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은 완벽했다. 치밀한 그의 기획력과 연출력. 그리고 연기.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을 찾지 못할 정도다. 아니 이은결의 코너는 ‘마리텔’이 그의 힘을 빌린 코너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능력은 프로그램 퀄리티를 전반적으로 높였다.
또한, 이은결의 코너를 보면 현재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이은결은 ‘무의식의 방’을 통해 그의 일루션을 선보였고, 오래 못 보던 인둘기를 등장시켜 반가움도 줬다. 무엇보다 붕 떠버린 서유리를 최대한 활용하며 전성기 ‘마리텔’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그간 서유리는 팀을 이룬 출연자 덕분에 홀로 목소리만 전하는 역할이었다. 가끔 출연자의 손님으로 등장했지만, 그 역할은 미비한 수준이었다. 음식의 맛을 보는 역할, 헤어 아티스트의 손님 역할 등 지극히 작은 역에 얼굴을 비쳤다가 사라진 게 수개월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그간 매뉴얼화 된 듯 움직였다. 성격이 비슷한 짝을 맞춰 제작진을 투입하기에 바빴고, 즉시 이루어지는 애드리브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홍보 출연을 위한 BJ 역할 연예인 투입을 통해 매번 비슷한 모습만 연출됐다.
여전히 CG는 ‘약 빨았다’라 표현될 정도로 강력하지만, 성격이 비슷한 패널이 출연하므로 CG도 매뉴얼화된 모습처럼 보인 게 사실이다.
문제는 재미없는 패널을 돋보이게 CG를 사용하면서 그 매뉴얼화 된 것이 은연중에 드러났고, 시청자는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좀 더 신선한 경쟁 프로그램 채널을 기웃거리는 일이 늘어났다.
과거 백종원과 이은결이 장기간 출연해도 시청자는 신선하다고 생각해 시청했지만, 이제 장기간 출연하는 패널을 보며 시청자가 환호하는 일은 없다.
거의 신 급으로 추앙받는 이경규의 등장에도 꾸준히 시청률이 하락한 건 추앙 받는다 하여도 그의 콘텐츠는 이미 봐왔던 콘텐츠였기에 시청률 이탈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시청자가 제아무리 추앙하더라도 그 추앙이 전체 시청자를 대변하는 여론은 아니기에 그런 것.
이은결은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처음 선보였던 비둘기 마술과 카드 마술을 섞은 일루션을 선보였다. 그의 일루션은 완벽했다. 단순히 마술만 보이는 것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연출은 그간 프로그램을 떠난 시청자까지 잡을 수 있는 완벽함이 있어 환호할 만했다.
그의 마술은 단순한 마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스토리텔링이 있는 일루션이다. 영양 환약을 5만 원 권으로 바꾸는 마술에 ‘한석봉의 어머니’ 애드리브를 쳐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인식 부족을 꼬집는 패러디를 한 것이 그다.
올바른 역사를 알자고 설민석을 흉내 낸 장면은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했던 장면이다. 단순히 웃긴다고 웃을 수 있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하는 행위에 메시지를 넣을 줄 아는 기획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기에 더욱 놀랍다.
더군다나 그의 기획력은 치밀하다. 하나의 실수라 여기는 것은 모두 뒤이어 나올 또 다른 에피소드를 위한 준비이니 그의 기획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
이은결은 유행에 맞춰 프로그램을 만드는 재주를 보이기도 한다. <쇼미더머니5>가 인기를 끌자 프로그램에서 등장한 ‘머신 건’ 노래를 따라 하고, ‘마리텔’에 이경규가 출연해 눕방과 반려견을 이용한 인기를 끌자 그 모습을 자신의 일루션 프로그램 안에 넣어 웃음을 준 장면은 매뉴얼화된 ‘마리텔’에 충격파를 주기 충분했던 장면이다.
음악 하나도 그에게는 일루션을 위한 장치로 쓰인다.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는 사소하지만 치밀한 음악 선택은 놀랍다. 강산에의 노랫말 중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부분에서 ‘굴하지’를 ‘구라지’라며 아재개그를 시도하지만, 그건 자신의 그 무언가의 행동을 감추는 장치로 사용해 놀랍게 했다.
서유리를 활용하는 방식도 남달랐다. 다른 패널이 그녀를 잠시 지나가는 손님 정도로 썼다면 이은결은 서유리를 파트너로 삼아 매력을 발산케 했다.
놀라 자지러지는 모습을 만들어 내고, 당하는 서유리의 모습을 캐치해 내는 장면은 천재적이었다. 성냥 마술을 통해 놀라움을 줘 경계를 풀고, 마술 간 크로스 장면에 콩알탄으로 놀라게 하는 장면은 시청자를 포복절도케 한 장면이다.
그의 마술은 마술만으로 끝나는 게 아닌 스토리텔링을 입힌 일루션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단 하나의 장면이라도 치밀하게 오차를 줄이려는 완벽함은 ‘마리텔’이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인기가 있으니 비슷한 패널을 운영하고 도식화된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시청률은 말이 아닌 상황.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이은결을 무리하게 장기간 출연시키라는 말은 아니다. 그를 아껴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