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혜리 향한 지나친 연기력 기대와 이른 비판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11. 6. 14:44
아이돌이 드라마계에 진출하는 것은 이제 거를 수 없는 일이 됐다. 늘 어김없이 연기력 논란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형편없는 연기력을 보인 이들이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 제고해야 할 점은 그 과정에서도 진주처럼 빛나는 연기력을 갖춘 아이돌이 있었다는 점에서 무조건 가자미눈을 뜨고 볼 일은 아니기에, 지금의 지나친 잣대를 낮춰 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들어간 아이돌의 모습은 당연히 안 좋을 수밖에 없고, 그들이 비난받는 것은 이해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과정을 하나씩 밟아가며 연기력을 갖추는 이들까지 못난 이들과 끼워 맞춰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기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지나친 기대로 칼날처럼 날카롭게 연기력을 평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기에 이 또한 지적할 수밖에 없다.
혜리는 따지고 보면 드라마의 주연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주연의 위치에서 누릴 만한 혜택을 받지 못했다. <맛있는 인생>은 완전한 조연이었고, <선암여고 탐정단>은 포지션이나 연기력 면에서 그녀가 센터 자리는 아니었다. 따라서 남의 배역을 가로챌 만한 위치가 아니었기에 많은 질타는 어렵다.
이어 <하이드 지킬, 나>에선 주연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녀가 맡은 역은 감초 역할이었고, 사실상 조연의 역할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역시 이 드라마에서 분위기를 해칠 정도로 안 좋은 연기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속 드라마에 캐스팅될 것은 기대 가능했던 일이다.
<응답하라 1988>(일명 응팔)에 이름을 올린 혜리. 사실 이 드라마는 그녀가 톱인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가 말하는 이야기의 한 인물일 뿐. 그녀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그녀를 향한 지나친 매질은 불편하다.
‘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이라고 하듯, 이 드라마는 가족이야기다. 혜리는 한 가족의 구성원이며 그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남편 찾기’는 그 인물을 들여다보는 방법이기에 지적하기 어렵다. 그 분량이 말도 안 되게 크다면 문제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성동일과 이일화가 보이는 재미와 라미란과 김성균이 펼치는 안정적인 연기는 가족이란 코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제1 코드가 될 것이다. 류헤영과 혜리, 고경표와 박보검, 류준열, 안재홍, 이동휘, 최성원 또한 고른 활약을 보일 것이기에 안심할 만하다.
혜리가 아무리 연기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시대의 인물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그녀가 보이는 약간의 어설픔은 촌스러움이 될 것이며, 그 촌스러움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혜리는 이 작품까지 4편의 작품을 했지만, 사실상 신예 배우다. 처음부터 엄청난 연기력을 보이는 이도 있지만, 그런 이는 많지 않은 상황에 일반적인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배우로 선 이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해 욕먹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혜리는 그나마 나은 편. 한 예로, 발연기의 아이콘이 된 이연희는 드라마와 영화에 약 20여 편 출연한 이후 조금이나마 인정받았기에 혜리에게 지나친 질타는 가혹하다 여길 수밖에 없다.
위 비교한 인물이 너무 극한 대비라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배우가 되기 위한 신예에게 가혹한 잣대를 너무 빨리 대는 건 옳지 않다는 점이다.
혹자는 왜 그 과정을 주연 자리를 꿰차고 하느냐 할 수 있지만,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과 작가가 어느 이미지를 생각해 캐스팅했다면 그 부분은 인정해줘야 하는 부분이기에 존중하는 차원에서도 기다려주는 것이 미덕이다.
드라마를 방해할 정도로 형편없는 발연기를 보인다면 그건 그때 질타하면 되는 것.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깐깐한 잣대로 미리 평가하는 건 무리수로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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