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현경의 ‘해피투게더’ 활약을 두고 냉정하게 평가하라면 ‘매우 잘한다’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적당히 잘한다고는 할 수 있다. 예능인이 아니기에 예능인의 기준에 맞추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 그녀가 배우라는 기준에 맞춰 예능 활약도를 따져 평가할 수 있는 선이라면 ‘적당히 잘한다’이다.
그녀가 <해피투게더 3>에서 보여주는 매력은 ‘맹함’과 ‘울상’이다. 그러나 ‘맹함’과 ‘울상’이 가진 어감의 수동적인 면보다는 그녀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초대 손님에게 지지 않으려는 적극적인 행동도 돋보인다. 겸손하기만 한 수동적인 패널이 있으면 초대 손님도 쉽사리 활약을 못 하지만, 능동적인 패널이 생기면서 경쟁하는 모습이 곧잘 비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은 <해피투게더>가 좀 더 생생 토크쇼가 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엄현경은 동년배 여성 연기자들이 등장하면 더욱더 적극적이 된다. 그래서인지 여배우들이 출연해 쪽박을 찬 적은 없다. 기본 중박 이상의 활약을 보여 엄현경이 들어온 이후의 <해피투게더>는 생동감이 넘쳐나고 있다.
소심하고 겸손하게 앉아 있는 듯하면서도 자신이 나설 때는 확실히 나서 주며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은 뜻밖의 재미를 얻게 하는 지점.
오히려 기존 MC이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전현무와 박명수보다 역할 소화도에 있어선 앞서는 모습이다.
<해피투게더>에서 그녀에게 바라는 건 크지 않을 것이다. 여러 여성 보조 MC가 있었던 ‘해투’지만, 기존 여성 보조 MC가 맡았던 능동적인 보조 진행을 그녀에게 크게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맡기고 있는 기습 질문도 사실 기습 질문이 아닌 보조 질문이지만, 엇박자로 치고 들어오는 탓에 생긴 기습 질문 캐릭터는 묘한 재미를 주어 시청자에게 호감을 얻고 있다.
대본상 ‘어느 부분에서 이 질문이 있으니 해야 한다’는 식의 유도가 있으면, 엄현경은 유동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는 생각지 않고 ‘이때구나’ 싶어 바로 질문하는 모습은 엉뚱해 보여 더한 재미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 게스트에게 남성 MC들이 하기 힘든 질문을 그녀에게 맡기고는 하는데, 그녀는 대뜸 치고 들어와 웃음을 주곤 한다.
이번 이상민, 이수근, 문지애, 전효성 출연 방송분에서도 엄현경은 전효성에게 ‘섹시 이미지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흘러가는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대쪽같은 진행을 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웃어도 우는 듯한 울상 캐릭터 엄현경. 잘한다고 큰소리는 치지만, 어설퍼 웃음을 주는 그녀의 캐릭터는 기존 <해피투게더>와는 분명 다른 장점이 되고 있다.
기존 <해피투게더>가 여성 게스트의 무덤(활약도에 있어)이었다면, 엄현경이 투입된 이후에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누가 나왔듯 경쟁에 불이 붙으면 자기가 보여줄 능력 이상은 보여주고 있기에 그녀의 존재 가치는 크다.
하지만 지금의 엉성함과 엉뚱한 매력을 정제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족하지만 적극적인 그녀의 매력은 무기다. 프로 같은 예능인의 모습보다는 부족한 모습이 더한 매력인 것이 그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