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샘 해밍턴, 뿌리까지 한국인 같았다
- [토크] 방송, 문화, 연예
- 2013. 2. 2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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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해밍턴이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준 매력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아 보이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네이티브 스피커로서의 그가 구사하는 말들은 우리가 실제 생활어로 쓰는 것으로, 본 뜻과는 매우 먼 뜻의 말들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인만큼 세세하게 그 뜻을 캐치해 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샘 해밍턴이 가끔 한국인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그가 한국 역사에 대한 인식을 비교적 정확히 알고, 그 역사적인 사실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일본 극우파에 대해 독설을 뿜어내는 것들은 놀라움이 아닐 수 없다.
정작 한국인들은 무신경할 정도로 자신의 역사를 신경 쓰지 않음에도,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갖고 지키려는 모습은 대한민국 현 사회의 국민에겐 창피한 일로 다가오는 일이다.
그가 한국을 찾아 우리 문화를 정겹게 생각하고 이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 그가 이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모습은 늘 진지했다. <라디오스타>에서 그가 말한 내용 중 그런 태도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개그맨을 하려면 그 내부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어찌 보면 합리적이지 못한 위계질서까지 수긍해 가려 했다는 모습은 그가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알게 한다.
한국에 와서 한국인끼리 주고받는 술자리 문화를 비롯한 유흥문화에 빨리 녹아든 것은 그 누구보다 빠른 언어 습득을 가능케 한 요소였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밤 문화뿐만 아니라 말과 정서까지 습득해 가는 영민한 모습으로 한국 생활을 익혀온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 막힘은 별로 없다. 단순하게 표준어 한 자락 배운다고 어학당을 찾은 이보다 그는 우리의 문화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잘 이해해 가며 한국을 배워왔다.
외국인으로서 도저히 이해 못 할 학교 간 자존심 싸움도 그는 즐기며 지나쳐 왔다. <라디오스타>에서 고대 나온 샘이라고 소개하자, 은근히 목에 힘을 주며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은 외국인이 너무 한국인 같아서 웃음을 주는 대목이었다.
보통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배우고 소통을 할 때 나누는 대화는 왠지 딱 외국인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겉도는 수준의 언어 구사력을 보이기에 정서까지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샘은 그 생각을 깨주는 인물이었다.
샘이 사용한 말인 ‘낙하산 입니다’, ‘접었어요’, ‘근데 잘 안 먹히죠’, ‘학교에서 이런 친구 있으면 왕따시키죠’, ‘상무는 행동이 싸가지가 없거든요’, ‘주먹이었으면 이 두 개 나갔죠’, ‘깽판 치다’ 등의 말은 표준어를 배우고 구사하는 외국인들과는 분명 다른 세계의 언어를 하는 외국인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보면 그는 외국인으로서의 말을 한다기보다는,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한국인으로서 말을 하는 모습과도 같아 친근해 보이고 왠지 정이 가게 했다. 난이도에 있어서 가장 난감할 사투리의 어감까지 이해하고 해석하는 그의 모습은 순간순간 놀라움을 갖게 한다.
샘 해밍턴이 <라디오스타>를 통해서 보여준 매력과 원래 가지고 있던 매력이 부각되는 것은, 그 문화 자체를 애정도 있게 연구하고 받아들이고 즐겼다는 데 있다. 그만큼 애정을 갖고 바라보고 아끼기에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는 반푼이 일본 극우파에게 그가 남긴 말은 속 시원한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사람들. 그리고 그 나라 싫어하지 않지만.. 일본 정치인들은 진짜 개쓰xx 같아!”라며 한 말은 우리네도 쉽게 쓰지 않았던 말이어서 놀라웠던 기억이었다.
<라디오스타>를 찾은 샘 해밍턴이 한국에 와서 직업적인 면과 인간관계 면에서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라디오스타>에서 정서상 뿌리까지 한국인 같아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어 놀라움을 줬고, 웃음도 줬다. 이런 이를 보는 즐거움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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