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풍자, 뼛속 깊이 뭔가 느껴지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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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특집은 그 어느 때보다 풍자 속에 웃음이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 웃음 속에 풍자가 강했다. 아니 강했다고 직접적으로 느낀 것은 국민 대다수가 예민해 하는 일과 맞닿은 사안이었기에 더 강하게 느껴졌을 게다.

연말정산 사태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서민이라 불릴만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증세였기에 더 예민했다. 정작 부자 증세는 없이 서민 증세만 있는 법 개정. 주위의 도움으로 한자리 단단히 차지하고 있는 권력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서민의 피를 뽑는 것을 선택했다.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냐는 말에 내가 그것을 하기 위해 무언가 하겠다고 선언한 이는, 시간이 지나 내가 언제 그랬냐며,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 내 입으로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그녀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시대는 유감스럽기만 하다.



<무한도전> 박명수가 마지막 상자였던 바로 전 상자를 오픈하고, 이제 더 연다면 이 게임은 공멸하기에 멈춰야 함을 역설하는 장면. 자신은 열었으면서 다른 사람이 열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다 자신이 연 것을 까먹는 화법은 영락없이 그녀의 모습이었고, 자막도 유체이탈 화법이라 지적했다.

멤버들은 자신의 출연료를 지급받는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이면 계약서를 속아 작성하고, 늘어나는 빚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매 상자가 열릴 때마다 100만 원씩 차곡차곡 늘어나는 빚은 게임 후반부에 들어선 1천만 원이 넘는 빚이 되어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정형돈은 단 한 번도 상자를 못 열어 이성을 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차피 파탄으로 가는 상자였기에 마지막 정형돈이 열어보자고 한 것을 멤버들은 보면서도 막을 수 없었다.

정형돈의 마지막 상자 오픈으로 결국 멤버들이 떠안은 빚은 모두 합쳐 5500만 원. 이 돈은 <무한도전>의 제작비로 사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선심 쓰듯 빚 탕감을 제안해 멤버들의 부담을 줄여줬다.

빚 탕감을 해준다니 당장 자신의 통장에서 돈 빠져나갈 일 없어 멤버들은 환영했지만, 그 돈이 애초 자신의 돈이었기에 억울하면서도 억울해할 수 없는 모습이 씁쓸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면 계약서에 속아 계약을 했기에 꼼짝없이 돈을 빼앗기게 생겼다가, 안 받는다고 하니 좋아하는 모습은 현재 국민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당장 연말정산 개정 취소 건만 보더라도 자신이 돌려받는 것보다 물어내야 하는 것이 많았을 땐 봉기를 일으킬 정도였으나,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하니 무신경해져 어디로 세금이 빠져나가는지를 모르고 마음 편한 모습이다.

제작진을 대표한 김태호 PD의 남의 돈 갖고 생색내기 풍자는 바로 이 사회 권력자들이 내는 생색과도 닮아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분명 <무한도전> 프로그램 측에선 상여금을 한 푼 내걸지 않았고, 그저 멤버들의 통장에서 인출되는 것만 막아줬을 뿐임에도 큰 것을 베푼 것처럼 됐다. 서민의 입장이었던 멤버들은 아무런 말을 못하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씁쓸함을 보였다.

코 베이고도 감사하다 인사하는 멤버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국민을 보는 듯해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특집 마지막 계약서를 찢어드리고 공제해 주는 거니까 상여금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는 뻔히 사기성 논리였고, 우리는 그런 사기를 당해왔다.



멤버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억울해할 땐 언제고 빚 없애준다니 희희낙락한 모습’이라며 조롱하는 듯한 자막 풍자 또한 법을 만드는 이들의 시선 같아 씁쓸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자신이 피땀 흘려 돈 벌고도 증세한 것을 모르고 더 돈을 내는 세상이다. 3월부터 도시가스비가 인하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미 한차례 소폭 인하됐지만, 이번 인하는 이미 이루어져야 했던 인하다.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더 낸 것이지만, 인하해 줬으니 그저 국민들은 고맙다고만 할 것이다.

또 머지않아 선거철이 다가올 것이고, 그 선거철에 다시 올랐던 물가와 세금을 깎아주면 우리 국민은 <무한도전> 멤버가 풍자로 보인 것처럼 그저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며 황송해 할 것이다. 그리고는 그런 당의 후보를 당선시켜 조삼모사 행위에 또 당할 것이다.

<무한도전>의 풍자는 강했다. 다행인 것은 이런 풍자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뼛속 깊이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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