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판 나름가수, 나가수에 본 때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2. 1. 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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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의 방송을 보여주는 <무한도전>. 그들이 만들어 낸 ‘무한도전판 나는가수다’ - <나름가수다>는 문화적인 충격을 주는 특집으로 또 한번 예능 역사에 길이 남을 듯하다. 그들의 무대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패러디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뛰어넘은 완성도는 원 프로그램이 창피할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 냈다.
지난 한 해 문화적인 키워드로 ‘나는 가수다’가 오르긴 했지만, 점차 시들어 가는 프로그램 컨셉은 많은 대중들의 실망을 초래한 것이 저물어 가는 2011년 마지막 장면이었고, 가수들의 가창력은 증명되어 가고 있으나.. 또한 실망을 주는 무대를 보여주면서 그런 기대와 만족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은 지난 해 마지막을 장식할 특집으로 <나는 가수다> 패러디 특집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첫 회가 무사히 방송이 되었지만 시간이 새해로 넘어갔고, 지난 한 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상식에서 예상 못 한 꼼수에 당한 <무한도전>과 ‘유재석’의 대상 자격은 <나는 가수다>에 갈취 당하다시피 했다는 생각에.. 뭔가 대중들은 찜찜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들이 만들어 낸 <나름 가수다>가 원 프로그램의 명성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자랑하자..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봐라 이런 것이 제대로 된 완성형 프로그램의 모습이 아닌가!’ 라는 한풀이를 하게 된다.
벌써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장인정신과 꼼꼼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여준 장면들은 <무한도전>이 끝나자 명백히 드러났다. 그들은 말한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멤버’라고..!! 그러나 그들은 이제 평균 이하가 아닌 평균 이상의 모습들을 매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낸 <나는 가수다> 패러디 <나름 가수다>는 무엇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면들을 보여줬다.
당연히 가수의 가창력을 따라가기는 무리이기에 이 점만 제외한다면, 무대의 폭발력과 퍼포먼스의 완성도는 <나는 가수다>를 우습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워낙 비교라는 것이 되지 않는 가수와 비가수의 차이점이 있겠지만, 그들은 가수가 아니면서도 가수 이상의 무대를 보여주는 완성도를 자랑했다.
조금씩 변화를 주려 <나는 가수다>는 룰을 변경시키면서 진화를 하려 하나, 프로그램 안에 배어 있는 고루함은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인지 작은 것만을 바꾸는 안일한 모습으로 진화를 하려는 모습이다. 가장 근래에 바꾼 것이 가수가 모두 참가한 곳에서 순위를 발표하는 것이 아닌, 해당 가수에게 순위를 통보하고 바로 퇴장시키는 방법으로 스포 유출을 방지하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고작이다.
이번 특집은 여러모로 문화적 충격을 주는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했다. 그들이 준비하는 시간들이 ‘나가수’의 입장보다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또 더 여유로운 것도 없다. 그들의 개인적인 스케줄과 끊임없이 진행이 되는 타 특집들 사이에서 연습을 하는 조건은 ‘나가수’에 비해 더 나을 것도 없는 조건이기에 동등하거나 더 조악한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 데도 일단 만들어 놓고 보니 <무한도전>이 만들어 낸 ‘나름 가수다’ 특집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다.
정준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가사를 통해 진정성 있는 접근을 했다. 하하가 불렀던 <키 작은 꼬마이야기>를 개사해 <키 큰 노총각 이야기> 속에 담겨진 내용은 관객들이 듣기에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 그가 만들어 내는 무대에 빠지면서 그와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무대를 본 관객들은 정준하에게 1위를 안겨준다.
노홍철은 다소 산만해 보인 무대를 보였지만, 또 그것이 산만해 보이지 않는 즐거움과 에너지를 준 것은 묘한 앙상블 때문이었다. 정재형도 개인 평을 내 놓으며 “의외로 좋았다. 산만해 보일 수 있었는데 좋았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노홍철의 무대는 ‘노홍철’ 본인을 비롯해, ‘바다, 노라조, 다이나믹 듀오’까지 여섯 명이 한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길은 따로 말을 할 필요도 없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가수이기에 그 안정성이란 논 할 가치가 없을 듯하다. 게다가 ‘개리’ 특유의 리듬감과, ‘정인’의 독특한 보이스.. 그리고 그녀만이 들려줄 수 있는 스캣에 좌중들은 빠져들 수밖에 없어 보였다. 너무도 멋진 무대를 보여준 탓에 앙코르를 연발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하하는 초반 음향 사고가 있었지만 차분히 수습하고, 레게에서 독보적인 ‘스컬’과의 조인 무대를 완벽히 소화해 낸다. 하하의 레게에 대한 뚝심이 만들어 낸 멋진 무대에 관객은 녹아 들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이날 최고의 무대는 개인적으로 정형돈에게 주고 싶었다. 초반 인트로를 뮤지컬 무대로 열어 그가 등장하는 부분까지 이어진 아름다움은 단지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정형돈의 이미지에 화려함을 넣어준 연출이었다. 또한 노래가 끝난 이후 그의 예능감에 관객들이 폭소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 또한 사뭇 떨던 모습을 보여준 정형돈의 모습과는 대조되는 멋진 모습으로 남았다.
유재석의 무대는 그만큼 어려운 무대였다. 곡이 나와서 연습해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이틀 전까지 나오지 않은 것은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나름가수다’ 무대에 서기 바로 전날 밤을 꼬박 세워 연습을 한 그의 열정이 아니었으면 반쪽 자리 무대가 되었을 법한데도, 그는 프로로서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아쉬운 점은 ‘신사동 호랭이’ 특유의 자기복제 편곡이 귀에 거슬렸지만, 겨울에도 여름을 생각할 수 있는 무대를 연출한 유재석의 노련함은 단연 돋보인 장면이었다.
<소리바다 실시간 차트를 점령한 '무한도전 : 나름가수다'>
박명수의 무대 또한 의미는 충분히 있었다. ‘동춘서커스’가 대중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인지 그의 무대에 등장한 동춘서커스는 소박하지만 의미 하나쯤은 가져다 주는 무대였다. ‘김범수’에 의지한 부분이 있어서인지 3위라는 부분에서 일부 대중들의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무대가 단순히 순위만 가지고 평가할 요소는 아니기에 무의미한 논쟁이라 생각이 된다.
이번 <무한도전판 나름가수다> 특집은 연출력과 연기자들의 완성도 있는 무대, 모두 최상의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 최고의 무대는 현재 ‘나가수’의 혼란과 비교가 되어 더욱 완성도 있는 특집으로 보여졌다. 이렇게 완벽한 프로그램이 단지 밉보인 모습 때문에 대상에서 미끄러져 냉대를 받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더욱 더 허탈한 기분을 가지게 한다. 그들은 완벽함으로 혼란의 ‘나가수’ 프로그램에게 한 수 제대로 가르쳐 주는 특집을 보여줬다.
[생각해 볼 키워드] : 박수셔틀, 나름가수다, 동춘서커스, 나는가수다, 무한도전 문화, 연말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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