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이상하게 원두향이 빠진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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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이 커피에서는 원두향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원두커피인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기분은 원두커피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나는 가수다>를 보는 시선이 요즘 이렇다. 음악을 전혀 모른다고 하는 '김영희PD'가 창조해 낸 예능 아닌 예능, 그러나 예능이고 싶어했던 프로그램이 '나가수'다.

처음 만들 당시 음악을 아는 이들이라면 절대 기획을 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했지만, 김영희PD는 어렵고도 쉽게 절대 가창력의 소유자를 끌어모았다. 그것도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이들을 한 자리에서 경합을 붙인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여 자존심 팔리는 일이었기에 누구나 최고의 가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대한민국 역사에서 20세기 21세기를 걸터앉은 최고의 가창력 가수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몰려든 것은 가히 역사적인 반전에 속하는 일이었다. 오죽 독창적이었으면 프로그램 포맷을 팔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겠는가!

김영희CP의 추진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와는 특별한 인연의 가수들이 대거 프로그램 초반에 그를 믿고 나왔다. 그러나 엄청난 가수들의 존재만큼이나, 대단한 관심이 따랐고.. 끝내 김건모가 룰을 깨고 재도전을 하며 시작부터 엄청난 내홍에 빠진다.

'이소라',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백지영', '김건모', '정엽'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경합을 벌이겠다? 이것은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한두 명이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역시나 이들은 대한민국 가요계에 있어서 전설적인 가창력을 가진 이들이고, 그만큼 개성도 강하기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조차 꿈같은 일이었다.

거기에 기획당시 매일같이 '김영희CP'는 '임재범'에게 달려가 구애를 시작했다고 한다. 또 한 명의 절대적인 가창력을 가진 가수를 섭외하기 위해서 말이다.

만일 조금만 더 버텼다면 그는 자신이 그렇게 노력한 '임재범'의 무대를 보며 감동에 졌었을 테지만, 시청자들의 과한 반응과 MBC내부의 섣부른 결정에 따라 3주를 못 버티고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러나 최초 섭외 기획을 해서 결정이 된 가수들과 한 명의 가객인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의 전체적인 최고의 가수가 되어버렸고, 이때가 원두향 진하게 묻어나는 전성기였다. 누구하나 빼놓지 않고 원두향 진하게 묻어나는 가수들이 이 가수들이었다.

폭풍같은 힘을 가진 그들의 등장은 바닥을 기던 '일밤'을 순식간에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다시 올려놓는다. 시청률을 떠나서 기획이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기에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과 반복되는 식상한 예능에 지친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열광을 하게 된다.

음악이 인생의 전부인 '이소라'는 음악을 사랑하면서도 무대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지 쉽사리 첫 마디를 불러내지 못했고, 그를 지켜보던 수많은 관객들과 김영희CP는 조마조마 했다고 한다. 지켜보던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고 어느새 입으로 새어나온 두근거림 가득한 떨림의 '바람이 분다~'라는 첫 마디의 음악은 가슴 가득 눈물이 맺힐 정도의 아련함으로 첫 시청자들의 가슴에 다가온다.

헤이즐넛향 가득한 이소라의 목소리는 시청자와 관객. 그리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수들의 가슴에 요동을 치게 했고, 단숨에 <나는 가수다>는 명품 소리를 듣는 프로그램으로 탄생하게 된다.

'김범수'는 변화무쌍한 가수로 탈바꿈하여 음악에만 빠질 수 있는 요소들을 예능으로 풀어내며 많은 사랑을 받는다. 외모로 승부할 수 있는 가수가 되었다는 것이 그가 건져낸 최고의 수확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파격적인 무대를 보여준 것도 바로 그였다.

'임재범'도 <나는 가수다>를 가장 확실히 진한 원두향이 묻어나는 프로그램으로 만든 절대적인 존재였다. 한국적인 락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남진의 트로트 노래 '빈잔'은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하광훈의 편곡 솜씨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마력과도 같은 임재범의 목소리 톤은 '빈잔'을 트로트에서 락으로 받아들여질게 만드는 가공할 파워를 보여주었다. 누가 이 노래가 트로트였나? 생각하게 할 정도로 파격적인 편곡과 가창력이었다.

요정의 노래를 들려준 '박정현'과, 파워 넘치는 보컬의 '윤도현', 달콤한 솜사탕 같은 목소리의 '정엽'의 노래는 시청자들을 행복감에 빠져들게 했다. 이때까지 <나는 가수다>는 원두향 가득한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원두향이 희석이 되기 시작한 것은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넓히겠다고 생각하게 되며 영입한 가수들이 들어오면서였다. 분명 실력은 조금 떨어질 뿐이었지만, 그 격차는 심하게 느껴지는 투입이었고, 조금씩 그 향이 날아가 이제는 원두커피가 맞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향이 없어져 가고 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옥주현'을 시작으로 하여 'BMK'가 등장하고 '조관우', '장혜진', '자우림', '김조한', '윤민수' 등이 차례로 등장하며 갑자기 프로그램의 격이 한 단계 주저앉아 버린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분명 가창력으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피부로 느껴지고 귀로 느껴지는 감동은 첫 등장의 가수들과는 뭔가 다른 격을 느끼게 한다.

첫 등장한 가수들을 너무 사랑해서였을까? 하지만 그것으로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느껴지는 전달력에 있어서는 첫 기획의 가수들 보다는 지금 등장한 가수들이 왠지 향에 있어서 원두향이 묻어나지는 않는 감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원두향 가득 묻어나던 1, 2기 가수들은 쥐어짜는 듯한 무대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향 그대로를 보여주었음에도 가득 향이 묻어나는 그 모습이었다. 저마다 가슴에 맺힌 한이 있던 가수들의 무대는 숨이 막힐 정도의 텐션을 줬지만, 지금 등장한 가수들은 왠지 모를 욕심이 묻어나 거부감을 준다. 물을 탄 듯한 원두커피가 되어버린 듯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결정적인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무대를 대하는 자세? 초반 가수들에게는 뭔지 모를 절박감과 긴장감이 스스로에 대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가수들은 뭔가를 보여줘야만 한다는 인위적인 강박감과 느슨함이 보여서는 아닐까? 아무튼 확실히 뭔가 표현하지 못할 그 미묘한 기운이 원두향이 없어지게 한 것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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