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최악의 배신 설정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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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는 <런닝맨>이 안정화 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어설픔을 보여주고 말았다. 많은 재미 속에서도 하나의 잘못된 설정을 보여준 것은 잘 나가는 분위기를 흩트려 놓은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배신 컨셉을 설정해 놓은 것이 바로 그 주된 이유였다. 그리고 그 잘못된 배신 컨셉은 최악의 컨셉이 되어 버렸고, 연출의 어설픔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었나 생각을 하게 된다.

런닝맨에서 보여준 배신 컨셉이 단독으로 연기자들끼리 했다고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연출상 미리 어느 정도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며 진행이 되었을 텐데, 배신이란 컨셉을 잘못 이해하거나.. 어쩌면 그 설정에서 상세하게 알려주지 못한 연출상 실수를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방송으로 보여진 결과로는 명백히 연출의 디테일이 떨어진 결과라고 밖에 생각을 못 할 듯하다.

송중기와 송지효. 이 두 '송송커플' 또는 '송남매'로 불리는 연기자들이 어이없는 '배신' 캐릭터를 잡은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흐름이었다. 신년을 맞이해 <런닝맨>에서는 특집으로 '멤버십 트레이닝' 시간을 가졌고, 권력의 구도로 불리는 '유재석'과 '김종국'을 구심점으로 각 멤버들을 픽업해서 '승합차 레이스'를 벌이는 시간을 가졌다.

각 멤버들은 자유가 있어서 차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그래서 어떤 차를 선택해도 상관이 없다. 대신 힘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스스로 조심을 해야 한다. 또 선택권이 있기에 픽업을 하는 권력자들 두 명에게 멤버들은 요구사항을 말하여 얻어낼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렇게 해서 송중기와 송지효는 각자 나름대로 선택을 하려 요구도 해 봤고, 조건을 따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을 하는 조건이 좀 어설픈 설정의 산물이었다. 송중기는 그 첫 째 조건을 자신에게 첫 전화를 한 사람 차에 승차하겠다는 기준을 세웠고, 송지효는 게임에 이기는 유리한 권력자를 선택하는 기준이었다.

게임이 진행이 되면서 문제는 이 기준들이 사라져 버렸다는 데서 시청자들은 보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송중기가 세워 놓은 이런 기준은 유재석이 지석진과 등장하면서 자신이 첫 번째 전화 상대자가 아님을 느끼며 배신을 생각한다. 송중기는 만약 자신에게 첫 번째 전화를 건 사람이 등장할 때 다른 사람이 그 차에 타고 있으면 자신에게 전화가 온 것이 아님을 알 것이라고 똘똘한 생각을 한다. 거짓이면 차에서 내리겠다는 말로 자신의 기준을 설명한다.

그런 기준을 세워놓은 송중기 앞에 유재석이 지석진을 먼저 데리고 나타났기에 배신을 생각하고, 결국 송지효와 담합을 하여 김종국의 차에 타기로 결심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난다. 송중기는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이 있는데, 막상 김종국의 차에 타서는 하하가 있음을 알고도 아무렇지 않게 있게 된다. 송지효도 그에 편승해 따라간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단단히 화가 난 이유는 바로 송중기가 배신을 하는 과정이 "배신만을 위한 배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이 끝나고 해당 게시판에는 화가 난 시청자들이 몰려들어 화풀이 글을 쏟아내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에 보여준 '배신 컨셉'은 너무도 어설펐다. 지금까지 다른 방송들에서 보여준 배신 컨셉은 뭔가 자신이 유리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때 행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단순히 게임이라고 해도, '왜' 배신을 하게 되는지 과정이 보여진다. 그런데 런닝맨에서는 배신하는 과정이 연관성이 전혀 없다. 말 그대로 배신을 위한 배신이었다는 것이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에서 게임을 하면서 일어나는 배신 코드는 명확한 배신의 행위에 대한 설명이 뒤따른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이 코믹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하는 모양새였다. 런닝맨에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나오지를 않았다. 단지 배신이라는 것은 그 행위가 나쁘게 보인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나보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그 나쁜 행위들이 나쁘지 않은 의도임을 드러내는 연출을 한다. 그런데 그 부분이 부족했던 것이다.

단지 첫 전화가 자신을 향한 전화가 아님에 배신의 이유를 된다면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이후 선택의 과정에서 김종국 차 또한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에 위배되는 하하가 타고 있었기 때문에 성립이 되지 않는다. 

또 배신을 하는 예능에서의 인물이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 배신이 합당한 이유였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을 해야 했다. 그리고 송중기가 원래 배신을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님을 강조했어야 한다. '브레인 송중기', '훈남 송중기'가 배신을 한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타 프로그램들 또한 이런 '배신' 설정은 넘쳐난다. 그렇게도 많은 배신 설정들이 있지만, 그들이 욕을 먹지 않는 데에는 그 배신이 어떠한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는 데 있다. 단순히 게임을 이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 이후에는 꼭 그 배신의 정당성을 보여줬기에, 그리고 웃음으로 승화를 시킬 수 있는 코드를 집어 넣어줬기 때문에 말이 안 나왔던 것이다. 런닝맨에서는 모든 부연 설명 신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 바로 이런 비난을 받게 된 주원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런닝맨> 모든 부분이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웃다가 울음이 날 정도로 재미있는 장면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나 유재석이 생각해 낸 '탁치기'란 신기술을 보여준 곳에서는 웃음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재미를 주었다. 균형을 못 잡는 지석진을 '탁' 치며 균형을 잡게 하는 그 기술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웃게 되었다. 김종국이 게임에 성공을 하고자 설명을 할 때에도 엉뚱하게 그 재미에 빠져서 '탁~ 탁~' 치는 소리에 큰 웃음을 짓게 되기도 했다.

안정화 되어가는 <런닝맨>이 앞으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어떤 하나의 주제에 골몰해 실수를 하는 장면들을 걸러내는 것이다. 이번처럼 '배신컨셉'의 연출이 있을 것이라면, 좀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 배신을 위한 배신은 아닌 장면으로 유도를 해야 하고, 편집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청자가 화나는 것은 바로 이런 배신이, 배신을 할 이유가 없는 일방적인 배신이었기에 유재석이 당한 배신을 시청자가 당한 배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그 배신이 사기 수준이라고 느꼈다는 것.. 웃으며 살살 따라다니고, 얻어먹을 것 다 얻어먹고, 그저 게임에 이기기 위한 배신은 정말 최악의 배신 설정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맹비난이 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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