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록의 전설 특집 그래 이거야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0. 4.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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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에서 '록의 전설' 특집을 마련한 이번 편은 기획 면과 재미 면에서 최고의 놀러와 명품 특집이 되었다. 이미 한 번 김태원과 유현상이 한 번 나오긴 했지만, 그것은 단독으로 나온 특집이었고, 이번에는 그와 달리 말 그대로 록의 전설이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들이 총출동을 해서 그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특별한 내공을 쌓아서 예능감을 보이는 것이 아닌 삶과 방식 자체가 재미있는 김태원의 풍부한 말 재주는 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재미를 주었고, 같이 나온 유현상 까지도 매력이 철철 넘치게 해 줬다. 무엇보다 이 방송에는 한 시대의 록과 메탈의 최고 밴드였던 두 그룹 "백두산"과 "부활"이 나온 것은 기념비 적인 방송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태원의 말 대로 딱 한 팀 더 한다면 "시나위"가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이 방송은 2, 3주 제대로 된 특집을 만들어도 될 만한 멋진 방송이었다.
상대적으로 '시나위' 출신이었던 김종서는 이들과 같이 할 수 있겠지만, 방송에 많이 얼굴을 비추지 않는 신대철만 마음이 맞았다면 아마도 '시나위' 까지도 이 방송에서 엄청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록과 메탈이 사랑받는 시대가 지나고, 그저 아이돌 가수에 온통 세상은 빠져있고, 상대적으로 매니아들은 그늘로 숨어서 음반을 구하고 듣다보니 자연스레 위축이 되는 시장에 한 때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던 실력파 그룹들인 진짜 가수들이 활동을 못하고 있는 것은 영 아쉬운 부분을 남긴다.
이런 문화적으로 슬픈 편파적인 소비 현상에 음악만을 하고 싶은 진짜 노래를 하는 가수들은 음지에서 배를 곯고 있었다. 김태원이 예능을 한 것 또한 자신만을 위해서 움직인 것 보다는 한국 문화에서 록이 사라지고, 메탈이 사라지는 현상에 아쉬움을 가지며 자신의 병약한 몸 보다는 멤버, 그리고 남아있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는 움직였다.
부활의 김태원에게 있어서 예능과 그리고 그 예능 속의 진행자인 유재석을 만난 것은 무한한 시너지를 창출하며 단번에 김태원이라는 이름이 대중의 머리에 박히게 되었다. 맨 처음 출연당시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터라 그 다음 출연에서는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그와 평소에 친분이 두터운 게스트를 같이 초대하며 김태원은 다시 한 번 이름을 되새긴다. 유재석과 김태원의 조합이 아직 게스트로만 엮여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같은 프로그램에서 함께 한다면 엄청난 파워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다.
이번 주 <록의 전설> 특집은 '부활'과 '백두산'의 모든 멤버가 출연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가요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시도며 칭찬을 받을 만한 대기획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시청률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그런 방송이었다는 것이다.
백두산 멤버 : 유현상(보컬), 김도균(기타), 김창식(베이스), 박찬(드럼)부활 멤버 : 김태원(기타), 정동하(보컬), 서재혁(베이스), 채제민(드럼)
이 방송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싶은 것은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의 고충과 멤버들 한 명 한명을 알 수 있게 꾸며졌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고른 분배의 방송이 어려운 것이 예능일진데 <놀러와> 이 프로그램은 그런 것은 깨지는 것이라고 하듯 아주 재밌게 그 부분을 녹여냈다.
예능이라고 웃고 떠들어서 아무것도 안 남는 것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이야기와 음악이 공존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줬다. 또한 음악에 대한 편식이 심한 현 세대들 에게도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리는 충분하다는 듯 멋진 자리를 보여줬다. 팬시 제품같이 예쁜 아이돌에 이제 질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제 좀 더 다양한 음악으로 즐겨보자는 듯 놀러와는 멋진 방송을 보여줬다.
