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세월호와 현 시국 풍자. 이게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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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나타났다’ 이 말은 <무한도전>이 진짜배기 풍자를 마음껏 보여줘 하는 말이다.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가장 간접적인 방식. 또는 돌려서 생각하면 가장 직설적으로 하는 ‘진짜배기 풍자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 것이 바로 이번 <무한도전>이 보여준 풍자다.

<무한도전>의 풍자 방식은 직접적으로 견해를 밝히기보다는 상황극에 녹여내 그것을 알 듯 모를 듯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 포인트. 이 균형을 잘 맞추면 시청자는 그것이 풍자인지 일반 상황극인지 모르고 넘어가며 웃을 수 있고, 그 상황극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이에게는 더욱 큰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예능적 풍자다.

예능의 풍자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방식보다 한결 부드럽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 심각성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에 파급력은 어쩌면 한 단계 더 높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직접적 사설이나 논평은 독자에게 생각할 여유보다는 직접적인 전달 방식을 취하나, 풍자 예능으로 보여주는 사회 문제는 그 내용을 알았을 때 잔상효과가 깊게 남기에 그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는 가가 관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풍자는 매듭이 더 촘촘해야만 한다.


<무한도전>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와 그것에 대응을 못 한 정부를 최대한 돌려 표현해 풍자했으나, 그 풍자한 내용의 깊이는 그 어느 시사 프로그램 못지 않게 매서웠다. 서슬 퍼런 풍자는 <무한도전>이 9년 넘도록 최고의 풍자 예능의 한 축을 어떻게 담당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머지않아 다가올 6.4 지방선거를 맞이해 <무한도전>은 ‘선택 2014’ 코너를 마련했고, 멤버들은 한 명 한 명 후보자가 돼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 공약은 그간 보여왔던 정치인들의 그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이 사이에 현 정치판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제가 이번 선거에 후보로 나오는 것은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나온 것’이라 한 것을, <무한도전>에서는 유재석을 못 마땅히 여기는 설정의 박명수가 대신 맡아 연기했다. 박명수는 말끝마다 자신이 안 되는 것은 당연히 알지만, 너만은 안 된다며 유재석의 저격수로 나섰다.

박명수가 연기한 장면들은 대부분이 그런 방식. 안 입던 옷을 입고 공약을 하는가 하면, 마음에도 없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외치다가 유재석에게 제지당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말이다. 지금까지 거짓말로 일관하고 무응답으로 일관한 누구에게 국민이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또 박명수는 수첩을 들고 공약을 내걸며 이런 말을 했다. ‘못 웃기고, 자리에 연연하는 연예인들, 피디와 조연출 편집 못 하는 애들 등은 책임제를 가중시켜 빠짐없이 옷 벗기겠다’고. 그러나 그 사정의 칼날은 자기만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줬다. 이 또한 그 누구를 생각하게 했다.


그렇다고 박명수만 그런 역할을 한 건 아니다. 노홍철도 이어 ‘시청자가 부모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시청자가 부모면, 우리를 길러준 것은 시청자분들이다. 그래서 남은 10년은 효도하는 10년을 만들겠다. 여러분 부모가 자식 보고 싶어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꼭꼭 감추면 이게 자식입니까?”라며 “이런 불효막심한”을 연발하며 분노의 말 한마디를 더 남긴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그따위로 할 거면 물러가라”라는 말은 꼭 누군가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노홍철이 한 말 중 ‘시청자가 부모다’란 슬로건은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다’란 말을 대변한 말로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보답하지 못하는 그 누군가를 표현한 것으로 보였으며, 세월호 참사에 숨기 바빴던 정부를 겨냥하는 말로 생각해도 무난했다.

조금 과장된 상상으로 하나의 상황을 대입해 보면 더 크게 웃을 수 있던 장면도 있다. 정준하의 자식 로하를 보고 한 말 중 “이 분의 자식이 한국어를 구사하는지 일어를 구사하는지”란 말은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면 다카기 마사오로 창씨 개명한 박정희와 그의 딸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어 더 크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과장된 생각이라 치자.

정형돈이 내건 공약 중에도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한 현 정부의 무능함을 풍자한 부분이 있다. 그가 내 건 공약에는 ‘시청률 재난본부를 설치하고 시청률 위기 시 개그 컨트롤 타워 설치를 하며, 위기 시 늑장 대처를 막기 위한 전문화된 위기 극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현실적 공약이 있었다.


하하 또한 <무한도전> 신입 당시 어느 후보 한 분이 몰래 오셔서 저한테 제발 좀 웃어달라고 한 분이 계신다는 말은 박명수를 가리켰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언딘이 타 민간잠수사에게 공을 빼앗으려던 부분이 오버랩 돼 웃음과 동시에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회는 사회 풍자적인 면도 있었지만, 냉철히 자신의 프로그램을 돌아보며 자성하는 시간도 가져,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들이 다짐한 것이라면 현실은 냉정히 돌아보고 반성하며, 발전은 하되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자기 고유의 포맷으로 독특한 면을 유지하자는 다짐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이 다짐에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무한도전> 멤버와 제작진이 한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와 길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의 모습은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장면이다.

이 외에도 박명수의 소름 끼치는 유체이탈 화법은 그 어떤 사람을 생각게 해 웃으면서도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이 내건 공약 중 잘못한 만큼 곤장을 맞는다면 그 어떤 분은 가루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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