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없다, 잔혹하고 중간이 없는 영화
- [리뷰] IT 리뷰/영화, 콘서트
- 2010. 1.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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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없다>라는 한국 영화가 하나 만들어졌다. 언론시사회를 통해서 다녀온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은 중간이 휑하게 비어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없어 보인다. 아니 내용이 있어도 배열이 엉망이고, 설경구 혼자 너무 힘 빼는 영화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여러분의 추천 한 표는 저에게 큰 힘을 줍니다. 추천쟁이는 센스쟁이죠~ ^^*
이 영화는 김형준 감독의 작품으로 데뷔 작품이기도 한 <용서는 없다> 시사회가 시작되고, 배우와 감독이 나와서 인사를 하는 자리.. 특이한 것은 감독도 데뷔작이지만 한혜진 또한 영화배우로 처음 입문하는 자리여서 그런지 약간 자신 없어 하는 분위기도 읽을 수 있었다.
:: [시놉시스] ::
과학수사대 실력파 부검의 강민호 교수(설경구)는 유일한 가족인 딸이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딸과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일을 정리하려 한다. 그에게 있어 마지막 사건이 되는 사건을 의뢰 받는다. 금강에서 발견된 토막살해사건, 여섯 조각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하지만 팔 한쪽은 자신이 살인자란 것을 알리듯 공사장에 버려 놓는다. 뛰어난 추리력과 행동력을 지닌 여형사 민서영(한혜진)의 활약으로 이성호(류승범)을 잡는다.
이성호는 친환경생태농업을 전파하며 검소하게 살아가는 환경운동가로 주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성호가 연루된 것 같다고 생각한 민서영은 서서히 자료들을 찾아 압축해 나가고 이성호를 잡아서 사건에 대한 것을 묻는데, 당당하게 이성호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한다.
범죄에 대한 증거를 찾아 헤매이는 동안 부검의 강민호 교수의 딸이 실종된다. 그런 강민호는 이성호가 자신의 딸을 납치해 간 것을 알게 된다. 이성호는 강민호에게 자신이 이곳에서 나가야 하는데 어쩔 것인가? 단서와 비밀을 알아낸다면 딸을 살려줄 수 있다는 말에 강민호는 어쩔 수 없이 위험한 거래를 하는데..
:: [이 영화 과학수사대의 한계] ::
이 영화는 미국 드라마에서 한참 유행하는 인기 아이템인 과학수사에 신경을 쓴 듯하다. 프로파일링을 통한 범죄에 대한 자료들을 잡아내어 범죄자를 밝혀내는 것이 키포인트일 텐데 이 영화 또한 흉내는 내는데 어설픔이 많이 보인다. 마네킹을 이용해서 동물의 장기들을 집어넣어 다소 강해 보이는 매스질을 할 때에는 비위 약한 사람들은 욱~ 할 정도로 상세하게 보여주지만 느끼는 감정은 너무 자극적으로 보여지려는 노력을 한 듯싶게 느끼게 된다.
뭐~ 필자야 영화를 통하고, 실제로 본 것들이 많아서인지 거리낌 없이 보기는 했지만 날 영화라는 설경구의 말대로 일반 관객에겐 쌩으로 전달되는 것들이 다소 충격적일 것이다. 그런데 과학수사대로서 범죄 파일을 프로파일링 하는 장면은 어설프기 그지없다. 한혜진이 PT하는 장면도 어색한 면이 많았다.
또한 강민호 교수가 사건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수사대의 지식은 오호~ 놀랍군~ 이란 생각보다는 너무 직접적인 예를 보여주는 날고기 보는 듯 한 표현법으로 인해 더 큰 자극의 시선은 엉뚱한 쪽으로 몰려 들어가게 된다. 대체 자문을 받은 곳에서 어떻게 자문을 해 줬는지 그 실력이 의심스럽다.
:: [설경구의 파격 연기] ::
설경구는 그 동안 강한 캐릭터의 연기를 안 해 본 것은 아녔다. 남성다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봤지만 <용서는 없다>에서 펼쳐지는 설경구의 연기는 파격 그 자체다. 중반까지 혼자 의미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종반으로 향하면서 설경구의 진가를 느끼게 해 준다. 그 동안 설경구가 해운대나 강철중 또 그 외 영화에서 보여준 것은 힘은 있어 보여도 마음의 동요를 느끼게 하는 것은 크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 종반에서 설경구의 연기는 깜짝 놀랄 만큼의 연기를 보여준다. 세세한 감정을 살릴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는 느낌? 그런 마음이 조금 들게 했다. 그간 연기를 절대 못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약간 부족해 보이는 면을 굳이 찾아본다면 불량끼 있어 보이는 설경구의 이미지는 이 영화로 인해서 갈등을 표현해 내는 그 무언가를 얻은 느낌이 든다. 아픔을 표현해 내는 법을 익혔다고 해도 맞을 것 같다.