김태원이 유현상을 엄청날 정도로 깍듯하게 대하는 것은 이 시대의 후배 가수들이 진정 배워야 할 자세였다. 세월이 가고 같이 늙어 가면 어느새 형과 동생, 선배와 후배의 장벽들도 둥글게 변하는 것인데도, 김태원은 유현상을 예술가로서의 선배.. 음악 선배로 깍듯하게 대한다. 이런 데는 자신이 그렇게 대하지 않으면 후배들 또한 자신을 그렇게 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서였다.
개인적으로 김태원은 그룹 내에서 카리스마라고 하면 둘 째 가라면 서러워 할 리더다. 그의 음악 인생에서 그 누가 되었던 김태원의 엄청난 카리스마 앞에서는 함부로 기를 펴지 못했을 정도다. 틀린 곳으로 가기 보다는 바른 곳으로 가려는 그의 움직임과 그만의 음악 세계 그리고 철학이 있었기에 비록 보컬은 몇 번 바뀌긴 했지만 부활을 알아주는 것이다. 보컬로 알려진 것은 이승철,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가 대표적으로 알려졌고, 지금 들어와서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는 숨은 보석인 정동하가 대를 잇고 있다.
현재의 보컬 정동하는 김태원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보컬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가 만들어 내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가사와 곡에 그만큼 잘 맞기 때문이다. 김태원이 가장 그리워하는 가수가 있다면 김재기 일 것이다. 이후 동생 김재희가 들어와서 잠시 노래를 했지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재기에 대한 그리움과 실력을 잊지 못하는 김태원에게는 정동하는 보물 그 자체다. 왜냐? 그것은 김재기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놀러와>에서는 백두산과 부활이 겪어왔던 스토리들이 압축되어 잘 표현이 되었다. 그리고 최고의 기타리스트 백두산의 '김도균'과 부활의 '김태원'이 보여준 합주 무대는 너무도 보고 싶은 장면을 연출해 냈다. 가장 멋진 장면으로 남을 부분은 바로 연주 끝 부분에 서로의 기타를 마주 닿은 상태에서(기타가 키스된 상태) 연주되는 모습이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백두산은 공연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무대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보여줬다. 멤버들이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돈을 못 버는 상태에서 그들은 음악을 하기 위해 각자의 고충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백두산의 막내 박찬은 생활할 돈이 없어서 시설관리공단에서 하는 지하철 안전점검 같은 일을 하며 힘들게 산다는 부분을 밝혀주어 충격을 줬다.
돈 보다는 음악이 먼저고, 명예가 먼저라고 생각을 한 유현상과 그 멤버들의 열정이 돋보인 출연이 되었다. 더군다나 자신을 재밌게 비춰줄 수 있는 후배 김태원과의 출연은 매우 좋은 출연이었다.
백두산은 예전 팀이 잠깐 해체 되었을 때 지금까지 알려졌던 유현상의 매니지먼트 사업 때문이라는 설을 일축했다. 이는 당시 해체의 원인이 자신이었다고 스스로를 밝힌 김도균이 직접 영국으로 유학을 갑자기 떠나 버리며 어쩔 수 없이 해체가 되었다고 말을 해주며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김도균의 천재성은 영국에서도 발휘가 되어 1년 유학을 했지만 꾸준한 무대와 연주로 실력을 인정 받았고,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 질 수 있던 기회가 찾아왔지만 뭔가 다시 한국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꿈을 접고 왔다고 말을 했다.
부활의 정동하는 아직도 더 발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보컬이다. 숨은 원석을 가공해내는 김태원의 솜씨 또한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그의 음악적인 천재성과 열정에 같이 하는 멤버들이 절대적으로 함께 하려는 것은 바로 김태원과 부활의 밝은 미래일 것이다.
이번 <놀러와>의 '록의 전설' 특집은 앞으로 놀러와가 가야할 길을 보여준 명품 기획이었다고 평가를 하고 싶다. 어린 세대들의 주류 아이돌 음악 소비에 밀려 뒷골목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록과 메탈이 다시 부흥이 되길 바라는데 있어서, 이번 놀러와 기획은 물꼬를 튀어주는 방송이 되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재미와 음악성, 공익성 모두를 채워 준 이번 놀러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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