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의 선택적 옳은 소리. 왜 이번 정권엔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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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사회적 정치적 인도주의적 관심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 정우성만큼 꾸준히 관심을 갖기도 어렵고 그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인물도 많지 않으니 비난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역시 선택적 정의 성향을 갖고 있어 칭찬만은 하지 못한다.

정우성은 13일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자신의 특별전을 위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정치적 멘트도 함께했다.


신경 쓰지 않고 들으면 옳은 소리라 생각되고 칭찬도 아깝지 않은 말이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또 그리 명쾌하지 만은 않아 아쉬운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

그가 말한 이야기를 우선 보자.

“지나온 정권을 겪으며 우리는 침묵하도록 길들여졌습니다. 정권에 반하는 얘기를 하면 ‘빨갱이’ 프레임이 씌워졌죠. 직군이 어디든, 정치에 관심 갖지 말고 먹고 사는 것에 충실한 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란 이상한 처세술을 배웠어요. 잘못에 대해 내야 할 목소리조차 자기검열하듯 참아야 했던 시대였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각자가 행동함으로써 서서히 깨나갈 수 있어요. 제가 그런 사람 중 하나이길 원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을 살펴보면 납득이 어려운 부분도 있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다.

일단 ‘지나온 정권’ 하에 침묵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은 그가 피부로 느낄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이는 일명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 정도가 느꼈을 감정이지 그가 말하듯 직군을 불문하고 느낀 억압은 아니었다.


정권에 반하는 얘기를 하면 ‘빨갱이’ 프레임이 씌워진다는 것 또한 극우 보수들의 망동으로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는 인간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사회였다는 것은 대중도 기억할 것이다.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던 건 억압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들이 포착됐기에 움직인 것이지. 직접적인 억압을 받은 일은 없었다.

국정을 농단한 세력이 드러나고, 세월호 사건을 숨기는 몰상식한 일을 벌이며, 자신만을 위한 세계를 꿈꿨기에 탄핵을 시킨 것이지 정권에 반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국민 대다수를 빨갱이로 매도하고 통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정권이 바뀐 지금이 더 파시즘의 나라가 된 것은 그가 모르는 일. 아니, 관심이 한쪽에만 있으니 반대쪽 상황을 모르는 상황.

그가 말했듯 정권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빨갱이’ 프레임이 씌워진 그 시대도 있듯, 현 정권하에선 정권에 반한 이야기를 하면 ‘일베충’ 프레임이 씌워지고, ‘친일파’ 프레임이 씌워지는 현상을 그는 모를 것이다.


또한, 선거 때부터 그들이 지지하는 자가 아니면 선의의 경쟁자는 모두 적폐가 되는 현상을 우리는 겪어 왔는데, 이제와 그 시대에 ‘빨갱이 프레임’이 일반화된 현상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의 발로로 여겨지기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 성향에 대한 기준은 사실 없다. 그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만 뽑을 뿐. 그들이 옳고 그른 정치인인 것은 보지도 않는 미개한 시민의 세상에 누군가로부터 ‘빨갱이’ 프레임에 갇혔다고 억울해하는 것도 어이없는 일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빨갱이 프레임을 말하려면 정권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두고 ‘일베충’이니 ‘친일파’이니 또 다른 프레임은 씌우지 말아야 옳은데, 정우성이 말하는 쪽 사람들 또한 그런 프레임 질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상황이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정우성의 말이 깨어 있는 사람의 말처럼 들리려면 중간자적 입장처럼 들려야 한다. 극단적 보수 편에 선 자는 ‘빨갱이’ 프레임질을 멈추고, 극단적 진보 편에 선 자는 ‘일베충/친일파’ 프레임질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점 제시는 그의 꾸준한 소신이고 철학이니 편향된 논리가 비교적 적을 수 있으나, 지난 정권 하에 침묵하도록 길들여졌다는 말을 하는 건 조심했어야 한다. 오히려 현 정권 하에 말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을 해보는 것 하나 없이, 지난 정권만 탓한다고 하면 그 말은 의도한 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정권은 꾸준히 검증을 받아야 하고 비판과 비난. 그리고 잘못한 것에 대한 부분은 처벌도 감당해야 한다. 왜 ‘지난 정권’만 문제라고 생각할까? 지금의 정권도 문제가 많은데! 보편적 공감대를 얻고 싶다면 편향된 입장은 지양해야 한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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