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정치풍자. 유토피아일 줄 알았는데 디스토피아

‘무한도전’이 그려낸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적어도 유토피아인 것만은 아니란 걸 그들은 속이 쓰려도 알렸다.

정권이 바뀌면 유토피아 국가가 되는 줄 알았을 것이나 디스토피아가 도래한 세상. 겉으로 보이는 건 환상의 유토피아인 것 같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디스토피아인 세상이 바로 현재의 한국 모습이다.

새로운 정권을 차지한 또 다른 수구 기득권 야당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지저분한 방법을 다 써가며 자리를 차지했다. 새 정권을 만들기 위한 짓이라면 불법이라도 자랑스럽게 저지르고, 이긴 자의 죄는 정당화된다는 식으로 모든 잘못을 덮고 있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다.


그 지지자들은 승리에 취해 패자를 조롱하고, 그 패자가 다시 본 무대에 서지 못하게 미리 짓밟는 모습은 이게 민주주의 진보 정당 지지자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던 진보 정당과 진보 지지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언론을 주무르고 폐간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과하고 시정하면 되는 사안에도 직접 민주주의라는 허명 하에 언론사 보도국장을 찍어내는 전체주의국가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얼치기 시민의 모습은 답답함을 준다.

<무한도전>이 바라본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의 모습은 좀 더 쓰리다.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바라봐도 국가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기에 그들의 풍자는 훨씬 날카로워 보인다.

따지고 보면 상세 대본도 없는 예능 프로그램. 티격태격하며 생기는 모습들에서 이 시국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기에 그만큼 풍자를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무한도전: 미래 예능 연구소>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 속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듯 보였다.


<무한도전: 미래 예능 연구소>에서 실험한 항목은 피와 땀, 눈물을 모으는 실험이었다. 몸 쓰는 것과 감정 컨트롤로 담아낸 피와 땀은 정직하게 실험에 참가한 멤버에게 돌아갔다. 문세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땀을 모아 상금을 탔고, 배정남은 눈물을 모아 상금을 획득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른 참가자들은 정직한 경쟁을 하지 않았다. 마치 19대 대선에서 벌어진 온갖 지저분한 과정이 농축돼서 담긴 전장 같은 모습이었다.

박명수가 의심을 하는 장면에 등장한 자막은 ‘한 명은 평소대로 의심병 발동’. 이어 ‘관심 주면 더 증폭되는 공격성’이란 자막이 따라 올라왔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수없이 보던 장면들이었고,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벌어지는 모습이기에 씁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박명수의 모습을 일컬어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진 한 분’이라는 자막은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이들을 생각게 해 더욱 씁쓸했다.


또한, 피지컬에서 강자라 느껴지는 정준하와 문세윤에게 게임 참가자들이 몰리자 ‘힘의 논리에 이끌려 커지는 세력’ 자막은 핵심을 찌르는 듯해 웃음과 함께 씁쓸함도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세력이 불고, 그 세력에 찬동하지 않으려 홀로 남은 조정자 유재석을 단체로 모함/위협하는 상황은 모 정당과 그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역시나 <무한도전>의 자막은 ‘내 편 아니면 혹독하게 여론몰이’라는 자막으로 그 상황을 풍자 비판했다.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는 홀로 남은 자’ 유재석. 끊임없이 위협하는 이들을 일컬어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다수권력’이란 자막으로 그들의 실상을 알렸다.

교묘한 우연이라고 할까? 그들이 펼친 게임은 둥근 원이 그려진 영역에서 이뤄졌다. 그 원을 차지한 정당과 그곳에서 멀어지면 적폐가 되어버리는 상황들은 예능 안에서도 보였다.


선거에서 진 정당이 원 밖으로 쫓겨난 상황. <무한도전>의 ‘원 밖에서 시작으로 분쟁종결’ 자막은 정치판의 모습을 표현한 듯 보였다.

‘단신끼리 동맹 제안’ 자막은 소수당의 동맹에 대한 부분을 말한 듯 보였고, ‘힘의 논리와 정의감이 충돌’한다는 자막 또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한 부분이다.

‘힘의 논리와 정의감의 충돌’은 배정남이 정준하를 원 밖으로 강하게 쳐낼 때 나온 자막으로, 힘의 상징인 정준하가 자리 잡은 권력의 무게감에 배정남의 정의가 충돌해 몰아낸 장면이었지만, 그 또한 어떤 것이 정의가 될지 묻는 부분처럼 보여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맥없이 나가떨어진 정준하가 머리를 세트에 부딪혀 멍한 상태에서 그를 걱정해주는 건 유재석밖에 없었다. 유재석은 대부분 유일하게 페어플레이를 하려 했고, 스스로 낙을 결정하며 걱정해줬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 모두는 정준하의 고통에 웃음으로 넘겼다. 마치 19대 대선이 끝난 후의 모습 같아 씁쓸했던 장면. 균형만 있으면 그 상황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능히 알 것이며, 누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알 것이다.


선거 후 모습은 더 있다. 갈등 속에 무너지는 땅꼬마들. 소수 정당을 보여주는 상징들의 갈등과 배반. 이후 ‘리더마저 뒤통수치는 세상’이라는 풍자 자막은 현 모 정당의 모습을 보는 듯해 더욱 씁쓸했다. 선거에는 일절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가 선거에 지니 너도나도 자숙하라는 모 정당은 그래서 더 지지자를 분노케 한다.

그 외에도 ‘가장 강한 수컷을 중심으로 무리 형성’, ‘땅꼬마 유니언 내 패권 다툼’, ‘혼자 잘 되는 건 눈 뜨고 못 봄’, ‘자체적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노력함’ 등의 자막은 디스토피아의 모습을 표현하는 자막이라 입맛이 썼다.


승자가 되기 위해 온갖 마키아벨리즘(권모술수)에 빠졌던 모 정당의 모습과 찬동 세력. 그리고 책동에 서슴없이 동조한 지지자들의 직접 민주주의를 빙자한 파시즘적 정치 참여는 유토피아 건설을 위한 것이 아닌 디스토피아 구축을 위한 모습이어서 분노케 했다.

<무한도전>이 그려낸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의 모습은 입맛이 썼지만, 그만큼 잘 풍자해 내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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