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퀴, 전유성의 한 마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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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계의 대부 전유성이 세바퀴에 출연을 해서 그만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 존재감은 후배들에게도 항상 회자되는 주요 인물로서 이번 출연에서도 그만의 짧고 굵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말을 해 놀라움을 줬다.

사람의 말이 꼭 길어야 말은 아니라는 것을 전유성은 보여주는 듯하다. 아마도 그래서 후배들과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구태여 많은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 말을 많이 안 해도 짧은 말 한 마디에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온갖 상상과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 속에 무언가를 항상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아닐 지라도 묘한 것이 전유성의 말을 한 번 듣게 되면 그 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거나, 적어도 바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들을 때 뭔가 시원한 생각이 머리를 파고드는 마력이 있다.

세바퀴에 출연을 한 전유성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던 것은 제작진 뿐만 아니라, 시청자, 자신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가졌으리라 생각을 해 본다. 세바퀴에서는 전유성을 두고 개그계의 대부라는 표현을 쓰며, 그의 존재를 바라지 않아도 크게 떠 받들어 주기도 했다.

한참 전유성이 활약을 할 당시에 있었던 프로그램의 컨셉인 '전유성을 웃겨라' 라는 것도 가지고 와서 다시금 추억을 곱씹게 해 주는 배려는 아이템 측면에서도 좋았고, 시청자들은 다시금 예전의 전유성을 추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방송에서 예전의 전유성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게 느껴진 것은 그가 더 많이 유해지고, 더 많이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개그맨들이 한참 전성기를 이룰 때의 인기는 그야말로 너도 나도 하고 싶은 직종이기도 했다. 코미디가 활개를 하던 시절 '전유성을 웃겨라' 코너는 어지간히 파워가 있었던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당시 웃지 않기로 유명했던 전유성이라고 알려진 터에 쉬이 스스로 웃지를 않았던 것도 있었다. 그런 최고의 시대를 보내왔던 전유성.

현재 전유성은 청도에서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기도 한다. 또 그는 청도군민으로서 청도를 위해 할 수 있는 문화 봉사로 작년 69인조로 오케스트라 공연 '개나소나 콘서트'를 기획 공연을 했고, 이번 년도에는 71인으로 해 볼 요량이라고 한다. 자신의 삶도 즐길 줄 알지만 뭔가 뜻 깊은 일을 해 보고픈 그의 움직임은 정말로 놀라울 정도다.

그런데.. 세바퀴에서 오랜만에 나온 전유성은 또 하나의 생각해 볼 만한 말을 남겨서 말을 해 본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오냐 오냐 했더니 할아버지 수염 뽑는다'는 말. 그런데 조금 바꿔서 '오냐 오냐 했더니 얘들이 정신을 팔아먹은 것 같아'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아이들의(어린 연예인) 정체성을 잃은 행동들은 보여주기에 부끄러울 정도였다.

어찌 보면 재야의 고수, 무림을 떠난 고수가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범은 사라지고 여우들만이 득실거리는 모양이라고 참 가벼운 연예계의 움직임은 그저 황당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만 있어 보였다. 뭔가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에게 요즘 아이들 이렇게 대견해요~ 라고 하고 싶지만, 요즘 아이돌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체 예능에서 보여주지 못 할 정도로 남부끄러운 면을 경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안타까움을 줬다.

세바퀴에서 전유성에게 참 보여주지 말았어야 할 장면들이 있었다.

바로 인피니트의 멤버 이성종과, 2AM의 조권이 개인기라고 보여준 것이 민망스러움을 줬다. 초반에 깝이라는 이미지로 웃겼던 조권의 춤들은 단기적으로 좋았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니 왠지 그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주원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조권 이미지를 이겨보겠다고 경쟁적으로 인피니트의 이성종이 마치 여자처럼 행동을 하며 도발적인 댄스를 추는 모습이 눈에 거슬린 것이다. 조권 또한 응수해서 보여준 장면도 그리 좋지 않게 보였다.

가볍게 보려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또한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이들은 가수와 예능인 사이의 정체성에서 헛갈려 하며 경쟁을 하는 듯 싶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가졌다. 또한 경쟁을 하는 요소도 그렇게 달갑지 않은 남자로서의 '깝'이 아니라, 우연찮게도 둘 다 여성의 모습들을 따라하며 애교 경쟁을 벌이는 것은 그리 반갑지 만은 않은 생각을 주게 했다.

이성종은 마치 교태를 부리듯 조권을 향해 도발을 하고, 성공했다 싶으니 세바퀴 메인 진행자가 있는 테이블 위에 몸을 뉘어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듯 싼티나게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성정체성과 직업적 정체성을 의심케 했을 정도다. 잠깐의 모습이었지만 김구라의 얼굴은 정말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너무도 신기한(?) 모습은 어찌 보면 낯 뜨거운 장면 같기도 하여, 이휘재가 전유성에게 물어본다.

'전유성씨 놀라셨죠?'

그러자 전유성이 한 마디를 하는데 바로 이런 글을 쓰게 만든 한 마디였다.

"저것도 집에서 연습하는 거겠지?!"

라며 말이다. 참 씁쓸한 한 마디로 들렸다. 오랜만에 방송에 나와서 이런저런 모습들을 봤지만, 전유성의 이 한 마디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왠지 한심해 하는 모습 같기도 하고, 저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된 거야? 하는 생각도 보이는 것 같고, 요즘 아이들이 왜 이리 이상하게 변했지? 라는 생각도 해 보였다.

후배로서, 지금 변해 있는 시대의 사람으로서 기존에 철학을 가지고 소신 있게 웃음이나 자존심을 가졌던 사람이 등장했음에 제대로 된 모습을 못 보여준 것은 오히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부끄러운 광경이기도 했다. 가수가 노래를 연습하지 않고, 일부러 예능에서 보여줄 이상하고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본 연습을 안 하는 모습은 좋게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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