:: [류승범의 굳은 얼굴] ::
글쎄~ 류승범이 이런 연기를?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다. 하지만 대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류승범은 범인 역할로는 기대하기 힘든 작품이 될 것 같다. 연기야 기본적으로 잘 하지만, 왠지 자신이 표현하기 버거운 캐릭터라고 해야 할 연기를 보여준다. 시종일관 하나의 표정으로 일관하는 그의 연기에 도대체 감정 이입이 안 된다.
자신의 가족에 대한 복수를 위해 강민호의 여식을 납치해서 숨기고, 강민호와 게임을 하는 듯 한 캐릭터지만 그것을 즐기는 범인으로서 류승범은 너무 단조로운 연기를 펼친다. 감정의 변화가 날카롭게 보여져야 더 재미 있을 텐데 라는 안타까움을 갖으며 영화를 보게 된다. 글쎄~ 이 역을 박해일 정도의 이미지를 가진 여려 보이는 배우가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을 가지게 된다. 꼭 박해일이 아니어도 순진 그 자체로 생기고 어떻게 봐도 범인이라고 생각지 않은 캐릭터가 멍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얘기를 하다가 감정선이 바뀌는 곳에서 살짝 기분 나쁠 정도의 웃는 모습이나 감정들을 보여줬다면 보는 관객은 섬뜩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류승범은 너무 한 가지 표정의 범인 얼굴을 하며.. 그러셨세요~ 정도의 반응으로 일관한다. 과연 지금까지 류승범이 보여준 변화무쌍한 얼굴은 다 어디다 저금을 해 놓았나? 할 정도로 아쉬운 연기였다.
:: [한혜진의 가능성] ::
한혜진은 영화에서 민서영 역할로 나와서 신입이지만 하나하나 일을 풀어나가는 의외성 인물로서 많은 활약을 한다. 전도유망한 여형사로 민서영은 서서히 주목을 받아가며, 차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수사에 임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민서영 역할이 가교 역할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강민호와 이성호 사이에서 민서영이 활약을 하는 것은 너무 단선적이기 때문에 그냥 레포트 받아서 작성하는 정도의 역할로 배역을 묶어 둔 것이 실수처럼 느껴진다.
한혜진의 연기는 드라마에서 보였던 것을 보아도 못하는 연기자가 아니다. 감정을 표현해 내고, 만들 줄 아는 배우다. 하지만 영화배우로서 신인이라 느껴서 배역을 작게 준 것인지 너무 활용을 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강민호가 죽어라 혼자 이성호의 범행을 은폐하고 다닐 때, 눈치를 채고 민서영이 갈등하다가 어쩔 수 없이 강민호를 도와주는 설정이 들어갔다면 훨씬 자연스레 이어졌을 스토리가 너무 한 인물 강민호에게 쏠리다 보니 미처 한혜진에게는 적은 분량이 간 듯해서 아쉽다. 좋은 배우를 두고도 못 써 먹은 격의 <용서는 없다>가 되었다.
:: [전체 감상평] ::
긴박한 영상을 표현하려 해서인지 필요 이상으로 화면의 떨리는 효과는 보기 불편하게 만들었다. 구성 자체도 순서가 안 맞아 보이고, 스토리가 부재라고 할 만한 중간이 텅 비어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왜~ 범행을 해야 했는지 범인의 감정을 잘 표현해 내지 못했고, 자신이 어떻게 범인의 꾀에 빠져드는지 과정도 보여주지 않는 불친절한 영화이기도 하다.
스릴러물 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가 될 것이다. 범행의 시작이 될 동기, 유발, 조사, 갈등, 해결 등이 보여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영화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나중에 왜 죽였는지? 그 이유만 잠깐 보여주고, 네가 남겨진 자의 슬픔을 아느냐? 하며 그러면 너 또한 그렇게 되어 봐라~ 그리고 네가 한 짓을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두고두고 당해 봐라~ 하는 범인의 판결은 우습기 짝이 없다.
일단 중간은 엿장수에게 팔아먹은 스토리라지만 나중에 강민호 부검의가 자신이 더 이상 살지 못할 절망을 겪으며 선택하는 그 하나의 결정 그리고 그 행동은 깜짝 놀란 만한 것이기도 하다. 그때 설경구가 연기한 강민호 부검의가 가진 절망에 같이 빠져들어 슬프기도 하다.
<용서는 없다>는 범죄에 대한 기본 갈등 구조를 섞어내지 못한 영화로 남을 것 같다. 범죄자에게 약간 들어야 할 연민도 못 느끼게 하는 말 그대로 막가파 복수만 그려진다. 그리고 그 복수심은 엉뚱한 곳을 향해가고 있는 것 같아 보기가 불편하게 만들었다. 뭔가 복수할 대상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저 자신이 겪은 못 마땅한 일에 관계된 모든 사람을 죽이는 몰상식한 범죄자를 그려 낸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날 것을 시도한 것은 좋으나, 날 것 안에 스토리 좀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영화다.
[평점 : 10점 기준] 흥미도 : 6점, 작품성 :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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