시간의 생각을 하게 하는 장소로 제공하는 장면도 뜬금없는 장면이었다.


<신들의 만찬>은 너무 뭉뚱그려서 드라마를 가져가는 경향이 심각할 정도로 강하다. 시퀀스는 생각지 않은 채 대략적인 줄거리를 보여주는 듯한 극은 속도감은 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낯 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찌 스토리가 전개될 지 모르지만 뜬금없는 장면을 예상하게 한 것은 고재철과 부 주방장과의 미묘한 만남 부분에서도 어이없는 웃음을 주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신들의 만찬>이 자랑할 만한 스토리를 가지지 못한 채, 옛 드라마의 달콤한 이야기들만 가져다 쓰는 것에서 어이없는 감정을 가지게 한다. 차라리 가져다 썼다면 현대적인 감성에 제대로 맞추던가 해야 하는데, 너무 붕 뜨는 스토리 전개와 다중이 같은 성격들의 캐릭터는 짜증을 불러오는 요소다. 현재 고준영과 최재하를 뺀 나머지 캐릭터는 모두 다중 성격을 가진 캐릭터이다. 뜬금없는 진행에 갖은 양념의 역할을 하는 다중이들의 등장은 이 드라마를 어이없게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있다. 아!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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