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같았던 대종상영화제, 여우 같았던 청룡영화상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11. 27. 17:34
수많은 잡음을 만든 대종상영화제가 곰 같이 무딘 움직임으로 위상을 추락시켰다면, 청룡영화제는 여우처럼(반가운 여우짓) 빠른 움직임으로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두 영화제 모두 그렇게 공정한 영화제라 불릴 수 없는 역사를 보였지만, 적어도 지난해와 올해의 두 영화제 모습은 판이한 차이의 위상을 보이고 있다.
대종상영화제가 꾸준히 꼰대의 모습을 보인 것에 비해, 청룡영화상은 공정하지 못한 영화제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읽어내 자신만의 특징을 잡아가고 있다.
청룡영화상의 2015년 수상 결과는 파격적인 결과이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인정할 만한 공정성이 보였다는 점에서 대중의 환호가 이어지는 이유다.
올해 대종상영화제는 파행의 끝을 보였다. 영화제 대리수상은 불가하며, 불참석 시 상은 타 참가자에게 돌아간다는 ‘참가상’을 선포한 것은 영화제의 격을 단번에 고꾸라지게 한 원인.
또한, 어떠한 공정성도 찾아볼 수 없는 운영은 실망감을 높인 이유다. 대종상 측은 비난이 있었음에도 영화제가 열리는 며칠 전까지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대리수상 불가 발표를 철회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
유력 남녀 수상 후보 대다수가 출연을 보이콧해 대종상영화제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게다가 운영권에 대한 파벌 간 싸움이 알려지고, 억지로 진행된 영화제마저 <국제시장>에 10관왕 몰아주기를 해 파행의 끝을 보인 것은 영화제 폐지를 운운케 한 원인이다.
청룡영화상은 이런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고, 지난해와 더불어 올해 공정해 보이는 상을 주며 영화제의 위상은 한껏 올라갔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은 최고의 작품인 <변호인>에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시상했고, <명량>에 감독상과 최다관객상을 주며 유의미하게 마무리했다. 관객 수로 본다면 <명량>이 앞서지만, 작품성으로 볼 때 <명량>에게 최우수 작품상을 줄 수 없었기에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 청룡영화상.
또한, 이변이라 한다면 <한공주>의 천우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시상한 일. 작품성이나 완벽한 연기력은 아니었으나, 열정과 뒤지지 않는 연기력. 그리고 다양성 영화제에 대한 관심. 대중적 호감도를 인정해 그녀에게 시상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 돼 영화제의 위상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다.
2015년 대종상은 그만한 작품이 아니었음에 <국제시장>에 10관왕의 영광을 안겼다. 과거 상영도 안 된 <애니깽>에 몰아주기를 한 역사가 있었기에 이 시상은 의미를 잃었고, 어느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이었음에도 <국제시장>은 대종상영화제로 인해 불편하게 된 상태다.
그에 반해 청룡영화제는 대종상영화제의 실패를 모델 삼아 반대의 전략을 짜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있다. 누구나 받아도 수긍할 만한 작품에 시상하고, 생각지 못한 작품에 시상해 놀라움을 주고 있는 것.
대종상영화제에 참가하지 않아 상을 주지 않은 것 같은 <암살>에 최우수 작품상을 주고, <베테랑> 류승완 감독에 감독상을 시상하는 행보를 보인 건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을 줬을 건 뻔한 일.
게다가 누구도 생각지 않은 다양성 영화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건 신의 한 수.
누구나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품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상 주길 거부하는 영화제와 누구나 찬밥 취급한 다양성 영화의 주연에 상을 준 영화제. 두 영화제의 권위는 달리 대할 수밖에 없다.
제작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무보수 출연을 한 고운 마음의 이정현과 그녀의 열연은 여우주연상 감이었고, 그런 상을 주는 영화제에 ‘참, 상 잘 주죠?’의 애드리브로 디스를 쳐 준(의도했든 안 했든) 김혜수의 공력. 무대공포증이 있음에도 살인미소를 쏘고 적극적으로 즐긴 유아인. 기꺼이 후배의 영광에 악수로 답한 송강호. 청룡영화제는 배우의 자존감을 살린 영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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