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의 눈물은 ‘정글의 법칙’에 도움 준 것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3. 4. 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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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이하 ‘정법’) ‘뉴질랜드’ 편은 시작부터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초심을 생각하게 하는 편이었고, 큰 사건 하나로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지 제작진은 철저히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조작논란 폭로 사건이 생긴 과정은 박보영과는 별개로 소속사 사장의 폭로가 일파만파 커져 홍역을 치렀지만, 그 사건을 통해 ‘정법’은 프로그램이 진실해야 함을 자각하며 조금씩이나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법’ 뉴질랜드 편은 그래서인지 기존과는 다른 작은 변화가 보였다. ‘초심 찾기’란 부분. 순서상 논란이 일어난 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채텀섬에서의 석기 생존 초심 찾기는, ‘정법’이 최대한 원시 생존을 경험해 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그런 노력은 충분히 보여 이해와 공감을 줬지만, 심각할 정도로 초심 찾기를 함으로써 동반하는 멤버들의 고통은 ‘왜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지’, 공감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체험하는 동안 생활에서 약간의 불편함을 통해 얻는 재미 정도만을 바라는 게 시청자의 생각일 듯한데, 애써서 지독하게 고생을 사서 하는 모습은 오히려 불편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뉴질랜드 편은 전체적으로 그림은 좋았으나, 그 그림의 물감이 스며들지 않고 들떠있는 모습을 보인 편이었다. 잘 해보려는 느낌이 강해서 그런지 의욕이 지나쳐 오히려 불편한 모습이기도 했다.
김병만과 정석원의 지나친 남성성의 과시욕은 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을 떠난 지독해 보일 정도였다. 김병만은 부족장이니 당연히 잡아야 한다는 의식에 달인이라는 캐릭터 이미지까지 무조건 최강이어야 한다는 생각들은 지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새어 나왔다. 정석원 또한 마찬가지. 정석원은 해병대 수색대를 나왔다는 자부심에 누구에게 지고 싶지 않은 승부욕은 ‘네가 하면 나도 해야 한다’는 지나친 모습들로 어딘가 모를 씁쓸함을 줬다.
그런 장면들은 지난 방송과 이번 방송에서 고기를 잡는 때 어김없이 보였고, 초대형 가재인 ‘크레이피시’를 잡는 부분에서도 나왔다. 물론 그런 승부욕이 어설피 보이며 주는 웃음도 좋지만, 그 웃음 넘어 자리 잡는 씁쓸함은 시청자에게는 뒷맛이 좋지만 않게 한다.
김병만과 정석원이 먹거리를 구하는 장면에서의 승부욕은 자칫 큰 부작용을 일으킬 뻔했다. 둘 다 ‘저체온증’으로 쓰러질 뻔한 것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기보다는 무모함으로 보이는 장면이었다.
어쨌든 그런 고생을 하는 것이 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다른 멤버와 박보영은 대단하게 여겼을지 모르겠으나 일단 시청자의 입장은 불편한 것이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보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바들바들 떨고 나온 그들을 따뜻한 국물로 속을 풀어주려 요리를 했는데, 달구어진 돌이 폭발하여 엎어진 매운탕에 그만 울컥해 안 보이는 곳으로 가 울어버린 박보영의 마음 씀씀이는 따스했다.
박보영이 보인 눈물은 ‘정법’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눈물이기도 했다. 매번 어떤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강하기만 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당시 참 대단하다고 여기고 새로 볼 기회도 되지만, 모든 연예인이 저렇게 대단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평소 없던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속상할 때 울 줄 알고, 표현하는 박보영의 솔직한 모습은 이런 캐릭터도 있어야 함을 느끼게 한다. 약한 사람도 있고, 강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애써서 없는 이미지 만들어서 인정받으면 또 뭐하겠는가!
속으로는 미치도록 힘들고, 정말 죽어도 못 먹을 것 같은 것을 분위기에라도 강요당해 먹는 모습은 리얼하다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가식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일 수 있게 한다. 벌레 한 마리 먹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고기 한 마리 더 잘 잡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인 우수성이야 있겠지만, 시청자는 서커스를 보는 게 아닌 어울림을 보는 것이다.
속상한 것도 숨길 필요 없고, 억지로 강인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 박보영이 열심히 준비한 매운탕이 엎어져 속상했던 것은 배고픔보다는 그 고생을 위로하지 못했다는 속상함이 묻어난 것이기에 더욱 그 마음이 예쁘게 다가오는 것이다. 박보영의 눈물은 진실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바로 이런 게 꾸미지 않은 리얼함이란 것일 게다. 그리고 그것이 ‘정법’에게 던지는 리얼함의 실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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