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초한지 종영, 빵 터지는 반전의 명품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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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보내기 아까운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를 이제 멀리해야 하는 시간이다. 20부작의 예정이었던 <샐러리맨 초한지>가 2회 연장을 하면서까지 보여주었던 것은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다’라는 교훈이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스토리가 녹아 든 <샐러리맨 초한지>는 고전소설의 주 이야기 구조뿐만 아니라 현 시대의 사회상까지 담아내려는 노력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수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했으나 어느 하나 부자연스러운 것이 없을 정도로 극 속의 이야기 구조는 연결성에 있어서 탄탄했다. 극 중 팽성실업은 언제는 한진중공업이 되기도 했고, 어느 때에는용산사태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으며, 어느 때에는 모 반도체 회사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단순히 패러디를 하는 것을 넘어서 이 사태들이 어떤 시선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까지 보여주는 극 전개는 보는 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였다.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부조리한 현실의 근원들을 보여주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같이 풀어보자는 식으로 화두를 던져놓는 것이었기에.. 단순히 TV를 시청하는 것이 아닌 생각할 수 있는 여지의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시청자들은 좋았다.

이 드라마는 고전소설이 말하고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타협을 한 작품이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전소설 속 초한지는 중국의 역사 소설로서 진나라 말기에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기나긴 대립을 묘사하고 있는 소설이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는 샐러리맨으로 불로불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한 유방과, 이 프로젝트에 복수를 꿈꾸며 참가하게 된 항우와의 만남과 그리고 대립이 주 구조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진행이 되면서 풀어낼 실마리가 많이 생긴 것은 밋밋한 구조 때문이었다. 항상 생각한 것과는 달리 풀려나가는 것이 드라마라고,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극에서 빨리 죽는 것으로 끝날 ‘진시황 회장’이 의외로 히트를 치며 재미를 주자 분량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모가비 역’ 김서형의 분량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김서형의 엄청난 카리스마는 죽지 않는다고 어느 순간 포텐이 터지고, 극의 주도권을 잡아가게 된다. 그러자 또 백여치 정려원의 역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종영이 되는 시점에서 본다면 밸런스 면에서는 더 없이 좋은 균형감을 이루었다고 해도 될 만한 작품이 <샐러리맨 초한지>였다고 보인다.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두 균일할 정도로 배분이 된 역할은 변화하는 사회 속 이야기와 궤를 같이하는 스토리들로 잘 이어졌다. 꼭 어느 상황이라 표현을 하지 않아도 매 순간 이어지는 이야기들에 잘 묻어나는 배역들의 달달한 연기는 보는 내내 웃음을 가져다 주었다.

<샐러리맨 초한지>는 유방 역을 맡은 ‘이범수’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극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최고의 반찬 역할을 했다. 거기에 극의 톡톡 튀는 느낌을 주는 데는 백여치 ‘정려원’의 음소거 욕인 ‘삐리리 삡삐’가 다이내믹한 재미를 줬으며, 차우희 역의 ‘홍수현’은 허당 끼 가득한 반푼수 역으로 큰 웃음을 줬다. 이 드라마를 느낄 때 두 가지 시선으로 보는 재미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더 없이 행복한 경험을 가져다 주는 요소였다.

극 중 캐릭터도 그러하다. 신중한 연기를 보이는 클래스가 있고, 코믹한 연기를 하는 클래스가 미리 마련되어 있는 것은 확실히 극을 보는 재미를 나눠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믹스율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유방과 여치. 그리고 ‘진시황, 우희, 장량, 번쾌, 한신’이 주는 코믹한 요소는 압권의 재미를 줬고, 간혹 끼어드는 ‘항우’의 코믹 요소도 진지하지만 그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코믹함은 웃음을 가져다 주었다. 그에 반대되는 개념은 진지함의 캐릭터 요소였다. 극 중 ‘모가비’와 ‘항우’, 그리고 ‘박범증’ 등의 인물은 진지한 스토리를 이어가는데 더 없이 몰입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보였다.

뭐라고 해도 단연 <샐러리맨 초한지>를 이끈 반전의 재미라고 하면 ‘에필로그’를 빼 놓을 수 없다. 끝나는 1~2분여 시간에 보여지는 이 에필로그는 배꼽을 빼 놓는 재미를 가져다 준다. 극 전체를 놓고 볼 때 반전의 요소를 찾으라고 하면 꽤나 많은 숫자의 반전 요소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의 재미를 준 반전요소는 역시 ‘에필로그’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최종회에서조차 에필로그의 반전 재미는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제공했다. 모든 스토리가 마감이 되고 해피엔딩을 바라보는 시점에 이어지는 훗날 이야기는 큰 재미였다. 1년후 유방의 모습과 그 주변인들의 모습은 행복 가득한 모습이었고, 15년 후 그들의 모습은 유방만 빼놓고 나이가 든 모습으로 여전히 행복한 모습이었다. 30년 후도 마찬가지. 그런데 30년 후 등장한 ‘유방과 여치’의 딸은 여치를 빼다 박은 언어 구사 능력을 보여주어 빵 터지는 웃음을 준다.

기념 촬영을 하는 신에서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말에 ‘아! 이런~ 쉬삐삐~ 삐삐삐~’란 욕설 신공을 보여주는 여치의 딸은 어머니 백여치를 넘어서는 실력자의 모습이었다. 이전 에필로그에서 가장 배꼽을 빼놓은 장면은 자신도 모르게 백여치를 좋아하게 된 유방이 그녀를 생각하며 당장 생각나는 이미지에 욕설을 하는 신공의 모습은 여치를 생각나게 하는 오버랩 장면이기도 했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엔딩 크레딧 시간에 딴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시간은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의 재미가 숨어 있는 ‘에필로그’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베르사이유 유방’과 ‘모가지 회장 모가비’를 못 보는 것이 왠지 쓸쓸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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