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차승원의 극한알바에 유재석이 미안했던 것은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4. 11. 30. 13:27
어쩌면 서로가 미안했던 출연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또 어쩌면 서로에게 감사한 출연이 차승원의 <무한도전> 출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은 멤버 2명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차승원의 출연은 애초 기획이라기보다 이들의 빈자리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보였기에, 그의 도움이 필요한 입장에서 <무한도전>과 유재석이 미안할 만했다.
그러나 차승원의 입장에서도 이번 출연은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초심을 다질 기회였고, 아들로 인한 상처가 깊은 시기에 마음을 가다듬는 기회였기에 흔쾌히 출연해도 좋았다 생각했을 것이다.
차승원이 출연한 것은 그 하나만으로 보면 <무한도전>에서는 무척이나 반길 만한 일이지만, 하필 안 좋은 시기에 도움을 청한 차원에서 본다면 미안할 만했다. 게다가 도움 주는 이에게 9년 전 출연한 <무모한 도전>만큼이나 힘든 ‘극한알바’ 체험을 시킨 것은 그를 기획한 유재석이 미안할 만했다.
그래서일까? 유재석은 차승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왜 이렇게 어려운 것(탄광)을 시켰는가에 대한 어필을 하며 ‘미안하다’는 소리를 한 것은 곱게 게스트로 섭외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한 장면이다.
차승원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열심히 한 것이 자신을 강하게 하고 마음을 다잡는 차원에서 이기도 했겠지만, 어려운 <무한도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열심히 한 것으로 보였다.
이번 ‘극한알바’ 특집은 멤버들의 노력과 차승원의 적극적인 모습을 통해 노홍철의 빈자리가 최소화됐다.
하지만 안타까운 장면 또한 바로 이 속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노홍철이 있었다면 차승원과 짝을 이룬 탄광 장면은 2005년으로 리턴하는 장면으로 웃음보를 더욱 자극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차승원에게 공포의 수다 폭탄을 던지며 ‘말 좀 그만해’란 절규를 하게 한 노홍철의 존재감은 그가 없는 자리에서 더욱 그리운 장면이 됐다. 수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면들이 빠졌다는 것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것.
노홍철과 차승원이 힘든 일을 하는 가운데 티격태격하는 장면과 그를 보고 유재석이 재미있어 하는 장면 등 많은 장면을 볼 수 없는 것이 더욱 아쉽다.
차승원과 박명수와의 조합이 이루어진 것은 바로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에 등장한 장면이었을 수도 있다. 차승원은 노홍철의 빈자리를 아주 훌륭히 채웠고, 제작진도 그런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점이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도 저버리지 못한 것은, 노홍철의 자리를 CG 처리할 수밖에 없던 여건과 그의 부재를 에둘러 다른 표현으로 덮고자 하는 안타까움의 표현들이 안쓰러운 한 장면이 됐다.
유재석은 노홍철이 빠진 자리를 보며 ‘그나저나 끝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가까워진다’라는 말을 한 것과 제작진의 자막에서 ‘공간적 여백의 미’라 표현한 빈자리의 표현자막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노홍철이 한 음주운전은 비판이 옳은 행위이고, 이렇게라도 짚어 주는 것이 사실 그에게는 최선의 질책일 수 있기에 그런 표현으로 상기시키는 것을 반길 수밖에 없다.
매를 맞아야 할 땐 맞아야 한다고 가족이 치는 매는 그래서 더 반길 수밖에 없다. 오냐오냐하며 키우는 아이는 다시 잘못할 수 있지만, 잘못을 모질게 벌한 부모 밑에서는 다시 잘못하는 자식이 나오질 않기에, 이런 에두른 질책이 반갑다.
유재석이 차승원에게 미안해한 이유는 경사의 시기가 아닌 시기에 섭외한 점과 손님에게 최고의 음식을 내놓지 못한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허나 돌려보면 두 입장 모두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니 손해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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