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동이’ 이준, 특화된 독보적 캐릭터가 무기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 이준이 독보적이 연기 세계를 구축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그 어떤 아이돌 그룹 멤버도 보이지 않았던 장르에 그는 도전하고 있고, 그 결과는 매우 흡족한 상태로 시청자를 만족시키고 있다.

전체 아이돌 그룹 멤버 중 일부 멤버가 배우의 꿈을 가지고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심지어 같은 팀인 엠블랙의 ‘지오’조차도 배우를 꿈꾸며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아이돌 멤버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아 때로는 발연기라 조롱당하는 일이 다수인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타 아이돌 멤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준의 연기력은 시청자에게 섬뜩함이 동반된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있어 흥미롭다.

이준은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에서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 ‘갑동이’를 영웅처럼 생각하는 카피캣 범죄자로 등장. 그보다 더 악랄한 범죄를 통해 소름 끼치는 악인의 모습을 보인다.

남의 아픔을 느끼려 하지 않는 무감각한 인간. 태생적으로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그가 자신의 성향을 가진 범죄자 ‘갑동이’를 따라 하는 오마주 단계를 거치고, 점차 그보다 더 풀리지 않는 범죄를 저지르는 역할은 생각만으로도 몸에 소름 돋게 한다.

평소에는 한없이 착한 얼굴로 아이처럼 순수한 웃음을 짓지만, 그 웃음 뒤에 숨긴 서늘함은 지켜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차라리 웃고만 있으면 좋을 것을, 그 표정이 변하는 순간 범죄를 저지를 거란 불안감은 시청자를 오싹하게 한다.

실제 그가 극 중 배역인 류태오로 첫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은 인간의 이성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처럼 보였다. 그처럼 이준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범죄 영화에서 공통적인 면이 하나 있다면, 세상 누구보다 착해 보이는 이가 범죄자로 급변하는 때가 가장 소름이 돋기 마련이다.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다리를 저는 케빈 스페이시가 카이저소제라는 것은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면 알만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관객이 생각하는 악인의 몽타주는 험악한 것이 당연. 관객은 그를 제외한 이들만을 의심했고, 마지막 지팡이를 접고 정상인의 걸음을 걸을 때 모두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 밖의 영화 속의 공식도 비슷할 때가 대부분. 때로는 아예 험악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범인인 부류가 있다면, 이처럼 누구도 예상 못 할 만한 범죄자 부류가 있다.

이준이 맡은 류태오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 그 누구보다 착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는 누구보다 무서운 인간 아닌 인간의 부류로 등장한다.

그가 <갑동이>에서 맡은 배역은 바로 현실의 이미지를 연장선상으로 이어 놓았기 때문에 더 섬뜩할 수밖에 없다. 평상시 그토록 착한 웃음을 웃던 아이돌 멤버가 갑자기 돌변해 범죄자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큰 놀라움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런 이미지는 기존 아이돌 멤버라면 하지 않았을 배역이다. 배역의 이미지가 있는 만큼 그 이미지를 벗어내는 게 힘든 것은 당연하기에 애초 캐스팅 단계에서 거절하거나, 좀 더 멋진 역할을 하기 위해 배역을 기웃거리지만, 이준은 남들이 피하는 배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로 보답하고 있다.

<갑동이>에서 이준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순수함의 이미지에서 돌변하는 섬뜩함을 제대로 표현하는 부분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를 때 흐트러지지 않는 무표정함을 보이고, 자신이 한 행동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모습에서는 섬뜩함이 묻어난다.

또한, 더욱 시청자를 섬뜩하게 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면 그런 범죄를 저질러 놓고 태연하게 웃는 모습이 경악하게 한다. 범죄를 저지른 이후 출근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듯한 희열감을 느끼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를 놀라게 한 장면이다.

그간 좋은 이미지만을 보이려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대다수였다면, 이준은 남들이 꺼릴 만한 배역을 맡아 깔끔히 소화해 내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류태오는 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를 오싹하게 할지 기대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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