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쇼’와 ‘어떤가요’ 인터뷰. 박명수의 입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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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서 유일무이한 입방정 캐릭터 박명수.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생기는 이야기를 심심하면 자신이 진행했던 라디오에서 발설해 적잖이 손해를 입혔다. 방송이 나가기 전 어디를 가서 촬영했는지와 컨셉이 어떻게 되는지는 무척 중요한 보안 중의 하나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는 더 그렇다. 그런데 박명수는 이때 할 이야기와 하지 않을 이야기를 구분 못 하고 발설하는 입방정 버릇을 보였고, 프로그램에서도 지적받기도 했다.

여기서 박명수의 입방정을 말하려 하는 것은 그가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종종 한다는 것이다. 누가 저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보안을 발설하는 그의 버릇은 프로그램을 위기에 몰아넣거나, 어떤 상대의 입장을 매우 난처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또다시 그의 입방정이 발동된 곳은 JTBC의 새 프로그램인 <행쇼> 제작발표회 자리에서였다. 그가 이곳에서 말한 ‘행쇼’에 대한 입장과 ‘어떤가요’에 대한 입장은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처럼 느끼게 했다. 

취재진이 그에게 ‘행쇼’에 대한 질문을 한 것은 사실 뜻이 깊은 질문이다. <무한도전>에서 아이템으로 썼던 ‘행쇼’를 종편 프로그램에서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은 언뜻 도덕적인 면을 묻는 말이기도 했을 것이다.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컨셉을 가져다 쓰는 것에 멤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냐는 질문에 그는 “왜 안 했겠느냐! 당연히 뭐라고 했다. 왜 가져다 쓰냐”고 했다는 것.


‘멤버들이 당연히 뭐라고 했다’는 말. 이 말은 농담이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진심이 묻어 있는 말로 봐야 한다. 한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컨셉을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것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동의 재산을 사적으로 쓴 것이기에!

‘행쇼’라는 줄임말 단어의 뜻. ‘행복하십쇼’는 누구나 사용해도 될 말이긴 하지만, 이는 이미 <무한도전: 무한상사> 코너에서 쓴 포맷이다. 당시 이 포맷은 시청자들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정도로 대단히 인기를 끈 코너였다. 그래서 언제든 시리즈로 엮어갈 수 있는 포맷임에는 분명했다.

지금의 ‘무한상사’ 코너가 시리즈로 연결됐듯 ‘행쇼’ 코너도 충분히 시리즈로 엮일 수 있었던 가능성은 그가 종편 <행쇼> 프로그램을 함으로써 써먹지 못하는 아이템이 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이는 <무한도전>에 큰 피해를 준 것이다. 프로그램의 고유 컨셉을 다른 곳에서 가져가는 것은 상도의에서도 어긋난 것이며, 더욱이 출연자가 아무렇지 않고 당당하게 가져다 써도 된다는 반응은 어이없는 마음이 든다.

그가 인터뷰 중 한 말, “따지고 보면 내가 제일 먼저 했던 말들을 요즘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모른다. ‘깨알 같은 재미’, ‘1인자’, ‘2인자’, ‘급 만남’ 등 내가 만든 유행어들을 쓰고 있다. 내가 만들고 베푼 게 있으니까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는 것.


이 말은 자신이 프로그램에 베푼 게 있으니 자신도 포맷 일부를 가져다 써도 된다는 말과도 같이 들리기에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엄연히 따지면 <무한도전> 안에서 자신이 만든 유행어를 자주 쓴 것은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해 주기 위해 사용한 것이지, 그게 획기적이어서 쓴 것은 아님에도 지나친 자만심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가 말한 <무한도전: 어떤가요>에 대한 인터뷰도 문젯거리인 것은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는 것이다.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기에 대중들과 관계자들이 최대한 조심하며 말한 내용을 너무 쉽게 이야기했다는 것이 문제다.

대중과 관계자들이 문제가 됐던 ‘강북멋쟁이 논란’에 논쟁을 벌여가며 말한 것은 도전에 관한 열정과 그 기획 의도가 좋았기에 방어를 해 준 면이 존재했다. 또한, 일회성 이벤트이기에 누구든 나서서 그 의도가 나쁘지 않다 변호를 해 준 것인데, 그 변호들이 당위성을 증명했다고 하듯 그는 자신감에 인터뷰에서 “완성도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대중들이 좋아하면 된다. 그것이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인터뷰를 했다.

대중들이 좋아하면 된다는 것은 바른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해서는 안 될 입장이었다. 한 개인의 도전을 프로그램이 밀어주고, 그 권력을 통해서 음원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인 ‘연제협’을 비롯한 가요계 반대파 공격은 자신을 넘어 프로그램으로 향했는데 수혜를 본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그가 자랑스레 대중과 일부 관계자가 인정해주니 당당해지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뚜렷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완성도는 명확히 그가 만든 게 아니다.


같은 날 김태호 PD가 한 인터뷰가 빛을 잃은 것은 바로 박명수의 인터뷰 때문이기도 했다. 김태호 PD는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생기는 음원 수익을, 음악인을 위해 쓴다며 좋은 의도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잘 수습했었다. 그런데 박명수는 자신의 곡이 당당하다며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진짜 무례함을 보였다. 이 모습은 가요 관계자들의 더욱 큰 반발을 살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박명수가 보여준 두 사안에 대한 인터뷰는 너무 자신 위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내가 해준 게 있는데’, ‘내가 만든 건데’라는 생각이 강하기에 어떤 결과든 당연하다는 그의 논리는 자신을 생각해 준 대중과 PD 모두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행쇼’를 가져다 쓰는 종편의 비도덕성도 심각하지만, 그 프로그램에 관계된 출연자가 직접 출연해 아이템 한 개쯤 가져다 쓰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또 가족이니 참는 <무한도전>이 되겠지만, 사실 참아서 될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가족이 있다면 가장 먼저 매를 대야 하는 곳은 바로 가족인 <무한도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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