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 중턱 현등사에는 고요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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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은 서울과 꽤나 먼 곳으로 생각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은 가평이라고 하면, 청평과 남이섬 등 대학 생활의 필수 MT코스인 곳으로 알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는 산행을 좋아하는 산악인들이 가벼이 찾을 수 있는 산인 '운악산'이 자리한다.

머지않은 과거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서울과 가평 또는 청평은 멀기만 한 곳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란 생각이 지배적인 곳이니 이런 생각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발전하고 그만큼 편한 이동 수단인 지하철 경춘선이 운행을 시작했다. 이런 일은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매번 어느 산을 가야 하는데, 대중교통은 고통만을 주는 이동 수단이 될 때가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가까운 산만을 마르고 닳도록 가는 버릇이 생겨난다. 그러나 이런 산행은 건강에 도움은 될지언정 마음을 채워주는 그 무언가는 점점 사그라들게 마련인 법. 그래서 여러 등산객들은 이 산 저 산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맨다. 그래서 결국 가깝고 갈 만한 산들을 몇 개 뽑아서 오늘은 이 곳, 지나서는 이 곳 식으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작은 선택의 과정에 하나의 산이 더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성이 많으니 쉬이 지치는 것은 없을 듯하다. '운악산'은 바로 그런 선택의 과정에 다양함을 주는 교통권의 산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운악산'은 가평군 하면에 위치한다. 운악산에는 무우폭포가 있고, 현등사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특히 필자가 오른 운악산 중턱의 현등사는 겨울의 정취가 가득했다. 현등사는 신라 법흥황 때 인도의 승려 마라하미를 위하여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고려 희종 때 보조국사 지눌이 재건한 현등사에는 '하판리 3층석탑, 현등사 3층석탑, 7층다보탑, 보광전, 부도 등이 있다.

현등사 구경을 하기 전 '운악산'의 유래를 아주 짤막하게 보면, 망경대를 중심으로 높이 솟구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현등사의 이름을 따 현등산이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운악산의 높이는 935.7m로서 현등사는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도착하고 나서 오르기 전 운악산을 알려주는 비문을 보며 짧은 산행이지만 그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본다.


운악산 등산 코스는 A코스와 B코스로 나눠지는데, A코스는 '현등사 입구 -> 미륵바위 -> 동봉' 코스이고, B코스는 '현등사 -> 절고개 -> 남서릉 -> 동봉' 코스이다.

짧게 표현했지만, 각 코스에는 그 나름대로의 비경들이 존재하니 두세 번에 나누어 오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 번에 다 오르면 먼 재미리오.


이제 현등사로 오르려 발길을 잡으니 운악산 초입에 '일주문'이 이렇게 어서 오시라 반긴다.


제법 겨울이라고 눈과 얼음이 눈부시게 깔려 하얀 세상으로 초대를 한다. 산골이 깊어서인지 추위도 다 물러가지 않고 고즈넉이 앉아서 그 흔적을 말끔히도 보여준다. 온통 얼어붙어 있는 계곡 사이로 빼꼼히 눈과 얼음이 녹아 있는 곳에는 산짐승의 목을 채울 물이 깨끗이도 있다.


그 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계곡의 얼음 덩어리들은 마치 떨어지다 얼고, 흘러가다 언 듯 한 모양새의 멋진 풍경을 자랑하죠.


참 눈도 많이 쌓여서 그나마 녹았다는 것이 이 정도이니 그 추위는 상상 그 이상이었나 보다. 아무래도 운악산 초입 길은 그늘이 많이 지니 이런가 한다.


작은 웅덩이 안에 자라난 나무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골짜기에는 적막이 감돈다.


계곡 사이에는 뚜렷이 파인 지형이 아니더라도 작은 물들이 흘러내리는 지형이 있고, 그곳조차도 빙하기를 상상할 만한 단단한 얼음 계곡이 생성이 되어버린다.


계곡 사이로 흘러내리던 물들은 어느새 얼음 갑옷을 입고 요지부동이다. 날이 풀리면 다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생각에 또 다른 풍경의 맛에 흠뻑 젖는다.


어느새 오르다보니 현등사 앞 작은 석불의 합장 모습이 눈에 띈다.


뒤로 눈을 돌려 돌아보면 어느새 현등사가 눈에 와 있다. 어서 오라고~ 어서 오라고~ 반겨주는 그의 품으로 난 들어간다. 돌계단들의 가지런함은 고요한 현등사를 더욱 정취 있게 느껴지게 만든다.


차례대로 오르니 현등사 문어귀가 보이고 작은 비석의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누구인가' 그래 난 누구인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먼지만한 존재로서 과연 난 어느 위치에서 살아가는 조각 일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비문은 또 하나의 자신을 찾는 계기가 되어준다.

<경기도 가평군 하면. 현등사 극락전>

이곳은 현등사의 '극락전'이다. 옛 기억의 허름한 주변의 모습은 다듬어져 한결 보기 편해짐을 느낀다. 예전 기억의 극락전은 덩그러니 하나의 목조토담의 건물뿐이었다. 그 주변에 봉선사종 하나가 있었던 기억이 있다. 종은 위치를 바꾸어 지장전 옆으로 옮겨져 자리해 있다.

<경기도 가평군 하면. 현등사 지장전>

'지장전' 또한 옛 발걸음 때와의 기억의 차이는 있었다. 덩그러니 썰렁하게 아무 무늬도 없던 지장전은 옷을 화려하게 갈아입고 불자의 정성어린 수행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하면. 현등사 봉선사종(가품) 경기유형문화재 제168호>

운악산 현등사라 명확하게 새겨진 봉선사종은 그 모양새가 바뀌어져 있었다. 상세히 말하면 이것은 진품의 봉선사종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역사가 오래 되어 변해버리고 부식이 되어가는 진품 종은 또 다른 곳에서 그 자태를 잃지 않으려 존재한다. '봉선사종'은 경기 유형문화제 168호로 지정이 되어 있기도 하다.


종의 머리 부분을 따로 사진에 담아보니 옛 것 과의 주물 빚은 솜씨는 약간 차이가 남을 또한 느끼게 된다.


극락전 한 켠에 자리잡은 수많은 부처님들의 작은 탑은 무엇을 지키려는 듯 한 기개까지 느끼게 만든다.




칼바람이 계곡을 휘어 싸 감고 있어도 현등사는 왠지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고요한 바람 소리는 귀를 스쳐지나간다.

<경기도 가평군 하면. 운악산 현등사 일주문>

얼마 오르지 못 한 운악산 걸음이었다. 비록 현등사까지의 발걸음이었지만.. 또 다른 발길에는 운악산 정상을 보리라 마음을 먹으며 서둘러 내려오게 된다. 일주문이 안녕히 가시라고, 다음에 또 오시라 말을 건넨다.

다음에 꼭 다시 오리라~ 그때는 무언가의 응어리진 마음 제대로 정리되는 발걸음 가지고 정상을 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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