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하늘도 돕는 김종국과 이광수의 천적관계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5. 8. 31. 07:00
‘런닝맨’에서 김종국과 이광수의 관계는 천적관계여서 더한 재미를 준다. 그들의 관계가 만들어지며,’런닝맨’은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천적관계를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천적관계가 조금은 식상하게 받아들여진다. 때로는 유치하다며 평가절하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문화상 지나치게 리얼함을 찾는 문화가 현 한국 문화고, 또 지나치게 웃음에 야박한 문화가 되다 보니 이런 관계를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이에게만 입맛을 맞출 수 없기에 다수가 좋아하는 관계를 살릴 수밖에 없는 것이 <런닝맨>의 입장.
그런 관계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환영받기에 살릴 수밖에 없다. 힘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인 김종국과 상대가 생각지 못한 장면에서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이광수 캐릭터는 최고의 앙상블을 보인다.
<런닝맨>에서 어떤 캐릭터와 붙어도 지지 않는 초강력 캐릭터인 호랑이 캐릭터 김종국은 유일하게 배신 캐릭터인 기린 이광수에게만 당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당해도 이해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이들의 관계. 초반 형성된 캐릭터 간 밸런스에서 가장 강력한 배신 효과를 끌어낸 것이 이들 캐릭터의 관계다.
메뚜기와 임팔라, 원숭이, 토끼 등과 엮인 관계에서 이광수가 배신해도 큰 효과가 없었지만, 김종국과 엮였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낸 것은 무적 캐릭터를 무력화하는 어이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힘 대 힘’이 아닌 ‘힘 대 꾀’로 제압하는 이광수의 김종국 캐릭터 무력화는 신선한 재미이기도 했지만, 절대 강자도 천적이 있다는 단순한 관계를 확인시켜주므로 더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광수는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을 밉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는 캐릭터. 다른 이는 게임 도중 뻔히 보이게 배신해 제압당하지만, 이광수는 김종국에게 결정적인 장면에서 배신해 무릎 꿇게 하는 캐릭터여서 더한 인기를 얻고 있다.
30일 방송된 <런닝맨: 습격! 기사식당> 편에서도 이광수는 가장 좋은 기회를 날리며 김종국을 당황케 했다. 그러나 그런 이광수가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은, 심각히 기울어진 힘의 무게 추를 배신으로 적절한 선으로 옮겨놨다는 점에서 칭찬할 수밖에 없다.
김종국과 김수로-이광수의 조합은 다른 팀에 비해 사기급 팀일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고, 이어진 게임에서 실제 게임이 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팀이라도 배신을 하고 게임 밸런스를 동급 또는 그보다 못한 시작점으로 내려가게 한 것은 이광수였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김종국과 이광수의 천적관계의 재미는 누구보다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캐릭터 간 관계에서 나오지만, 그 효과를 더욱 강력하게 하는 것은 우연이 만들어 내는 필연이 있어서다.
스태프 150여명의 회식비를 건 기사식당 레이스에서 꼴찌를 하게 한 원흉이었던 이광수는 결과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조차도 면제됐다. 김종국이 회식비를 내게 된 건 운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광수는 천운이 있었고, 김종국은 불운만 있었던 것. 하늘도 그들의 관계를 돕는 듯 이 레이스조차 김종국을 이광수에게 당하게 했다.
압살할 수준의 팀 조합에 타 팀이 불만을 가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광수가 배신함으로써 물거품이 된 승리. 김종국에겐 안 됐지만, 타 팀에게는 경쟁해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준 것이기에 이광수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진행되는 게임이 전체적으로 타이트하게 진행된 것은 이광수의 엉뚱한 면 때문이었다. 맥락 없이 저지른 일처럼 보여도, 그이기에 맥락이 있어지는 배신. 그리고 그를 돕는 기운까지 있으니 이 관계는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 조합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