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코리아의 풍자. 소녀시대 팬덤의 사과요구가 개념 없어 보일 때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10. 12. 13:06
‘SNL코리아6’의 한 코너에서 소녀시대의 사진을 불태운 장면을 내보냈고, 팬덤의 사과요구를 받아 공식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두고 팬덤의 요구가 마뜩잖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 10일 방송된 tvN의 <SNL코리아6>에서는 원더걸스가 호스트로 출연해 과거를 ‘셀프 디스’하는 코너를 선보였다.
이 코너의 이름은 ‘제5군통령’. 이 코너는 풍자 요소를 곁들인 코너로 제5공화국을 모티브로 한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원더걸스가 5대 군통령으로 등극해 6대 군통령까지 접수한 과정과 영광의 순간을 보였고, 7대 군통령까지 가려는 독재욕을 표현했다.
실상 모티브의 배경은 제5, 6공화국으로 풍자됐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배경으로 본다면 제3, 4공화국에서 보인 실화들이 표현된 것이라 보는 게 정확하다.
3, 4공화국의 독재상과 기록된 실화에 근간한 풍자는 5공화국의 실화에 혼합돼 표현됐다.
5공화국 당시 삼청교육대를 비틀어 ‘아이돌 교육대’로 풍자하고, 그 아이돌 교육대에서 표현된 탄압의 모습은 우리 역사의 아픔과도 일치했다.
원더걸스가 '제5군통령' 코너에서 잡고 있던 독재시대는 그 시대의 이야기였지만, 이 시대에 대물림된 독재를 연상케 하기 충분하다. 아이돌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재야 걸그룹들의 노래를 듣게 해달라는 군인들의 모습. 그러나 원더걸스 이후의 걸그룹은 금지한다는 아이돌 보안법. 그를 어기는 행위를 하는 이들은 이적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풍자는 이 시대 어느 한 면을 생각하면 정확히 일치하기에 씁쓸할 수밖에 없다.
방송의 자유를 짓밟는 방통위의 탄압은 무엇 하나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시대를 만들었다. 만약 아픈 곳을 찔러 풍자를 한다손 치면 바로 경고가 날라오는 시대다. 배짱으로 풍자를 이어 가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회사를 잘근잘근 씹고 뱉어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시대이니 온전한 풍자는 힘든 세상이 현시대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원더걸스의 셀프 디스 연출인 ‘제5군통령’ 코너는 명백히 풍자 코너이다. 이 코너는 실제보다는 가상의 코너이고 작품으로 봐야 한다. 예능 속 풍자는 현실을 비추기도 하지만, 가상의 세계로 표현해 현실을 꼬집는다.
즉, 이 코너는 작품으로 감상해야 하는 것이지 현실 하나로 평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어떤 연출이 나오든 큰 문제가 없다면 풍자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나 소녀시대 팬덤은 풍자에서 사용된 장면까지 문제 삼고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저 소녀시대 사진 태운 것 하나에 분개하는 모습이어서 한심할 수밖에 없는 것.
결국, 제작진은 공식적으로 해당 게시판에 사과하고 차후 수정 또는 삭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녀시대 사진이 불태워진 장면은 사실 어쩔 수 없는 장면이다. 소녀시대가 데뷔해 이름을 알리고 인기를 얻기까지 원더걸스의 그늘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풍자에 사용하며 사진이 불태워진 것이고, 불태워진 이유는 위 언급했듯 풍자 장면 때문이다.
원더걸스 이외의 그룹을 좋아하는 것은 이적행위라 표현됐기에 해당 시대에 직접 경쟁자인 소녀시대 사진을 불태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풍자지만, 팩트도 유지한 것.
그러나 소녀시대 팬덤은 풍자장면에 사용된 것까지 일일이 현실로 끄집어내 비난하고 있기에 문제다. 이유 없이 사진을 불태운 것도 아닌 작품 표현을 위한 사용까지 일일이 꼬투리 잡는 모습은 분명 이상적인 팬덤 활동이 아니기에 지적할 수밖에 없다.
<SNL코리아>의 풍자는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 원더걸스의 셀프 디스 풍자 코너는 단순히 바라볼 수도 있지만, 다양한 해석 차원에서 본다면 칭찬할 수밖에 없다. 소녀시대를 디스하려는 목적은 분명히 아니다. 팬덤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분개하기보다는 시대의 문제에 분개할 때 더 멋져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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